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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영 Sep 22. 2020

클래스101은 PMF를 찾았을까?


"준비물까지 챙겨주는"


고객의 문제를 기존과 다르게 어떻게 새롭게 정의했을까?


시작은 <페달링>이라는 서비스였다. ‘사람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게 해주자’라는 미션을 가지고 과외 매칭 서비스인 <페달링>을 런칭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입시 준비'라는 학부모의 명확한 니즈가 있는 오프라인 과외 시장의 특수성을 극복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중개 수수료도 받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수익 모델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페달링은 과외 매칭 서비스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프라인 수업의 불편점을 역이용한 사활을 건 피봇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입시 시장→ 성인 교육 시장으로 타겟을 전환한 것이다. 클래스101은 '부담 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구독자들의 문제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확보할 수 없다'는 창작자들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클래스 101은 자사의 미션대로 구독자만 사랑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닌, 크리에이터 역시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문제를 재정의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해결 방식을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통해서 어떻게 해결하는지  


    1. 온라인 클래스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 : 크리에이터도, 클래스메이트도 수강 과정의 부담을 덜 수 있다.


(1) 크리에이터는 수업 공간을 대여하지 않고도 클래스를 오픈하여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제공할 수 있고, 수강생들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통해 클래스메이트는 시간적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고 크리에이터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모두 덜 수 있게 됐다

.

(2) 크리에이터의 발전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클래스101은 대면 강의와 다르게 수강생이 어디서든 모여든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기만 하다면 어디에 살든, 몇 명이 되었든 크리에이터의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다. 이는 향후 창작자가 여러 방면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의 기회가 커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3) 클래스에 필요한 준비물을 수강권에 포함시켜 수강생이 수업 전에 필요한 키트를 배송받을 수 있게 했다. 수강생들은 오프라인 수업과 달리 어디론가 이동해 수업을 들을 필요 없이 배송받은 키트로 영상을 보고 따라 하면 된다. 솔직히 온라인 클래스를 결제해도 눈으로만 보고 직접 따라 할 수 없다면 뚜렷한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다. 클래스메이트들은 수업에 필요한 키트를 미리 지급 받음으로써 본격적으로 취미에 몰입해보자, 시작해보자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2. 수요조사 : 수강생들이 원하는 것만 팝니다.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원리의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해 일정 기준의 수요가 충족될 경우에만 강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크리에이터들은 강의 제작 전 컨텐츠가 가진 수요와 방향성을 측정할 수 있어서 좋고, 구독자들은 수업 할인을 받을 수 있어 좋고, 클래스101도 유저의 선호도를 파악하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좋다.

(Q. 하지만 수요조사의 데이터가 실 구매 수요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궁금하다.)  


3. 적극적인 수업 참여 유도


(1) 이미 대중들에게 검증된, 유명 크리에이터를 섭외해 클래스메이트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했다. 아무래도 이름이 잘 알려진 유명 쉐프나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제공하는 수업은 왠지 모르게 더 믿음이 가고 몰입해서 듣게 된다. (나라도 백종원 선생님이 나와서 가르쳐주면 그게 물 끓이는 방법이라도 눈을 반짝이며 들을 것 같다.)

(2) 유료로 강좌를 제공함으로써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강의를 듣도록 나름의 강제성을 주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듣게 되는 매직. 실제로 클래스101의 시작점은 무료 취미 컨텐츠 소개였다.  


4. 수수료 No, 수업당 수업료와 정액제 정산 방식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수강생들은 크리에이터로부터 즉시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클래스101은 수업당 수업료를 받고 기간 내 다시 보기를 지원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크리에이터는 계속 수업을 하지 않아도 한 번 컨텐츠를 제작해두면 이전 수업을 통해서도 수익을 계속 환원받을 수 있다. 유튜브는 팬층이 두터운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의 정산을 받기가 쉽지 않다. (클원은 이것을 '연금'이라 부르는 듯했다. 나도 타고 싶다, 연금..)  


