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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임상 May 01. 2022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서문 초안

 개관 후 3,600여 일. 누적 관람객 100만 명.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지난 10년은 다사다난했던 대한민국 미술계의 작은 축소판이었습니다. 엄청난 사랑과 관심으로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관람객들을 미술관 너머 도로에 가득 줄을 세워 맞이했던 적도 있었고, 유례없던 펜데믹 상황으로 한 번도 닫힌 적 없었던 미술관의 문을 잠시 걸어 두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서울 중심가의 집회와 통제로 도로가 막혔음에도 도보로 언덕을 넘어 방문해주신 분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비를 뚫고 달려와 미술 작품들을 보며 평온과 안식을 취해 주시던 관람객, 할아버지와 손자, 다정한 모녀 등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관람하고 행복해하시던 그 모든 분이 바로 저희의 10년을 함께 일구어 주신 동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난 10년 동안 함께 해주셨던 수많은 작가님들이 계십니다. 작가님들의 수고로움과 진심 어린 마음 덕분에, 서울미술관의 10년은 가장 높게, 가장 빛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서울미술관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여기 10주년 기념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를 선보입니다. 인생의 모든 순간에 우리와 함께 하는 두 감정인 ‘두려움’과 ‘사랑’. 많은 예술가들도 이 두 감정 사이에서 깊은 예술의 혼을 길어내어 작품으로 빚어내곤 합니다. 이 두 마음의 경계에 서서 한 땀 한 땀 배어낸 작가들의 흔적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을 그대로 비춰내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때로는 뜨거운 정열에 취해 폭풍처럼 감정을 화폭에 담다가도, 끝을 모르는 절망의 끝을 묵묵히 비춰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예술가들의 두 마음 - 두려움과 사랑-으로 표현된 100여 점의 작품들은 위로와 희망으로 가득 관람객들을 채워 나갈 것입니다.



  사람의 수집가가 40 년의 세월 동안 ‘두려움과 사랑 마음으로 일궈낸 소장품들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작품가만으로 판단될 작품들이 아닌,      편의 드라마 같은 사연이 깃들어 있는 단편 소설과도 같습니다. 서울미술관의 설립자 안병광 회장의 지난 10년은 두려움과 아픔, 그리고 희망과 사랑으로 축약될  있는 파란만장한 시간이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사랑과 그것을 보며 행복해하는 관람객들의 표정이 그와 서울미술관을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자 원동력이었습니다. 이제 10년의 발걸음이 새로운 10년의 도약 점이   있게 새로운 희망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여기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마음으로, 묵묵히  걸어가고자 합니다.  길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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