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사는 동안 내게 세상은 온통 의문 투성이가 되었다. 모든 것이 허무했고 의미가 없이 느껴졌다. 그렇게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와도 이야기 나누지 않았다. 동기들은 언제나 내 방 문을 두드렸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방 문을 걸어잠궜다.
그렇게 3개월.
문득 더이상 이러고만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저앉았던 나를 조금씩 일으켜 세우기로 했다. 뭐라도 하자.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또 똑같은 나로 돌아갈 테니까. 그러기 위해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를 최대한 다른 환경에 던져놓자. 단순히 변화가 아닌 기존에 내가 가진 것들을 파괴적으로 뒤엎어버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자.
학교도 쉬기로 했고 일도 그만 두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치앙마이로 떠났다.
이것을 도피라 부르던 도전이라 부르던 상관없었다. 일단 나부터 살리고 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