여기서 고객이 사랑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충분한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지


클래스101의 고객은 구독자와 크리에이터 모두이다.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서 대부분의 불안 요인은 불안정한 수입과 일감인데, 클래스101은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역량에 따라 정산 금액이 달라지는 정액제 모델을 통해 창작자와 수입을 분배한다. 강의 컨텐츠를 제작할 때 클래스101의 지원을 덜 받으면 덜 받을수록 창작자가 가져가는 정산 금액은 늘어나는 구조다. 뿐만 아니라 수요조사나 다시 보기를 통해 준비 비용을 절감하고, 시간을 들여 강의하지 않아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끔 한다. 요즘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위씨'와 같은 다양한 창작자 지원 제도를 개발하여 크리에이터가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강생들을 위한 고객 가치 역시 만들어내고 있다. 수강할 수 있는 클래스의 범위가 점차적으로 넓어지면서 성인 취미 교육 시장의 주 고객층이었던 2, 30대들 뿐만 아니라 4~50대는 물론이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수강생으로 유입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엔 클래스101 키즈 서비스도 출시했다.) 수업 장소까지 매번 찾아갈 수가 없어서,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듣고 싶은 강의가 없어서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이제 클래스101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취미 수업을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또한 클래스 101은 수업을 연속 수강할 시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하여 응원권이나 클래스 2주 연장권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작은 혜택을 제공 중이다.  


그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해결책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고객이 얼마나 많은지




취미 시장의 크기는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특성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시기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시장이 크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고, 현재는 코로나 특수 상황까지 겹치면서 클래스101과 같은 온라인 취미 클래스들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취미 클래스의 가장 큰 두 주체는 창작자와 수강생이다. 창작자는 일정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예술 분야의 창작자들은 작품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월세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이 외부 강의나 외주 작업을 하며 투잡, 쓰리잡을 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지도가 높은 창작자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일수록 안정된 수입을 얻기가 어렵다.


비단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들도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다소 오래된 조사 결과이기는 하지만 수입이 채 100만 원도 안 되는 프리랜서들이 1000명 중 330명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이며 현실은 이보다 더 나쁠 확률이 높다. 지방에 살거나, 또는 분야가 문화/예술 쪽이라면(저 통계에는 다소 페이가 센 편인 IT업계의 프리랜서까지 포함되었다.) 훨씬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열정 페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문제는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의 가장 큰 문제이자 현실은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점이다.



수강생들은 어떨까? 문화센터는 온라인 취미 클래스와 다소 다른 부분이 있지만, 소비자들의 니즈에서는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리서치 자료로 활용했다. 취미 클래스의 수요는 이미 클래스101 등장 이전에도 있었다. 예전부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부담 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깔려있었다. 사실 취미가 시작부터 거창하고 어려우면 부담스럽다. 취미에 목을 매는 사람은 적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부담 없이, 가볍게 배워보고 싶어 하고 일부의 사람들은 이런 자기 계발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의 전향을 꿈꾸기도 한다. 클래스101은 수강생들이 '어떤 것을 원할까'에 포커스를 맞춰 해결책을 제시했다.  


해결책이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에게 비용과 품질의 큰 변화 없이 제공될 수 있는지


리서치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수강생들의 고객가치를 충분히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수강생이 내용을 학습하고 익히고 배움에 만족하는 경험까지 제공되어야 이상적이다. 사실 키트 제공이라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수강료 안에 준비물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고 준비물 키트의 질 역시 보장되지 않는다. (배송이 늦게 오거나 질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다면?)


