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오감 중에서도 냄새는 유난히 오래 남는 감각인 것 같다. 놀랍도록 선명하게 마음속을 두드린다. 기록할 수도 없고, 말로도 완전히 담아낼 수 없는 감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냄새는 어떤 사람을 가장 생생하게 떠올리는 기억의 지문이다. 누군가와 뺨을 맞대고 누워 본 사람, 누군가의 체온이 빠져나간 이불에 몸을 묻어 본 사람만이 그 절절한 체취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시골을 고향으로 두고, 그 시골에 연로하신 부모님을 남겨두고 30여 년을 밥벌이한다고 떠나 있었다. 30년 간 홀로 아버지의 중풍 수발을 들다가 허리를 삐끗하여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그 길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신 어머니. 아침 설거지를 채 끝내지 못하고 작은 아들이 모셨던 병원 응급실, 어머니는 그 길로 50년 넘게 살았던 시골집을 돌아갈 수 없었다. 시골을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이면, 자신도 모르게 삶에 시골의 향수를 짙게 묻히고 있다. 사는 데 있어서 시골은 부모의 마음을 품고 있는 점이 도회지와 다른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머니를 보내 드리고 돌아온 시골집은 불이 꺼진 화롯불처럼 싸늘하기만 했다. 유품을 정리하느라 들른 부엌의 찬장 문을 열었다. 싱크대에 다 씻지 못한 그릇을 빼고는 나머지는 그 찬장에 가지런히 접시도 컵과 쟁반이 빼곡히 누워 있었다.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엔 남은 된장국이 구수한 냄새를 풍겼다. 생전의 어머니의 마음처럼. 그날도 새벽녘에 아버지 조반 차리느라 참기름 고소한 냄새를 부엌에 남겼으리라. 더 이상 숟가락,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사람 사는 집 냄새를 무엇으로 낼 건가.
세 돌배기 손자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내 숨결이 그림을 가리키는 아이의 고사리 손에 닿았다. 육순 중반의 노인 냄새가 손자한테 닿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다. 다행히 책과 민트 사탕 향이 섞여서 혹시도 모를 몸의 냄새를 지우기는 했겠지만. 내 체취엔 분명히 16년 시골 내음이 배어 있었으리라. 아직은 후각보다는 몸 전체로 냄새를 맡을 나이의 아이다. 시골 냄새보다 그냥 좋아하는 '할아버지' 향기를 더 많이 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