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에 위기가 올 때마다

by 태이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일하고 있던 청년단체에서 연구 사업 하나를 맡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청년들이 어떻게 피해를 입고 있는지가 주제였다. 지역은 서울시 도봉구로 한정지었고, 간단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에 만났던 청년들의 솔직한 반응과 대답이 이후 내가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만들었다.


코로나19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그간 접촉으로 소통해왔던 모든 만남들은 차단되었고, 대규모 청중이 모이는 장소는 모두 폐쇄되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집 또는 방에 갇혀 지내야 하는 강제 독방라이프를 살게 됐다. 그래서 당시에 많은 뉴스 매체에서 1인가구 청년과 노인층의 정신, 신체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하곤 했다.


나 또한 연구를 설계하고 진행하면서 당연히 청년들은 고통을 호소할 것이라 예상했다. 왜 그런 그림 있지 않은가. 방 한켠에 배달음식은 쌓여있고, 씻지 않은 한 청년이 침대에 누워 넷플리스만 무한 재생하는 모습. 그러나 내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다수의 청년은 그다지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고 더 나아가 일부 인터뷰 참여자는 오히려 코로나19 펜데믹을 커리어 전환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어느 한 인터뷰이는 원래 직업이 마술사였는데 공연을 전혀 못하게 되자 국비 지원을 받아 드론 비행 자격증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관계가 단절되고 직장을 잃고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청년의 모습을 기대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어쩌면 내가 청년들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했기도 하고, 언론에서 그리는 청년의 상을 비판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 일을 계기로 커리어의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생각한다. 마치 마술사인 그가 드론 비행 전문가가 될 준비를 하는 것처럼, 직업은 얼마든지 바뀌어도 괜찮다고. 그리고 그 전환의 시기 동안 열심히 그리고 꼼꼼히 준비만 하면 된다고. 나의 정체성은 숨어있는 무언가를 찾아낼 때가 아니라 경험으로 하나씩 쌓아가며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매일을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채워가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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