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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리 Jun 11. 2023

홈트 다음 홈테(글쓰기를 통한 치유)

휴직일기_2023.06.10.

이름을 간절히 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흠결 따위는 무리 없이 가려줄, 격이 있고 눈부신 름을 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직급을 대신할, 이혼녀라는 딱지를 덮어줄 환하게 눈부신 이름을 원하던 철없는 시절이 있었다.


글 몇 자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존재, 지식을 전파하고 깨달음을 주는 존. 그런 존재에 부여되는 는 이름이야말로 내가 간절히 원하던 이름 같았다.  이름을 얻고 싶어 다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쓰기와 멀어져 살아온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상상력이 부족하고 구성력이 떨어지니 소설을 쓰기도 어려웠고 세심하지 못하니 시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쓸 수 있는 게 딱히 없어서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억울한 날은 억울한 대로 슬픈 날은 슬픈 대로 즐거운 날은 즐거운 대로 내가 느낀 감정과 상황을 왜곡 없이 담아내려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발견하고 감정의 원인이 되는 대상(사건 혹은 사람)이 무엇인지 찾아내어 '그것'과 '나'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는 과정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정확하게는 '돌아보기'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었다. 그 과정이 때론 잔인하리만치 가혹해서 내가 저지른 잘못과 크고 작은 실수 앞으로 나를 몰아넣기도 했고 때론 지혜로운 선생님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두 해 째, 출간 작가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나의 성격과 자질에 대해 제법 잘 게 되었고 당면한 상처를 극복할 힘이 조금 생겼다. 그리고 내가 써 온 글쓰기와 돌아보기의 과정을 사람들 앞에서 강의할 기회도 얻게 되었다.


홈트로 몸 건강을 돌보는 것이 보편화된 요즘 세상에 나의 강의가 글쓰기를 통한 마음 돌봄(나는 이것을 '홈테'라 부르고 싶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작은 도화선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여 귀한 시간 내어 나의 강의를 들으러 와 주신 분들, 내 글을 읽어주시고 힘을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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