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회의

죄송합니다. 딴생각했어요.

by 상처입은 치유자
3시 59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천천히 몸을 일으켜 회의실로 향하는 입구 쪽을 바라본다. 볼펜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메모는 패드에 하지 뭐, 라며 패드에 손을 뻗는다. 패드에서 충전기를 빼고 겨드랑이 사이에 끼니 묵직한 따스함이 몸 전체에 퍼지는 것 같다.


핸드폰을 한 손에 두고 다른 손에는 컵을 들었다.

최대한 회의실 가기를 미루기로 결심한 나의 굼뜬 행동은 이제 출구가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몸을 돌려 2층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다. 앞에 먼저 가던 두 동료의 대화에 끼기가 멋쩍어 속도를 조절해서 그들의 걸음보다 살짝 느리게 걷는다.


부서장 자리와 살짝 떨어진 곳에 그렇다고 너무 멀지는 않은 그곳에 패드와 컵 그리고 핸드폰을 올려놓는다.


여기가 내 자리다.


"나이라는 강이 우리 사이를 흐르고 있구나."

마주 보는 책상의 동료들의 밝은 모습을 보며 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니 새삼 나의 나이가 고개를 든다.


씁쓸한 미소조차 나오지 않았다. 씁쓸함도 체력에서 나오나 보다.


오늘따라 궁금한 게 많은 부서장은 평소에는 하지 않던 호기심 어린 질문을 꼼꼼하게 짚고 넘어간다. 왜 저번엔 그게 궁금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게 궁금하다.


궁금한 걸 내뱉을 수 없는 나는 물을 천천히 마셔 질문을 넘겨버린다. 질문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탈출도 체력이 필요한가 보다. 두어 번 시도하더니 이내 잠잠하다.


나이라는 강 너머 동료를 쳐다본다. 눈동자를 한껏 아래로 내리고 있다.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완전히 닫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단. 나처럼 관찰하는 졸지는 않을 텐데. 그 옆에 동료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 흔한 미소조차 짓지 않는다. 머리 위에 배터리 한 칸이 아슬아슬하게 빛나고 있다. 시선을 돌려 사람들의 입모양을 바라본다. 모두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는 모양이다.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그것을 보는 나도 입을 앙물게 된다.


당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거다.


지난한 시간이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여행은 두 달 전보다 전날밤이 더 길게 느껴진다. 지금이 그렇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마무리 발언에 내 다리가 설렘에 떨리기 시작한다. 빨리 나가자고 재촉한다.


그렇게 겨우 도착한 회의 끝은 여전히 나의 편이 아니다. 컴퓨터 화면에 메시지창이 밀려와 겹쳐 넘어져있다. 클릭을 늦춰봤자 퇴근시간만 뒤로 물러날 뿐이다. 손가락을 재촉해서 업무를 마친다. 다행이다. 오늘은 13분밖에 안 늦었다.


이제 집으로 출근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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