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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리 Jun 29. 2022

감상문_친밀한 이방인(정한아)

진짜와 가짜 그 사이

정확히 어느 날부터인지 지정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며 말보다 글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의 자아가 빠르게 달아나는 말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주저앉기 시작한 무렵부터일 것이다.

분위기를 그르치지 않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혹은 기억하지 못할 사소한 이유로 나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온 말이 이미지를 만들고, 소문을 끌어내고 나의 정체성까지 엿보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말의 굴레를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에 덴 탓인지 어느 상황에나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은 의미를 전달하는 글이야말로 나를 표현하는 참된 수단이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이유상이 남긴 일기로 인하여 내가 믿는 글이 얼마나 진짜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분명한 진짜는 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는 이상하고 오묘한 결론에 이르렀다.


진짜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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