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중요한 진짜 이유
고객은 누구이며 왜 중요할까?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단순한 질문이지만 답하기는 쉽지 않다. 단순히 프로덕트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또는 구매할 의사가 있거나 전혀 없는 사람들이 고객일까? 사업과 프로덕트의 관점에서 고객은 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에 무수한 기업들이 고객 가치 실현을 위하여 그토록 노력을 기울이는 걸까?
관점에 따라 고객이 왜 중요한지는 달라질 수 있다. 제품의 관점에서, 그리고 회사(사업)의 관점에서 고객이 중요한 이유를 나눠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혁신을 칭송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마치 불을 처음 발견한 선사시대의 사람들처럼 전에 없었던 발견이라며 혁신을 천재적인 발견과도 연결 짓는다. '혁신'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 것일까? 천재적인 영감과 직감 역시도 결국 어떤 필요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고민을 하다 보니 회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고객은 큰 그림을 위한 초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은 주로 문제 해결에서 시작되고, 회사에게 문제는 곧 기회와 다름이 없다. 기업에게 고객이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고객을 통해 기업의 향후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의 제품을 어떻게 강화하고 개선할지, 어떤 신제품을 개발할 지도 결국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달려있기에.
이러한 면에서 고객은 퍼즐 조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고객들은 본인도 모르는 가능성(또는 문제)을 언제나 안고 있고, 이 퍼즐 조각들을 잘 맞춰 고객 기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내는 행위가 결국 사업의 본질 아닐까?
게다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고객은 회사 매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히 제품의 구입 여부를 떠나 현재의 고객들은 마케터의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입소문을 타는 등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활동이 있었겠지만, SNS가 고도로 발달한 지금은 제품을 알리기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 됐다. 소비에 최적화된 환경에서 고객들은 개인이 사용한 제품의 후기를 공유하며 매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회사에 고객이 중요한 이유는 충분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프로덕트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고객을 놓치면 제품의 실패 확률이 상승한다. 최근 시장에서 본 사례로는, 한 회사가 회심의 역작이라는 타이틀로 전에 없던 유형의 제품 A를 시장에 선보였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분명 제품에 프라이드를 갖고 만족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지없이 싸늘했다. 신기하기는 했지만 고객들이 지갑을 열고 구매할 만큼 필요하거나 매력 있는 제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도 분명 고객에 초점을 맞춰 제품 A를 개발했겠지만, 그것이 다수의 고객이 원하는 바와는 거리가 먼 가치였다면?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고객을 정확히 앎으로써 효과적인 가치를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제품 전략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제품의 실패가 곧 혁신의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품은 실패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내외적으로 충분히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어낸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혁신이라 평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진화를 떠나 시장에서 혁신을 평가하는 주체는 주로 고객이었다고 생각한다. 제품의 관점에서 고객이 중요한 이유는 프로덕트를 사용하던 기존 고객을 지키고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이면서 제품의 혁신과 성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