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_050] 응급실에서 생각하는 건강

by 여상욱

10년 전 어머니가 입원해 계시다가 돌아가셨고, 두 달 전 작은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던 병원입니다. 그 병원 응급실에 엊저녁 장모님이 실려 오셨습니다. 병명은 노환. 큰처남이 홀로 다 낡은 집에서 나름 최선을 다해 모시던 중, 기력이 고갈되어 호흡이 힘들어지셨던 겁니다. 체력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중환자실로 가야 한다는데, 아직 병실이 나지 않아 부를 때까지 응급실 간이침대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2차 진료 종합병원인데도 응급실 병상 수가 50여 개나 됩니다. 환자 대부분은 칠팔십 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보입니다. 양호한 건강 이력과 상관없이, 노쇠 증상으로 들어오신 분들입니다.


장모님의 팔과 가슴, 옆구리에 가늘고 굵은 줄들이 연결되어 있고, 전광판에 표시된 혈압, 맥박, 호흡은 모두 녹색 범위를 가리킵니다. 고른 들숨과 날숨을 쉬며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드신 것 같습니다. 아직 머리맡에 앉아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시는 듯하지만, 편안한 표정만큼은 숨기지 않으십니다. 계속 눈을 감고 계시다가 가끔 눈을 뜨고는 아주 짧게 주변을 살피시다가 다시 눈을 감으십니다. 다행히 어디에도 통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건강과 행복은 느끼지 못할 때가 많으나, 고통은 금방 느낀다. 그래서 고통은 견디기 어렵고, 고통이 오면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응급실 침상 머리맡에서 깨닫는 게 있습니다. 건강이 무엇일까를. 통증이 없는 상태, 그것만으로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녹색 범위를 가리키는 수치들, 고른 호흡, 편안한 표정. 이것들이 건강의 전부일까요?

아닙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때 건강한 겁니다. 신경 쓰이지 않을 때, 몸 어디에도 여길 봐 달라고 보채지 않을 때 건강한 겁니다. 지금 장모님 상황은 통증이 없을 뿐이지 건강한 상태는 아닙니다. 공기처럼, 빛처럼, 너무 당연해서 있는 줄도 모르다가 보이지 않을 때, 없어지고 나서 그 소중함을 느끼는 것, 건강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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