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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 May 26. 2017

낭만과 자유를 꿈꾸며 떠난 유럽

서른에 혼자 떠난 유럽, 5박 6일 런던 여행

첫 느낌

12시간 장시간 비행 끝에 나는 히드로 공항에 떨어졌다.

런던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지레 겁먹던 차에 간단한 질문 3가지로 무사통과되었다.

비행 내내 히드로 "공항은 어떤 채취를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들로 채워져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두려움은 입국심사 통과와 동시에 퍼펙트하게 느껴졌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비해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숙소는 패딩턴 역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곳이었다.

미리 예매한 히드로 익스프레스를 타고 패딩턴까지 30분 만에 도착했다.

원래 지하철로 환승을 했어야 했는데 무슨 패기인지 

구글맵으로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밖으로 나왔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돌길에 캐리어를 낑낑대며 끌고 가는데 문득 서러운 감정이 들었다. 

애초에 혼자 여행을 하겠다고 했으면 외로움도 감내를 해야 하는데 익숙지 않았다.

그렇게 20분 걸릴 길이 40분이 걸려서 숙소에 도착했다. 

어쨌든 무사히 숙소 도착! 

샤워 후에 침대에 너부러져 일말에 성취감을 맛보다 잠을 청했다.

비행 중에 한 시간 남짓 잠을 잤기에 분명 눕자마자 잠이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체 리듬은 한국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마다 자다 깨고를 무한반복.

이 시차 적응은 런던 여행 내내 한국시간에 맞춰 있었다.


런던 1day

영국박물관 ▷ 코벤트가든 ▷ 네셔넬갤러리 ▷ 뮤지컬 관람

사실 런던에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많은 유물들을 공짜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영어의 본고장, 신사의 나라 영국 남자들은 멋질까? 이런 기대감을 품은 정도였다.

5박이면 부족한 기간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박물관&미술관 투어가 많았기에 하루하루가 힘든 일정으로 기억된다.

첫날 루브르 박물관에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고 오디오 가이드에 나와있는 핵심 유물만 보았다.

그것들만 다 보는데도 5시간 남짓 걸린 것 같다.

스핑크스며, 그리스 신전이며, 모아이 석상이며... 

옮기기도 힘든 거대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놀랐다.

한 장소에서 전 세계 유물을 본다는 게 신기하고 편리한 거 같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은 감출 길이 없었다.

오디오 가이드는 6파운드 한국어 지원이 되므로 대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국박물관에서 내셔널 갤러리를 가기 전에 잠깐 들린 코벤트가든은

쇼핑 목적은 아니었기에 둘러보고 나왔다.

박물관에서 간단히 빵으로 때웠지만 허기짐은 채워지지 않았고

 때늦은 점심으로 네셔넬갤러리 근처 아무 식당에 들어갔다.

쌀쌀한 날씨 쌀밥에 힘을 얻고자 내가 주문한 토마토 치킨 리조또인데 평범한 맛이지만 

착한 가격은 마음에 들었다.

미술 교과서에서 실리던 명화들이 많았던 네셔넬갤러리.

규모는 영국 박물관보다 작지만 램브란트, 보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네, 고흐, 마티스, 루벤스, 고갱, 고야 등등 유명 화가에 작품이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에 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수로 다녀올 곳이다.

개인적으로 그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해바라기'가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 좋았고, 

유명한 작품이라서 루브르 박물관에 '모나리자'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프린트물이 아닌 실제로 본 '해바라기'는 선명한 색감이 참 마음에 들었다.

네셔넬갤러리를 돌다가 너무나 다리&허리는 쑤시고 자꾸 주저앉고 싶어 졌다.

미리 예약만 안 했더라면 뮤지컬은 보지 않았을 듯~

하루에 박물관 투어는 한 번만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왕폐하 극장 좌석은 미리 지정한 R석

샹들리에 떨어지는 장면을 전체적으로 보고 싶어서 2층 좌석으로 예매했다.

영화로 각기 다른 버전으로만 2번을 봤던 오페라의 유령.

영국 배우들에 열연과 멋진 무대 연출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하던 시간이었다.

다만 시차 적응 실패와 박물관 투어 일정 이후라서 잠과의 사투를 벌어야 했지만 

런던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뮤지컬이 막이 내리고 시간은 밤 10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괜스레 지하철 끊길까 급히 역으로 달려갔지만 생각지도 못한 교통카드 때문에 쩔쩔맬 줄은...

혼자 엄청 끙끙대다가 뒤에 있던 현지인 여자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아이핀 번호가 뭔가요? ㅠㅠ

다행히 비밀번호 4자리와 마지막 00을 넣어주고 나서 충전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흘러갔던 런던 첫날...

피곤해서 머리만 베개에 닿으면 바로 잘 거라고 생각했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깊게 잠들지 못했다.


런던 2day

노팅힐 포토벨로 마켓 하이드파크 빅토리안 앤 알버트 타워브리지

토요일 오전, 노팅힐에서 열리는 포토벨로 마켓을 가기로 일정을 짜고 

숙소에서 노팅힐까지 걸어서 35분이면 갈 수 있다기에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에 발견한 스타벅스

익숙한 스벅에 들어가서 커피와 빵을 시키고 여유를 부렸다.

걷다 보니 어느새 노팅힐!

마그네틱, 에코백, 모자, 액세서리, 옷, 골동품, 길거리 음식 등등 다양한 물건이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소소하게 런던 마그네틱 2개 구입

주말 많은 인파 사이에서 내가 런던-포토벨로 마켓에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이 들었다.

