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말의 무게
#왜 아무도 엄마가 된다는 게 이런거라고 말해주지 않은거야
떠올리면 갑자기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그런날이 있다. 바로 '그 날'.
이유식을 먹지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아이에게 “대체 왜 안먹는거야!! 엄마가 얼마나 고생해서 만든건데!!”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는 그 말뜻을 알기나 할까. 도저히 입을 벌리지 않자 최후의 방법을 꺼냈다.
“안먹으면 때릴거야.” 무서운 눈으로 으름장을 놓았다.
“자 먹어!” 아이는 또 한번 고개를 돌렸다. 나는 기어코 그 작은 등을 내리쳤다. 아이가 으앙 하고 울기시작했다. 나는 또 한번 말했다. “이번에도 안먹으면 또 때릴거야.” 아이는 서너번의 반복에도 꿈쩍도 하지않았다. 더욱 거세게 울며 밥을 거부할 뿐이었다. 아이가 밥을 제대로 먹지않는 날이 하루, 이틀, 일주일, 한달이 넘어가자 초조해서 견딜수가 없었다. 또래보다 키와 몸무게는 자꾸만 작아져갔다.
지금의 세태에서 '그 때'의 나는 아동학대범일지도 모르겠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까지도 눈물이 흐른다. 미안해서. 그리고 바보같았던 내가 부끄러워서..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다가 그날이 떠오를 때면 아이를 안고 흐느낀다.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하고.
몇 해전 아이를 끌어안고 “엄마가 미안했어...”하고 읊조린적이 있다. 깨어있었던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왜 미안해?”라고 물었다. 잠시간 고민하다가 그날의 일을 아이에게 고백했다.
“엄마가 우리 네 등을 때린적이 있었잖아. 기억해? 밥 안먹는다고 혼내면서 무섭게 했었잖아. 그게 너무 미안해서..”
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그랬어? 나는 기억이 안나는데?”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네가 기억하고 있지 않아서 정말로 고맙다..
“그래도 미안해.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작은 체구의 아들은 나를 안아주며 발랄하게 말했다. “기억은 안나지만 용서해줄게. 엄마 괜찮아.”
그런 아이를 꼬옥 끌어안고 소리없이 울었다.
용서는 받았지만, 그로부터도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이 글을 쓰면서 울고 있다. 미안해서. 또 미안해서.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아이는 아직도 또래보다 여전히 마르고 작다. 그때의 나는 영유아 검진에서 아이의 성장률이 계속해서 떨어진다며 의사에게 경고를 받고 왔더랬다. 태어날때는 키몸무게가 또래의 50%였던 아이가, 돌이 지나서는 10%대로 떨어진것이었다. 두돌즈음에는 7%..그 이후로는 3%라는 수치를 받아들었다. 아이가 잘 크지못한게 모두 내탓만 같았다. 안먹으려고 하는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먹여보려고 고군분투를 했지만 아이는 늘 그런 내 노력에 답해주지 않았다. 한끼에 아이가 먹어야할 분유의 정량이 200cc라면 둘째는 100cc도 채 먹지 않았다. 한끼에 먹어야할 이유식이 150g일때도 아이는 2-3숟가락만 먹고 말았다. 이유식 조리를 맛없게 한 내탓인가 싶어 조리법을 요리조리 다 바꿔보아도, 시판 이유식을 이것저것 사서 먹여보아도 아이는 영 먹지를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뱃골이 작고 입이 짧은 아이라 그런게 아니었나 싶은데 그때는 모두 내 탓같았다. 아이가 잘먹는 이유식조리법과 정량에 대한 정보가 넘쳐났다. 그러므로 아이가 밥을 잘 먹지않는 것은 내탓이겠거니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은 하루에 5끼, 간식도 2-3번씩, 아주 자주 먹어야한다. 그 모든 식사시간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지라, 잠도 제대로 자지못하고, 육아노동은 노동대로 죽을만큼 하고있는데, 아이의 매 끼니때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니 온전한 정신으로 버틸수가 없었다. 그날 그렇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괴물같은 모습을 보이고 나서, 퇴근해온 남편에게 울분을 토해냈다.
“힘들어서 죽어버릴 것 같아. 자괴감이 들어서 오늘은 정말 죽고싶었어. 저 작은 아이의 등에 때릴게 어딨다고 내가 화를 내면서 아이를 때렸어. 내가 정말 엄마의 자격이 있는걸까?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동안 당신은 뭐했어? 당신은 오늘 왜 늦게 온거야? 나는 아이 키운다고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서 동동거릴동안, 당신은 왜 퇴근시간도 못지키고 이렇게 늦게온거야? 내가 얼마나 힘든줄 알아?!”
얼마나 많은 말들을 토해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참을 설움을 다 쏟아내고 엉엉 울어버렸다. 그때의 내 울음은 오열에 가까웠다. 힘든게 남편의 잘못은 아닌데, 그땐 남편밖에 쏟아낼곳이 없었다.
‘엄마’가 된다는게 이런건줄은 정말 몰랐다. 왜 아무도 나에게 이런 현실을 알려주지 않은거지? 왜 아무도 나를 말리지 않았냔 말이야. 왜 모두 아이를 낳는게 당연한 수순인양 말한거지? 나는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이런 어두운면을 전혀모르고 육아를 시작한 바보였다 나는. 그래서 나는 말해주려한다. 육아는 무시무시한거야. 알고 시작해. 그럼에도 반전은 있어. 할 수 있어. 라는 나의 회고이자, 나의 한걸음 뒤에 선 그대들에게, 그리고 그때의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메시지이다.
나는 아직 그때의 나를 치유하지 못했다. 그럼으로. 그래서. 이 한편의 책이 다 써지고 나면 그 상처가 다 낫기를 바라며. 아주 주관적인 목적이자, 나를 위한 글이 엄마인 당신들을 위한 글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