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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JI May 26. 2017

바다를 향한 영원한 꿈, 리스보아

서른에 혼자 떠난 유럽,  3박 4일 리스본

첫 느낌

내가 리스본에 온 결정적인 이유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 야간열차'라는 소설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갈망해 본 적은 없는 평범한 삶을 살던 노인이 포르투갈 여자와의 짧은 만남에

이끌려서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무작정 리스본을 향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의 충동적인 행동에 나는 대리만족을 하며 책 속에서 그와 함께 그녀의 뒤를 쫓았다.

야간열차를 타고 스위스에서 리스본을 왔던 주인공과 달리 나는 런던에서 라이언에어를 탔다.

수하물 찾는 것도 겁이 났던 나는 리스본 공항에 아담한 규모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는 길..

유일한 아시아인이었던 내가 긴장한 눈으로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하기 바빴다

나의 눈에 들어온 곱슬 파마머리에 여학생 무리

그들 대부분이 검은 가죽재킷을 입고 활발히 떠드는 모습에서 우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하철에 내려서 리스본 시내를 마주하는데!

"날씨 끝내주는 거 아니야??"

칙칙하고 춥던 런던 날씨에서 파란 하늘과 따뜻한 리스본 날씨는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여행은 날씨가 다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이색적인 리스본 풍경에 빠져버렸다.


리스본 1day

사실 리스본 오기 4일 전 호스텔에 작은 문제가 생겼다.

호스텔이 리 오픈하는 날짜가 미뤄져서 하루는 다른 곳에서 숙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원하면 자기들이 근처 호스텔로 예약을 해주고 약간의 할인을 해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취소하자니 다시 알아보기도 귀찮고 다른 곳으로 예약해 달라는 답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2곳 호스텔을 리스본에서 이용해봤다.

워낙 리스본 호스텔은 싸고 깨끗하고 서비스가 훌륭한 곳이 많아서 마음은 놓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리스본에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첫날 머무는 호스텔 위치가 오르막길을 굽이굽이 지나야 찾을 수 있던 곳이었다.

예상치 못한 초행길을 구글맵만 보고 올라가는데 등줄기에 땀이 얼마나 나던지!!

그곳을 예약해준 호스텔 직원이 원망스러울 지경...

힘들게 도착한 Lost Inn 호스텔

찾아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친절한 직원들과 쾌적한 내부는 마음에 쏙 들었다.

로스트인 호스텔 방 배정을 받고 짐을 풀고 한숨 돌리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고 가벼운 몸으로 밖으로 나왔다.

며칠 여행을 다녀본 결과,

맛집을 한국 블로그보단 구글맵에서 찾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숙소 근처에 Time Out이라는 푸드코트가 있다는 사실을 구글맵에서 찾아서 그곳으로 향했다.

후기를 쭉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서 메뉴를 주문

결제까지 완료하고 아무 좌석이나 앉으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준다.

마치 갤러리아 백화점에 고메이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주문한 연어 타르타르와 로제 와인

음식은 대체로 평타는 치는 듯..

가격대는 조금 높지만 깔끔하고 고급진 푸드코트였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술 때문인 건지)

리스본 야경에 나는 취할 것만 같았다!


리스본 2day

아침 조식을 먹고 나는 짐을 챙겨서 굿 나잇 호스텔로 이동했다.

전날 오르막길이 오늘은 내리막길로 변했기에 한층 가벼운 걸음으로 이동했다.

Goodnight 호스텔

지하철 baixa-chiado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전날 머물던 로스트인 호스텔 위치와 정반대로

이곳은 내리막길과 평지여서 너무나도 좋은 위치였다.

리오픈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호스텔이라서 도미토리 룸을 나 혼자 사용하는 행운을 얻었다.

호스텔 스텝이 친근하게 오늘 일정이 무엇이냐고 물어봐줘서

나는 에그타르트 맛집을 물었다.

벨렘 지구에 가면 유명한 에그타르트 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서 트램을 타고 에그타르트 맛집으로 ~

자세히 찾아보고 간 게 아니라서 좀 헤맸지만 역시 구글맵에 도움으로 잘 찾아갔다.

건너편에서도 맛집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줄.

에그타르트를 영접할 시간~

사람이 많아서 to go를 했다

다른 에그타르트와 다르게 독특한 점이

시나몬 파우더와 슈가파우더를 뿌려서 먹는다.

