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작가 Nov 17. 2022

공기 두 방울

2022.11.16

1.

푹잤다. 아주 아주 오래간만에 푹 잘 잤다.

늦게까지 업체랑 일하면서 자료 제출하고는

담이가 알려준 꼬리잡기 게임 두 번하고 숙면했다.

내 마음대로 스트레칭하고 일어나는 개운한 아침!


2.

담이가 친구가 스무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살면서 친구 그리 많이 말고  마음아는  명만 있음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지금은 많은  좋다고 하더라. 웃었다. 귀엽고  말이 맞다. 나도 그땐 그랬나?


3.

종일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해가 지는 것이 몸에 녹아드는 것 같다. 꼭 몸속에 해가 지는 것처럼 해가 있어야 더 생동감 있다. 되도록 해가 보이는 곳에서 자리 잡는다. 좋아하는 카페도 일찍 가는 편. 그리고 좋아하는 자리도 두 자리 이상 생각해 두는 편. 그래야 희망이 두 개지.


4.

우연히 가만히 있다 보면 좋은 향이 난다.

어떨 때는 달콤한 빵의 따뜻한 향, 쿠키 굽는 냄새, 커피 냄새, 꿉꿉한 오래된 나무 향, 그리고 좋아하는 핸드크림 냄새. 아. 내가 카페를 좋아하네.


5.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을 때가 있다. 애초에 상상하는 것이 좋았던 것. 실제로 먹어보거나 취해보면 상상이 나았지 않나 하고 두 번은 없는 일들이 종종 있다. 아니면 두 달에 한번 정도나. 내가 라디오를 더 좋아하는 이유. 시각적으로 너무 편안해~ 특히 지금처럼 갑자기 틀었는데 좋아하는 곡이 나오거나 하면 입가에 미소가!


6.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나는 쑥스러운 칭찬에는 마음속으로 이미 공연 중. 우주는 그런 나에게 칭찬을 온몸으로 듣는다고 표현한다. 가만히 있노라고. 오로지! 칭찬 흡수하는 일에 집중하기! 그렇게 소중히 여겨지는 마음들은 나에게 아주 좋은 자존감으로 밥심처럼 느껴진다. 세밀하게 칭찬해주는 그대들 너무 고마워. 기린 고마워!


7.

약속이 있는 저녁이 되면 가장 긴장된다.

가장 먹고 싶은 것을 찾으려 네이버 지도를 켜고 픽 해둔 음식점들을 하나하나 보며 지금 있는 내 지점과 너무 멀지 않은 선에서 맛들을 상상 해본다. 직장생활이 길었어서인지 아침과 점심은 고민이 안되는데(너무 직장인 모드) 저녁은 궁금하다.

어제는 그리 궁금하던 오징어 미나리무침과 굴국밥을 먹으러 기찻길까지 다시 가서 먹고 왔다.

그리고 한 술을 먹고는 '크' 소리 낸다. 주문한 음식들 조화롭게 둘 다 맛있을 경우는 저녁이 아주 행복하지. 이모의 오래된 친구와 하는 구수한 스피커 통화도 정겨운 오늘처럼.


8.

최근 일어난 일들 중 가장 좋았던 일을 물어보셨다.

단연 마음이 어렵던 일들을 정리하고 새 일을 찾으려는데 주변에서 또 좋은 일들로 잘 연락이 와서 문제없이 수월하고 매끄럽게 처리된 일을 이야기했고. 꼭 톱니바퀴 같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시간들 중 지나다가 주운 쓰레기나 주변에 선한 영향을 끼친 일들이 돌고 돌아 네게 온 것 아닐까 하는 답변을 받았고. 부드럽게 웃었다. 내 주변엔 너무 좋은 이들이 많다.


9.

자주 가는 상수리에서 새로운 무알콜 음료를 마셨다. 매번 무알콜만 마시다 보니 여러 가지 음료들을 시도하는데 두 잔 이상 마시게 될 때는 닥터 페퍼를 마신다. 사탕 녹인 맛이 나는 탄산음료.

오늘은 얼그레이가 들어간 무알콜로. 이름은 혜 언니가 마음대로 만든 거라 누군가는 '휘뚜루마뚜루'라고 이 음료를 부른다고 하더라. 앞으로 시킬 음료가 휘뚜루마뚜루라니. 너무 귀여웠다. 다음에도 이걸로!


10.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집에 오는 길에 내일 오전까지 끝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작은 문제도 있어서 풀고 작업하다 보니 새벽 세시까지 하게 되었는데, 괜찮았다.

항상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나의 마음을 쉬게 하고, 내 삶의 여유를 두고. 예를 들어 최근에는 정신없이 일해도 꼭 저녁을 먹는다. 맛있게 먹고 싶은 것으로. 그리고 식사 후엔 따뜻한 차를 한잔 여유로이 마신다. 이 작은 루틴은 힘이 있다.


11.

그리고  푹 자고 일어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기 한 방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