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뻘소리
선거일은 다음 주이나 당일에 투표가 어려울 것 같아 오늘 외출한 김에 사전 투표를 하고 왔다. 회사에서 투표하고 오라고 1시간 출근을 늦춰주긴 했는데 그걸로는 택도 없을 것 같..
* 사전 투표는 본인의 주소지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신분증만 있으면 투표가 가능한 제도이다. (굉장히 편리하다.)
오늘 일이 있어 코엑스에 갔다와야 했는데 근처에 삼성동 주민센터가 있어서 잠깐 들려 투표했다. 관외투표자로 2분 정도 밖에 안 걸린 듯. 무슨 학생회장 선거하는 느낌.......
사실, 부끄럽게도 난 정치에 관심을 가진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제작년에 우연한 계기로, 아는 분께서 내게 "아영 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으시냐?" 고 물으셨고,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문외한"이라고 답변했었다. 그런 내 답변에 그 분은 놀라시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반문하셨었다. 그 땐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도 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이 있다. 부끄러움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어린 나이였으니 그럴 수 있다 라고 포장하기에도 부족할 정도로 내가 내놓은 답변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그 덕분에 나는 정치나 시사 뉴스에 관심을 조금이나마 가지게 된 것 같다. 그 때의 기억이 너무 부끄러워서.
정치라는 것이 어렵고 까다로워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우리 생활과 매우 맞닿아있다. 생활의 아주 사소한 부분도 모두 정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은 마땅히 정치에 관여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타고 다니는 버스나 지하철, 우리가 사서 피우는 담배,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 심지어는 TV를 볼 때 사용하는 전기까지. 이 모든 것이 정치와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도 본인은 정치에 문외한입니다, 라고 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애초에 정치를 어렵게 여겼던 까닭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일단 뿌리부터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YTN이나 뉴스를 틀면,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이 서로 주먹질이나 해대고 있으니 어린 내 눈에도 한심해 보였던 거다. (비리 뉴스도 끊이지 않았고.) 정치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 보수와 진보, 여당과 야당, 1번과 2번. 한국인들이 가진 정치 이념은 모 아니면 도 성향이 강하다. 물론, 외국의 경우도 그렇다. 그런데 한국은 분단국가여서 그런지, 조금 더 서로에 대한 골이 깊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막막할 따름이다. 너무 순진한 생각일 지도 모르나, 정치는 흑백논리처럼 어느 것이 옳고 그른다고 선 그어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제 아무리 소사일지언정.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개인의 욕심보다는 조국의 안위를 생각하고 그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할 각오가 된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해야 한다. 그 선출권, 투표권은 곧 국민에게 있는데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던 내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는 것과 같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한다. *셰임 온 유*
정치를 모른다는 것은 핑계다. 모른다면 최소한 관심이라도 가지고, 성의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SNS에 올라오는 정치 뉴스를 보고 욕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더 자세한 사실 관계를 알려고 하는 사람은 못 봤다. 정보(사실)를 잘 전달하는 것은 미디어, 언론이 수행해야 할 의무이지만 정보를 이해하고 습득한 후 활용하는 능력은 개인의 몫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고자 하면, 스스로의 의견을 피력할 줄 알아야한다. 정치에 대한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추구해야 할 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우리는 어렵고 험난한 과정일지라도 끊임없이 배우고 부딪히고 깎여서 일종의 좋은 선례를 남겨야할 의무가 있다. 건설적인 정치는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