마카오 에그타르트를 매우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남아서 기대를 하며 한입 베어 물었다.

음 ㅋㅋ바싹한 패스츄리와 생각보다 달지 않은 맛?

포르투갈식도 맛이 좋긴 했지만 달달한 마카오 에그타르트가 더 입맛에 맞았다.

그래도 야무지게 사 온걸 입에 다 털어 넣고,

다시 트램을 타고 호시우 광장으로 돌아왔다.

한국과는 다르게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 친절하고 정감 있어서 길을 물어볼 때나, 물한병을 살 때도 기분이 좋았다.

바다를 향한 영원한 꿈, 리스보아

딱히 무엇을 보자는 계획 없이 리스본 시내를 구경하다가 트램에 몸을 맡겨서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그렇게 여유 있게 구경을 하다가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

가지고 간 여행책자에 나와있는 맛집에 가보기로 하고 생각보다 가까운 위치에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이동했다.

두꺼운 소고기 덩어리를 뜨겁게 달궈진 돌 위에 구워서 먹는데, 고기가 질겨서 아쉬웠다는...

책자에 실릴 만큼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식당 안에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이었다.

배부르게 식사를 하고는 근처 전망대를 가보기로 했다.

식당에서 5분도 안 걸리는 위치에 있어서 만족~

전망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돈을 받지만

1일 무제한 교통권을 구매한 사람은 무료로 탑승 가능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3인조 악단이 아코디언과 캐스터네츠로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밤에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게 감상에 젖어 연주를 듣는데

아무도 돈을 안주자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돈을 주지 않자, 돈을 받는 아저씨가 뾰로통한 얼굴로 내 앞에 왔다.

주섬주섬 동전을 꺼내어 1.8유로를 주었다.

나 이후에 돈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결국 그들을 자리를 옮겼다는....

그렇게 인연이 끝일 줄 알았는데 다음날 기차 안에서 만날 줄~

전망대까지 엘리베이터는 무료였지만 거기서 옥상으로 올라가려면 입장료를 또 내야 했다.

올라간 이상 입장료 지불하고 드디어 리스본 야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탁 트인 공간에서 주황빛으로 물든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순간 내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새삼 아쉬울 뿐...

계획 없이 움직였지만 리스본을 천천히 알아가는 날이었다.


리스본 3day

리스본에 오면 많은 사람들이 들린다는 근교 도시, 신트라

리스본에서만 3박을 보내기엔 좀 심심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신트라를 방문하기로 정하고 아침 일찍 열차를 타고 신트라로 향했다.

다녀오고 나서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신트라!

리스본 하루 일정을 추가해서 꼭 한번 들렸으면 하는 곳이다.

신트라에 대한 어떤 호기심도 정보도 없이 무작정 무어인의 성, 페나성에 가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나선길.

신트라 역에 내리면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있고 그 앞에는 버스 티켓을 파는 매표소가 있다.

나는 속 편하게 1일 이용권을 끊었다.

노선이 조금씩 다른 버스들이 있는데 내 목표는 2군데였기에...

무어인의 성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성벽을 타고 올라가는데 이게 다인가?

 성벽을 얼마나 타야 하지?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올라갔었다.

그 옛날 어떻게 무거운 돌을 깎고 운반했을지

나에게는 그저 미스터리

무어인의 성에서 반대편에 보이던 페나성은 멋졌고

성벽 위로 올라가서 전망을 보는데 우와! 멋지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여기서 지나가는 외국인들 붙잡고 사진도 찍고 나름 만족하는 인생 샷도 건졌다.

기대 없이 왔는데 훌륭하잖아?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던 성벽을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페나성으로 향했다.

노랑, 주황, 파랑 알록달록 색으로 칠해진 성을 보며 동화 속 공주님이 사는 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취.향.저.격!

페나성 외부만큼이나 내부도 흥미롭게 보존되어 있었다.

실제로 사용했던 집기와 가구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잘 보존된 방을 보면서 문득

"우리는 과거가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지만 행적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삶의 궤적.

순간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값진 경험과 느낌은 훗날 나를 지탱하게 해주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과거는 결코 사라지는 지난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자!

그렇게 신트라 여행을 마치고 다시 리스본으로...

해질녘 호시우 광장

벌써 리스본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그리움과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따뜻하고 맑은 날씨, 밝은 표정을 지닌 사람들이 많았던 리스본.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워지던... 그곳 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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