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각 후보와 정당들은 온종일 트럭을 타고 다니며 동네방네 떠나가라 유세를 하고 있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는 주요 후보들의 얼굴이 대문짝만한 광고로 등장한다. 뉴스에서는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보도한다.
최근엔 이준석 후보의 이야기로 페이스북이 떠들석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이 키우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이 아이들의 롤모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계동과 목동에서 경험한 서사를 아이들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상계동 백병원에서 태어났고 은행사거리 학원가에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시절을 보낸 나에게 그의 말은 특별히 끔찍한 이야기다. 그가 얼마나 안티 페미니스트이고 약자 혐오와 갈라치기를 사용하는 정치인인지를 떠나서 말이다. 내 기억 속의 상계동 공부 열풍은 지옥 같았다. 학생들을 일주일 내내 학원에 집어넣고 영어 단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집에 보내지 않았다. 체벌은 우스웠고, 특목고와 민사고를 목표하는 반을 우대하여 그렇지 못한 학생들과 격이 다른 존재로 추앙하게 만들었다. 위계질서와 좌절감을 일찍이 맛보게 하는 곳. 잘난 소수에 들지 못하면 인생이 망할 거라는 패배감을 심어주는 곳이 상계동 학원가의 모습이다.
그런 삶의 경험을 아이들이 겪고 롤모델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입시 경쟁에서 남들을 짓밟고 이기기 위한 싸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는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부모들의 마음을 사고 싶은 듯 하다. 그러나 정치인이라면,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단순히 욕망 부추기기에만 몰두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