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음 환자요.”
무미건조한 톤으로 말하곤 차트를 본다.
[6/F, 나다순]
소아 환자다.
……
괜히 긴장된다.
악명 높은 K-보호자 때문도 아니고, 소아정형외과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도 아니다.
내 안에 있는 것들이 아이에게 전달될까 봐 걱정돼서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아이가 알아챌까 봐이다.
그것들은 건조하다.
난 아이들을 보며 ‘귀엽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게 아니다.
그저 내겐 아이도 세상의 풍경 중 하나일 뿐이다.
길가의 가로수나
그 아래를 지나는 행인이나
건물 외벽에 보이는 광고판처럼
날 올려다 보고 있는 아이도 세상에 어쩌다 존재하게 된 존재일 뿐이다.
‘아, 아이구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친구들이나 동료가 자신의 아이를 사진으로 자랑할 때,
기계적으로 ‘귀엽네~.’라고 반응해 주고는
속으로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간혹 그것을 알아채는 친구가 영혼이 없다며 나를 나무랄 때도 있다.
따뜻함이 결여된,
나의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을 아이가 알아챌까 걱정된다.
아이야.
날 그렇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지 마라.
난 널 곧 아프게 할지도 모르는 의사 선생님이자,
아이에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어 줌으로써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알려 줄 줄도 모르는 한심한 어른이란다.
몇십 년을 너보다 더 살았지만
너보다 대단한 점 하나 없단다.
그러므로,
나보다 대단하고 소중한 존재인 너에게 존댓말을 쓴다.
“다순님은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