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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리 Oct 05. 2022

고민은 많고 준비는 없던 우리에게

내가 쓰는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다. 이름난 사람의 성공스토리도 아니며 자기개발 지침서도 아니다.  지난 순간에 대한 부끄러움과 벅찬 현실과 예상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많은 고민 끝에 이혼을 택했지만 이혼 후 나의 삶은 생각지 못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공황장애, 아이의 불안증세, 그것을 극복하고 난 다음엔 주거, 돈, 교육, 주위 시선 등 숱한 현실적 문제들이 연이어 나를 았고 나는 준비 없이 맞이한 한부모 육아의 현실 앞에 무참히 쓰러져 갔다. 


그렇게 쓰러져 있던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소설몇 권이었다. 나는 소설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법 한 많은 인물들을 만났다. 그들은  옆자리에 앉은 동료나 몇 년을 알아온 이웃이 한번도 들려준 적 없는 속깊은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았다. 나는 그들이 들려주는 슬프고도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이야기에 절절한 공감을 표하는 것으로 독자의 도리를 다 했다. 그와 동시에 싸우고 화해하고 실패하고 무너지고 그러다 다시 일어서는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는 누구나 다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내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는 한참동안 나를 괴롭히던 결혼 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졌고 다시 일어날 용기를 얻었다.


어느덧 이혼 2년 차, 이제 이혼이라는 단어 앞에 제법 당당해진 내가 예상치 못한 현실에 쓰러지고 좌절했던 지난 삶의 기록을 엮어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다. 흔한 이혼녀의 삶을 다룬 것에 지나지 않는 이 글이 고민은 많았고 준비는 없었던 우리에게 작은 위안과 용기를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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