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_042]경이원지(敬而遠之)하지 않는 만남

by 여상욱

나는 고-스톱도, 포-카도 못 한다. 들고 있는 좋은 패, 나쁜 패를 금방 들켜버리기 때문이다. 얼굴로 손 끝으로 열심히 내가 든 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꼭 그렇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경이원지'를 멀리하는 삶이 내 좌우명이 되었다.

경이원지,
다른 말로 입에 많이 올리는 '표리부동'이라고 하면 잘 알아들을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 좋아하는 체하면서 속으론 멀리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해관계로 얽혀 굴러가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서 겉과 속이 같게 살아가는 건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매우 중요한 약속을 하고 세상에 왔다. 나한테 허용된 만큼의 몸과 마음을 써다가 그 자국을 지우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약속 말이다. 표리가 부동한 심신의 사용은 그 자체로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사용 흔적을 지울 수도 없어 한 번 더 약속을 어기는 꼴이 된다.


친구 딸의 혼례식장을 찾으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시절, 소꿉친구와의 지울 수 없는 로망이 떠올려지는 건 왜일까?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경이원지하는 친구 숫자가 늘어간다. 겉형식이나 사무적ㆍ기계적 인간관계가 늘어나고 일회용 만남에 익숙해져 간다. 삶이 각박하다 보니 마음이 부족하고 생각이 변한 탓일까.

덴마크의 위대한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사람의 행복 90%가 인간관계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경이원지(敬而遠之)한 만남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된 만남만이 나와 이웃의 행복을 더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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