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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는지 Aug 04. 2022

본격 땀 범벅 치앙마이 일상

다들 왜 이렇게까지 진지한거야

태국 문화를 알아가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로컬스러우면서 현지인들의 정서가 담겨있는.

이런 질문에 아마도 태국의 식문화, 종교 등 여러가지가 답이 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Muay Thai(무에타이)가 가장 가까운 답이 아닌가 싶다.  



동양 무술이 이렇게 다양했었나 - Muay Thai(무에타이)


영어로는 Thai boxing(타이 복싱). 동남아 국가들에는 각자 버전의 무술이 있다. 미얀마는 럿웨이, 캄보디아는 보카토 라오스는 무에라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옹박을 통해 태국의 무에타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명칭이 다르듯 각자의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포맷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 중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자국에서도 인기있는 스포츠로 각광받는 것은 무에타이. 


태국에 오기 전부터 기회되면 무에타이를 배워보고 싶었던 터라 방콕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차례 시도를 했었는데 학교에서의 접근성이나 다른 여러가지 상황들이 여의치 않아 통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앗다. 지난 6월, 처음 치앙마이 와서도 친구들을 따라 체육관을 가긴 했지만 그 때의 불안했던 심리와 여러가지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고 있던 터라 운동에 관심을 두기가 어려웠다 (사실 이럴 때일수록 더 운동을 해야하는 나인데..)


정말 행복했지만 동시에 혼란스러웠던 치앙마이에서의 첫 한 달을 끝내고 나는 잠시 방콕과 도쿄에서 약 2주 동안 휴식기(?)를 가진 뒤 치앙마이로 돌아왔다. 나는 이것을  '치앙마이 라이프 ver.2'라고 부르겠다*. 지난 한 달이 여행자가 아닌 이 곳에 사는 생활인으로서 치앙마이에 적응하기 위한 방황의 시간이 되어준 덕에 이번에 다시 돌아올 땐 조금 다른 마음가짐을 안고 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조금은 독특한 치앙마이 바이브에 어떻게 몸을 맡길지 이제는 알 것 같았고 그래서 전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바로 이 전의 글에서 co-working & co-living space에서의 한달살기 라이프(치앙마이 라이프 ver.1) prologue처럼 글을 썼는데 시간을 점프해서 현재의 삶인 '치앙마이 라이프ver.2'로 넘어왔다. 순서가 안 맞긴 하지만 글을 집중해서 쓰기에는 현재의 내가 보내고 있는 시간에 대해서 기록하는게 더 나으니까 일 단 순서 상관없이 글을 적는다.


넘실대던 파도가 조금은 잔잔해지니 조금씩 내 페이스를 찾아가기 위한 일상의 루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운동을 제일 먼저 알아봤는데 마침 우리집 근처에서 1분도 안되는 거리에 나름 유명한 무에타이 체육관이 있는 행운을 갖게됐고 첫 수업을 듣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바로 한 달을 등록해버렸다. 지난번 체육관과 다르게 수업 구성이 좀더 체계적이고(실제 프로선수들이 많다) 수업도 1시간이 아닌 2시간이라는 점도 맘에 들었다.   



매일 하루 2시간씩 무에타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사실 말이 2시간이지 칼같이 시간을 지킨 적은 한번도 없고 요즘 시대에 맞지않게 늘 시간을 오버해서 수업한다. 항상 15분 남짓, 길게는 30분까지도 넘었던 것 같다. 다른 체육관과 다르게 이 곳은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오전과 오후 하루에 딱 2번 밖에 없고 그 이외의 시간은 프로 선수들이 훈련을 한다. 프로가 아닌 일반인들도 복싱이나 무에타이를 굉장히 오래한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 체육관 왔을 때 내 눈엔 거의 다 선수들인 줄 알았다. 체감상 체육관의 반은 태국 현지인 반은 서양인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외국인들도 거의 수준급인 친구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동양인 외국인은 거의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벨기에 친구들 2명은 올 여름 휴가 한 달 동안 태국에 왔는데 온전히 무에타이 트레이닝을 목적으로 온 친구들이었다. 



"너 복싱 얼마나 했어? 나 너 선수인줄 알았어"

"나 11년 정도 했어. 그런데 프로는 아니야 (하하)" 

"아..? 그럼 너는?"

"난 시작한지 얼마 안 됐어. 5년 정도?"



체육관 친구들과 나누는 흔한 대화다. 항상 오후수업을 듣다가 하루는 오전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아침 8시 반인데도 오후에 늘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 거의 와있길래 '오 뭐지? 다들 오늘은 오후에 일이 있나보네?' 했었다. 하지만 그 날 오후 밖에서 볼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물어볼 것이 있어 잠깐 체육관에 들렀는데 오후수업에 얘네들이 그대로 와있는 거다. 알고보니 오후에 같이 운동하는 친구들이 늘 오전에도 수업을 듣고 하루 두 번 운동하는 거였다. 운동량이 정말 상당한 무에타이를 하루 4시간을 한다고? 이렇게 일반인이지만 무에타이에 진심인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체육관 전반적인 분위기가 꽤 진지한데 그래서인지 초보자라고 봐주는 것도 거의 없다. 수업의 구성은 '몸풀기-쉐도잉-스킬 배우기(1)-스킬 배우기(2)-스파링-마무리 운동'으로 이루어져있어서 매일 스파링을 하는데..뭣도 모르고 갔다가 어떨결에 인생 첫 스파링을 시작했다.  

참고로 나는 체육관 첫 날 링 위에서 넘어지고 내팽겨쳐지고 정신없이 맞은 기억 밖에 없다^^ (진정 맞으면서 배워가는..). 물론 실제 경기처럼은 아니고 글러브로 살짝 건드리는 정도로 펀치와 킥을 날리지만 솔직히 같이 하는 파트너가 누구냐에따라 내게는 정말 그냥 발길질 당하는 것만큼이나 아프기도 하다. 나름 한국에서도 정통 복싱은 아니지만 크로스핏과 복싱의 융합된 운동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배웠던 것과는 비교안 되게 매운 맛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유럽 여자애들의 타고난 피지컬에서 오는 차이는 내가 어떻게해도 능가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하루는 독일-태국 혼혈인 키 큰 여자애랑 같이 샌드백을 사이에 놓고 킥 연습을 하는데 왠만한 남자보다 파워가 세서 킥 할 때마다 퍼지는 충격음이 내 귓가를 따갑게 때렸다. 저 발길질에 잘못 맞다가는 집에 기어가겠군, 싶었다. 일요일 스파링 데이에는 수업의 대부분이 스파링으로 채워진다. 그런데 하필 이 날 계속 네덜란드 여자애랑 파트너가 되는 바람에 지겹게 맞다가 왔다. 골격이나 근육량에서 오는 펀치나 킥의 강도가 나랑은 비교가 안 되는데 이게 너무 자존심 상했다. 


이걸 노린건가? 강한 친구들이랑 같이 파트너가 되어 스킬연습을 하거나 스파링을 하면 분노와 짜증이 뒤섞여 한 대라도 상대방을 더 치고 싶은 마음에 배움이 조금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코치님이 알려주는 동작들을 자세히 보고 혼자서 연습할 때 머릿속으로 상대방한테 시원하게 한 방 먹이는 장면을 상상하고 혼자 뿌듯해 하면서(푸하하). 물론 실제 스파링할 때 내가 10정도 맞는다고 치면 때리는건 고작 3에 불과하지만. 


진정한 파이터로 거듭나는 길은 맷집부터 기르는 거구나, 생각하는 요즘이다. 

언젠가 10은 못돼도 7,8정도가 되는 날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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