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함은 흉내낼 수 있지만 여유는 불가능하다.
어렸을 때 나는 ‘철이 든다’는 걸 오해했다.
사실 나는 매사에 그렇게 진지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진지하고 FM대로 행동하는 게 어른스러움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그런 모습을 흉내 내며, 내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는 말을 들을 때 은근히 스스로에게 자아도취하며 만족감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건 그저 어린 생각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매뉴얼대로 흘러가지 않고, 사람도 늘 각 잡고만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고, 좋은 건 좋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태도가 진짜 ‘여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물론 책임감은 전제로 깔려야 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 위에 필요한 건 딱딱한 진지함이 아니라, 사회적 지능이다. 사람을 편하게 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내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내가 어릴 적 오해했던 ‘철든 어른’의 진짜 의미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