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순간, 난 불효자.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이쁜'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중학생 시절 엄마와 떨어져살며 엄마의 부재를 일찍 경험했었다. 심지어, 한국이 아닌 필리핀에서 이를 느끼다보니 엄마에 대한 사랑이 조금 크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나는 엄마와 매일 통화하면서 '사랑해 엄마'라는 말로 전화를 끊곤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365일 중 하루만 하는 것 같다. 바로 엄마의 생일날.
더 큰 문제는 평상시 엄마와의 대화에서도 나는 굉장히 날선 반응으로 엄마를 대한다. 날선 나의 단어들과 감정들에도 엄마는 항상 웃어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사회인'이 되고나서 내가 겪은 스트레스들을 집에 들어와서 푸는 것 같다. 그리고 항상 같은 자리에 있는 엄마가 나의 스트레스를 받고있다.
엄마는 왜 이런 아픔을 아무 말 없이 겪고있을까? 자랑거리였던 효자 아들이 어느순간 불효자가 되었는데도 왜 한마디 말이 없을까? 단순히 나를 사랑하기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엄마는 인간이 아닌 것 같다. 어떤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이런 아픔을 참을리가...심지어, 동생과 비교하면 나는 천사일텐데 말이다.
어른들은, 내가 부모님이 되면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할거라고한다.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엄마의 마음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혼자서 보낸 수년의 시간을, 혼자 아파하던 시간을, 혼자 기다리던 시간을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의 이중적 모습에 화가난다. 마음속으론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고, 손 꼭 잡아주고싶다. 안아주고싶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싶다. 엄마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싶다. 엄마가 나의 배경이듯, 내가 엄마의 배경이 되고싶다. 근데...현실에선 이런 마음을 1도 표현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난다. 에전에는 분명 이런 표현이 익숙하고,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았는데...!!!
정신없이 일하고, 연애하고, 친구들과 놀다보면 문득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엄마가 떠오른다. 가슴 한쪽이 찡하게 아파서, 몇일 동안은 엄마에게 효자 아들 코스프레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뿐...나는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효자 아들을 다시 기다린다. 항상 똑같은 소파 구석자리에서.
난 엄마를 위해 내 인생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다. 엄마가 준 인생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럼, 행동으로 보여주자. 엄마를 더이상 외롭게 만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