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는지 Aug 03. 2022

전 세계 디지털노마드들과의 동거동락

제 하우스 메이트들을 소개합니다 

치앙마이를 선택한건 단 하나의 이유였다. 바로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니까. 


나는 전 세계에서 모이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자기 삶을 꾸려나가고 어떤 태도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지 궁금해졌다. 어쩌면 여행의 첫 시작은 치앙마이 도시라기보다는 디지털 노마드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사는 co-working & co-living space를 찾아 떠나온 것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치앙마이 생활. 워낙 다양한 친구들이 모여사는 곳이다보니 함께 지내게된 친구들은 서로에 대해 늘 궁금한게 많았고 쉽게 다가갔다. 처음 만나는 친구들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직업이 뭔지, 치앙마이에는 얼마간 지낼건지 묻는게 우리 사이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일종의 통과의례같은 질문이었다. 

서로의 직업을 소개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일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질문들이 오고갔는데 덕분에 처음 몇일 동안은 하우스메이트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하여 일종의 레퍼토리같은 것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함께 사는 하우스메이트들의 국적은 정말 다양했다영국아일랜드스페인슬로베니아폴란드노르웨이네덜란드터키방글라데시싱가폴중국대만홍콩인도네시아캐나다미국멕시코남아공 그리고 한국(). 국적만큼이나 직업도 다양했는데 디지털 노마드라고 해서 개발자나 IT관련 종사자만 있는게 아니라 스타트업 CEO, UX디자이너건축가마케터핀테크전자상거래미디어유투버아티스트연구자 등이 었다


첫 날부터 모든 것이 생경했다. 오피스에 앉아있으면 내 양옆에는 코딩을 하고 있는 개발자들이 앉아있었는데 까만 배경에 알수없는 외계어같은 것이 꽉 채워져있는 이들의 컴퓨터 화면을 보는 것조차도 신기해서 일하다 중간에 힐끗 이들의 모니터를 훔쳐보기 일쑤였다. 앞에는 디자인 하는 친구가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마케팅하는 친구와 비디오그래퍼인 친구가 있었다.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지만 분야가 너무 달라서 딱히 일적인 교류는 없을 것 같았지만 오히려 각자의 영역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직군이 비슷한 친구들은 함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긍정적인 시너지도 나기 시작했다 (나도 그 중 하나 ㅎㅎ)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퇴근하면 같이 놀고 (주말에는 더 열심히 놀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국적부터 문화, 인종, 종교, 성별, 직업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으니 오피스나 거실, 부엌에서 스치는 모든 순간들이 배움의 연속이었고 모두가 내게 선생님이었다. 가벼운 주제부터 무거운 주제까지 종잡을 수 없는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놓았고, 살면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지점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드는 날들이 늘어갔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한 달을 살아보니 나는 굳이 이 곳을 떠날 이유를 찾지 못 했고 결국 치앙마이에서 좀더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밀려오는 파도에 온전히 몸을 맡기기로. 

이전 08화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