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은

- 남형석 작가의 '고작 이 정도의 어른'에서 나를 발견하다

by 카멜레온

남형석 작가의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이라는 책은 여자친구와 다녀온 강릉 여행에서 구입한 책이다. 여자친구 덕분에 강릉에 유명한 서점 두곳을 방문할 수 있었고, 그 중 한 곳인 동아서점에서 책을 구매했다.


사회에 길들여진 한 남성의 반성문이라는 글귀에 마음을 빼았겼고, 길들여진이라는 단어가 너무 와닿아서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슬픈 힘이 있다. 슬프지 않을 수 있겠지만, 작가가 말하는 길들여진 본인의 모습에서 나는 나를 발견하며 슬펐었고, 동시에 힘이 났다.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음을, 그리고 더 나은 사람이 된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나 스스로가 아주 잘 길들여진 사회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곳에 속해본 적 없지만, 나는 내가 속해있는 환경에선 항상 칭찬 받았고, 인정받았으며, 소위 잘 나갔다. 학교에서, 동아리에서, 회사에서 등등.


근데, 나는 항상 불안했다. 아니, 어느순간부터 불안했다. 그 불안함은 무능력에 대한 불안함이었다. 나에게 보내오는 칭찬과 인정들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칭찬과 인정들이 불안했다. 나는 사실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나는 능력이 없는 빈 껍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런 생각은 점점 커지고, 아마 나이가 들면서 더 커질 것 같다. 이 또한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싸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또는 나의 본 모습이 폭로될까 싶어 나는 '아주 잘 길들여진' 존재가 된 것 같다.


책을 통해 이런 길들여진 내가 나쁜 것은 아님을 발견했다. 다만, 부끄럽다. 책을 읽고 브런치에 지금까지 쓴 글들을 보았다. 솔직하지 못하고, 여전히 나를 꾸미는 단어들과 문장들이 가득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이 공간에서 조차 나는 나를 꾸미고, 나 스스로에게 인정받고 싶은 모양이다. 대단한 또라이다. 소름끼치는 존재이다. 친구들의 입을 빌리자면, 개병신새끼이다.


솔직하고 싶다. 나에게, 누군가에게, 모두에게. 솔직한게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시간이 지난 후 덜 부끄럽고 싶다. 특히 나 자신에게.


나는 잘 길들여졌고, 길들여진 나를 버리기 힘들 것 같다.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살아가면서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방법이 올바른 것 같다. 서른셋의 사춘기, 아주 빡시게 왔다. 10대의 사춘기와 조금 다르게, 아주 조금 다르게 점잖게 반항하려 한다. 엄마한테도 반항할거고, 아빠한테도 반항할거다. 다만, 너무 마음 아프지 않게 반항해보자. 누군가를 탓했고, 지금도 탓하고 싶다. 근데, 그러면 뭐가 달라지나? 누가 나한테 미안하다 말하면 나는 괜찮을까? 아니, 더러운 인정욕구가 잠깐 나를 위로하겠지만, 결국 가짜다.


회사 생각이 문득 난다. 이쁜 지대리, 그만할랜다. 아니, 바로 그만두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내 모습을 보여주고자한다. 뭐 이뻐봐야 언제까지 이쁘겠냐.


그나저나, 길들여지기 전 나를 찾는게 더 어렵겠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가? 길들여진 내 모습이 발현될때, 그 모습의 반대편을 바라보면 될까?


*브런치에 써온 글들이 부끄럽다. 모든 글들이 나를 표현하고 있겠지만, 길들여지고 꾸며진 나를 표현한 내용들이 많다. 그럼에도, 지우고 않고싶다. 지금 이 글도 어쩌면, 몇 달 후엔 부끄러울 수 있다. 그럼에도, 남겨두고 싶다. 오늘처럼 나를 한번 더 깨워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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