수업의 퀄리티는 크리에이터마다 차이가 있다. 물론 클래스101가 MD를 두고 최소한의 품질 확보를 하려 노력하고 있고, 시그니처나 리브레 라인을 통해 크리에이터들의 전문성을 홍보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모든 수강생들이 이런 전문성이 보장된 라인만 수강하는 것은 아니다. 사견이지만, 이런 취미 클래스의 경우 첫 손님이 마지막 손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두 푼 하는 강의도 아니고 큰 마음먹고 결제했는데 강의 내용이 불만족스러워 1~3강 정도 듣고 환불을 한다면.. 당연히 좋은 입소문이 날 리 없다. 한 기사를 보면 수강자의 클래스 만족도는 평균 97% 이상이라고 한다. 이 서베이에 수강을 중도 해지한 고객의 평가가 포함되었을까?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데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차별적인 경쟁우위가 있는지


클래스101과 비슷한 서비스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고, 등장하고 있다. 사업 모델은 다르지만 취미에 필요한 키트를 정기 배송하는 '하비인 더 박스'라는 서비스도 있고 유사한 포맷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사실 현재로서는 동일한 컨텐츠로 다른 플랫폼에서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정도의 룰만 둘 수 있을 뿐, 크리에이터와 독점 계약을 맺는다는 둥 컨텐츠 외적인 영역까지 "일해라 절해라" 할 수는 없다고 한다. (물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 부담은 오로지 소비자의 몫이 된다. 수강가며, 컨텐츠의 질이며 종국에는 모두 하락하게 될 것이다.) 대신 클래스101은 누구보다 빠르게 크리에이터를 섭외하고 속도감 있게 컨텐츠를 내놓으며 앞서 나가고 있다. 빠른 실행은 클래스101 최고의 경쟁력이다.


"빨리 런칭하고, 그냥 배포 해버려라 (Launch fast. Just ship it.)"


좀 구체적으로는, 클래스101만의 섭외 능력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섭외 능력은 거의 저세상급이라 생각된다. (이것도 결국 빠른 실행이 중요한 키인 건 맞지만.) 그렇게 각 분야에서 유명한 명사를 빠르게 모셔오는(?) 능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리서치를 해보니 명확한 업무 메뉴얼이나 레퍼런스는 없다고 한다. 사실 이런 교육, 취미 클래스 같은 경우는 누가 가르치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유튜브 광고를 보다가 유명 영어 교육 플랫폼의 광고에 타일러가 모델로 나오는 걸 보고 '저건 들어볼 만하겠는데?' 하고 느낀 적이 있다. 수강하면 아이패드를 주고(클래스101로 따지면 키트가 될 것이다), 무슨 쿠폰을 주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타일러가 나와서 실용적인 구문을 알려주며 한 번 들어보라고 꼬신다는 점이 가장 솔깃했다. 대도서관, 박막례 할머니, 슛뜌(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라 넣었다�)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클래스101이라는 같은 플랫폼에서 강의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막강한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위의 것들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인원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는지


현재 클래스 101의 구성원, 클둥이들의 수는 160명 정도다. 클원 역시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그렇듯 애자일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소규모 셀 조직으로 모여 문제를 집중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름의 차이가 있다면 디자인 중심의 애자일 체계라는 점 아닐까. 예를 들어, 메인페이지와 상세페이지 그리고 결제페이지 등을 하나의 셀로 보고 그 안에 PM,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매일 각 셀마다의 고객 이탈률을 확인하고, 특정 셀에서 고객이 많이 이탈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담당 팀원 모두가 해당 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조직문화도 눈여겨볼 점이 있는 듯했다.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평어를 쓰고 닉네임을 부른다는 점. 수평적이고 젊은 문화를 지향하고 있는 조직인 건 분명해 보인다.




Summary.

결과적으로 클래스101은 피벗을 통해 프로덕트 마켓 핏을 찾았다고 생각된다. 프로덕트가 시장을 움직이고, 시장이 프로덕트를 바꾸는 관계 속에서 클래스 101은 새로운 취미 시장을 꾸준하게 개척해 나가며 변화하는 시장을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고객에게도, 클원에게도 유의미한 발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소비자로서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클원이 사업가치뿐만 아니라 고객 가치 창출을 위해서도 앞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클원의 클래스메이트,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참고 자료]

금재현 클래스101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로덕트 마켓핏 찾기] 프로덕트 마켓 핏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들 - 모비인사이드 MOBIINSIDE

'마켓·아이템·팀',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세 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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