그렇게 마켓 한번 쭉 둘러보다가 하이드파크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하이드파크 입구에서 한국 여자 한 명이 자전거와 씨름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호기심에 쳐다보니 런던행 비행기를 같이 타고 온 동갑 친구'ys'였다.

그 친구와 패딩턴 역까지 같이 와서 헤어졌는데, 우연히 하이드파크에서 만난 것이다.

친구는 카드로 결제까지 다했는데 자전거가 대여가 되지 않아서 씨름을 하던 중.

그러던 차에 나를 만나서 오후 일정을 같이 하기로 했다.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은 다양한 패션과 가구와 식문화에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유물이나 회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흥미롭게 볼만한 뮤지엄이었다.

연도별, 크기별로 세세하게 분류해 놓은 것을 보며 역시 영국은 수집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3시간 정도 박물관을 둘러보고 우리는 타워브리지로 걸음을 옮겼다.

타워브리지를 건넜을 무렵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는 게 아닌가.

ys와 급한 대로 근처 카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여행을 오게 된 계기와 퇴사 동기와 다양한 수다를 떨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다는 신기함과 

또래에 비슷한 고민들을 공유할만한 것들이 많았기에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제법 어둑어둑해지고 친구와 타워 힐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던 중에 

친구 가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카페를 나오고 가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타워 힐 역으로 되돌아갔다.

나도 친구도 어찌나 놀랐는지 찾지 못할까 봐 가슴이 철렁했는데 

다행히 친구의 가방을 카페 직원이 보관해줘서 찾을 수 있었다.

진짜 런던이니까, 찾을 수 있었던 거라며... 런던이라서 다행이었다는 말을 연신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옥스퍼드 역에 식당가를 찾았지만 식당은 이미 만석이었고 

야외 테라스 자리는 웨이팅이 없다는 말에 야외에서 일본 라멘을 먹었다.

찬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 먹었던 라멘은 맛보단 너무 빨리 식어서 슬펐다.

원래는 식후 맥주를 마시러 갈 계획이었지만 힘들었던 우리는 밥만 먹고 헤어졌다.

런던 일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하루.

고단한 몸은 처음으로 시차와 상관없이 나를 깊은 잠에 인도해 주었다.


런던 3day

버스 투어 ▷ 웬스터 민스턴 사원&런던아이&빅벤 차이나타운

전날 무리한 활동으로 나는 더 이상 박물관 투어 혹은 무작정 걷는 일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셀프 버스관광! 

관광책자에서 추천해 주었던 24번 햄스테드 공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2층 버스 위에 창밖을 구경하며 멍 때리기는 최고!

종점까지 찍고 되돌아오기~런던 3일 차에 아직 빅벤과 런던아이를 못 봤기에 

'웬스턴 민스턴 사원' 정류장에서 내렸다.

일요일은 웬스턴 민스턴 사원 내부를 관람할 수 없었고

런던아이와 빅벤 근처에서 열심히 사진을 남겼다.

이날 영국 날씨를 제대로 경험한 듯

흐린 날이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다가 급격히 폭우가 쏟아졌고 

결국 비가 그칠 때까지 지붕 아래로 비를 피했다.

비가 잦아들자 차이나 타운 근처에 위치한 카페 tap에 가서 플랫화이트 한잔으로 여유를 되찾았다.

커피를 열심히 마시며 수첩을 끄적이는데 무언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서 

창밖을 보니 왕눈깔 사탕 크기만 한 우박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 운이 좋은 거지? 저 우박을 피하다니....

영국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이날 다 체험했다.

우박이 그치고 전날 만났던 ys와 저녁을 먹기로 위해 옥스퍼드역 근처 Flat Iron 앞에서 만났다.

식사다운 식사를 이곳에서 처음 한 거 같다.


런던 4day

버킹엄 궁전(근위병 교대) ▷ 서머셋 하우스 미술관 ▷ 애프터눈 티 

실질적인 관광 마지막 날.

숙소 근처에 산책하기 좋은 리틀베니스

매일 아침 9시가 넘어서 밖으로 나오던 내가 근위병 교대식을 보러 한 시간 일찍 숙소에 나왔다.

근위병 교대는 오전 10시 반에 한다고 들었지만, 

30분 전에 도착했던 친구 말에 의하면 사람이 너무 많아 보기 힘들다고 했으므로 

나는 1시간 전에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버킹엄 궁전 앞에서 정면에 자리를 잡고 서서 기다리는데 매서운 칼바람과 사투를 벌였다.

코트하나만 걸치기에 너무나 추운 런던 날씨.

기다림 끝에 근위병 교대가 시작되었고 힘찬 행진곡에 맞춰 근위병 교대식을 하는 걸 보며 

내가 영국에 왔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났다.

보는 동안은 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흐 자화상이 있는 서머셋 하우스 미술관으로 이동(temple역)

매주 월요일에 2시까지 무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지만 

확인 결과 무료는 없다고 했다.

다른 뮤지엄에 비해 아담한 규모였지만 너무나 유명한 고흐에 자화상을 비롯해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방문해도 좋을 거 같다.

공식적인 마지막 코스는 애프터눈 티!

런던 친구가 추천해준 Sketch London

인테리어에 한번 놀라고, 

티세트 양에 또 놀라고,

영수증 세금에 또 놀라고,

마지막으로 화장실 인테리어에서 놀랐던 이곳!

웬만하면 예약하고 가는 것을 추천하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인테리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며 화장실은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사투를 벌이고,

첫 여행지여서 자유 관광에 재미를 별로 느끼지 못했던 런던 여행

영국을 다시 간다면 박물관&갤러리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숨은 공간을 찾아다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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