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정정희 작가 인터뷰 그 후.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초미세 마이크로 자기 검열 시스템을 24시간 풀가동해 끊임없이 수치심과 죄책감을 생산해내는 ‘작은 마음 공장’ 공장장이라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거나, 타인에 게 내 생각을 확신시키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하는 인간이다.
일찍이 나의 지인들이 너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에도
"내가 문창과 나온 것도 아니고,
문학 천재도 아닌데. 내가 무슨 글을 쓰느냐"
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항상 나를 응원하는 특별한 친구가 진심으로 격려하며 끊임없이 넌 할 수 있다고 세뇌를 했어도 ‘난 못해 마인드’는 여전히 강건해서 무너지지 않았다.
영원무궁할 것 같았던 그 철옹성을 무너뜨린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그냥 대충 아는 사람 A와 B였다. 전문가답지 않은 자칭 전문가 A와 B의 활발한 활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아, 꼭 잘해 야만 하는 건 아니니,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르륵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그전까지의 나는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안정감이 있어야만 도전할 용기가 생기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그 철옹성이 무너진 것처럼 성격이라는 것도 불변 고정은 아니더라.
세상의 모든 일을 100% 좋다,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나라는 인간도 100% 이렇다, 저렇다 구분 지을 수 없고 내가 가 진 어떤 점도 100%로 좋다, 나쁘다로 규정할 수 없다.
심지어 내 가 보기엔 약을 팔고 있는 것이 확실한 A와 B도 그 존재와 활동에 대해 100% 좋다, 나쁘다 단정할 수 없다. 그들의 활동으로 도움을 받고, 만족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으니까.
끈덕지게 붙어 있는 나의 나쁜 점이 과연 지구 끝까지 나쁜 놈일지 아닐지, 나를 규정하는 많은 조건에 좋고 나쁨의 구분을 걷어내면, 그 안에 있을 무언가를 발견해내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