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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Jan 15. 2017

혼자 떠나면 마냥 외로울까

 

혼자 하는 여행이 뭐가 재밌어?


 혼술, 혼밥, 혼자 여행. 이제는 더 이상 혼자서 즐기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버렸다. 더이상 매우 특별하다 치켜세울 것도, 유별나다 할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럿 이유들로 혼자 떠나는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 또한 나 홀로 여행의 경험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들로 항상 고민에 빠지고는 했다. 둘이 가면 덜 부담되었을 식비, 숙박비,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민스러울 법한 치안 문제 등등. 많은 여행자들이 한 번쯤은 꿈꿔보았을, 그리고 떠나보았을 '나 혼자서 하는 여행'에 대해 짧게나마 감상을 남기고자 쓰는 글.





 나 홀로 여행의 장점


 1.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을 위한 시간'과 '눈치 볼 일이 없어' 적은 감정 소모

 나의 경우, 왕복 비행 편을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알 수 없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외로움쯤이야 금방 극복해내겠지, 오히려 내 위주로 스케줄을 집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알차겠어... 둘 이상씩 여행을 떠났을 때에는 분명 외롭지는 않았지만 일정 도중 어쩔 수 없이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 생긴다. (물론 이것은 당연한 것.) 그렇지만 혼자 떠나게 되면 오롯이 나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이동하고 싶은 동선대로 이동하면서, 힘이 들면 쉬어갈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스케줄 변동을 줘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내 선택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더라도 난처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 원하는 장소에서 잘 수 있다.

 여행 전, 가장 많이 다투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된 일정 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숙소는 사실 여행자들에게 꽤나 중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각자 생각하는 예산이나 룸 컨디션, 서비스가 다르기 마련이어서 의견 충돌을 자주 빚고는 한다. 혼자 떠나게 된다면 그 또한 여러 가지 선택에서 자유롭다. 게스트하우스냐 호텔이냐, 다운타운이냐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이냐, 그 외 조식 여부까지.


3. 여행 도중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

 비단 나 홀로 여행자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기는 한데, 둘이 다닐 때와 혼자 다닐 때 체감한 정도의 차이가 있어 이 글에 거론하게 되었다. 둘 이상 여행을 다니다 보면 대개 일행들끼리 노는 자리가 많고 또 그것이 어떻게보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유명한 관광지를 가도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면 그만이고, 밥도 끼리끼리 먹게 되고, 방도 2인실을 잡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레 다른 이들과 맞닿뜨릴 기회가 적어진다. 하지만 혼자의 경우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비용이 부담되어 숙소는 도미토리로 예약하는 경우가 많고, 사진도 (요샌 셀카봉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찍어달라고 부탁하게 된다. 길을 몰라도, 심지어는 숙소 휴게실에서 쉬는 시간에도 누구와 만날 기회가 항상 열려있고 또 적극적으로 그 기회를 잡게 된다. 나 또한 평소 성격이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편은 아닌데, 외로움에 심하게 젖어있다보면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굳이 회피하지 않고 잡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전까지 여럿이서 여행을 다닐 때는 못 사귀었던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한국에서 온 나 홀로 여행자들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4. 정산의 어려움이 없다.

.. 깔끔하게 떨어지는 계산. 이하 생략(눈물)


5. 감상적인 여행

 이상하게도 둘보다는 혼자일 때 예민해지고 또 감각적으로 살아나는 느낌들이 있다. 혼자 떠난 여행이라면 그것들을 상당히 흡수력 있게 수용하게 된다. 같이 떠나온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겁게 여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혼자 떠나 모든 것들을 나만의 시각으로, 방법으로 강렬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나 홀로 여행의 단점


1. 나눌 사람이 없을 때 외롭다.

 당연히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나 홀로 하는 여행의 최대 단점은 아마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매시매초 외로움과 고군분투하고 있을 나 홀로 여행자들을 위해 건빠이.. 고독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지만 사실 그게 쉽지 않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상당히 상대적이기도 하고 좀 잡을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외로움을 타지 않는 나조차도 꽤나 애를 먹었다. 외로움이 가장 크게 와 닿을 때를 개인적으로 꼽자면, 좋은 것을 보고/먹고 있는 데도 나눌 사람이 없을 때. 그럴 때면 절로 '누구누구'랑 같이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에서 그 사람의 존재감과 평소에는 잊고 살던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고. 고로 단점으로만 꼽기는 어려울 듯하다.


2. 먹고 싶은 대로 주문하기가 어렵다.

 경제적 이유로, 혹은 양적인 이유로 먹고 싶은 음식들을 주문하기가 어렵다. 먹어보고 싶은 음식은 많은데 몇 접시를 시키자니 혼자 먹기엔 너무 많고, 금전적으로도 부담이 된다. 그렇다 보니 양도 적절하고 가격도 괜찮은 음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보기를 좁히게 된다. 특히나 혼자서 방문하기 부담스러운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이나 그 외 식당의 경우엔 더하다. 여행에서 먹는 것은 매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꽤나 많이 아쉬운 부분.


3. 겁이 많아진다.

 혼자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스케줄은 자유롭게 짤 수 있지만, 치안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해가 지면 숙소에 일찍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둘이서 다녔다면 조금이라도 더 보고 들어갔겠지만 혼자라면 괜히 조심하게 된다. 물론, 밤늦게까지 용감하게 다니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의 경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주의하는 편이다. 떠난 곳이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지역이라면 미리 경각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 것이 맞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 기준에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들은 다 다르기 때문에 아주 주관적인 글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나 홀로 여행은 살면서 꼭 한 번쯤은 떠나봐야 한다 권하고 싶다. 물론 따르는 위험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보다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장점들도 존재한다. 그것은 오롯이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당신만의 감정이기도 하다. 당신만의 생각, 선택, 그리고 길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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