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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킨무 젖은 계란밥

by 김연서

아이들에게 계란밥을 해주었다. 겸손한 메뉴지만 조금은 정성 들인 척, 성의 있는 척하고 싶어서 나름 예쁘게 꾸며서 작은 접시에 담아주었다. 안 먹는 건 알았지만 혹시 몰라서, 장식도 할 겸 마침 있던 치킨 무도 함께 올렸다. 그런데... 첫째는 괜찮았다. 물론 먹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둘째가 이의를 제기했다, 친킨무를 치우라고. 알겠어 알겠어~ 하고 달래며 치워주었지만 양념이 묻어있다며 계란밥까지 안 먹겠다고 야단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숟가락으로 도려주었는데, 그래도 성에 안 찼나 보다. 형아 것을 먹겠다고 나섰다. 이미 형은 먹고 있었고 싫은 치킨무는 손수 치운 상태였다. 그래도 둘째 눈에는 친킨무가 없으니 더 좋아 보였던 건지, 그냥 형 거라서 더 좋아 보였던 건지, 그걸 먹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형아는 자기도 치운 거라고 당연한 설명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 2호는 1호 것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냥 보고 있으면 첫째도 아니다. "안 되겠다 결국 이 방법까지 쓰는 군"이라고 아마도 속으로 말하며 그 빼앗긴 계란밥에 치킨무를 던지듯 올렸다. 나이스! 좋은 생각이다. 이것도 저것도 먹을 수 없게 된 둘째는 막강한 울음력을 발산했다.

그 뒤로 어떻게 달랬는지, 결국 밥을 먹긴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나의 첫 번째 아이의 지략에 감탄했고, 두 번째 아이의 막무가내력에 경탄하였다. 그 뒤로는 아마도 극도의 스트레스 인하여 두뇌에서 삭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까 싶다.

사건 당시 둘째의 나이는 5세였다. 아기도 어린이도 아닌 경계성 위치다. 내가 오냐오냐 키운 것도 있지만 타고나길 첫째와 비슷하게 예민하고, 다르게 순함 이란 없이 태어났다. 녀석은 순하고 한 녀석은 독하고 둘 다 초능력 수준으로 예민한 고난도 육아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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