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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작가 Nov 19. 2022

공기 세 방울

2022.11.17

1.

세시간반 숙면하고 일어나니 방이 뜨끈하다.

어제 따뜻하게 틀어놓고 잤는데 일어나니 내 방온도에만 반응한다. 겨울인데 꼭 봄처럼. 재빠르게 온도를 조절하거 아침을 맞는다.


2.

오늘은 7시반쯤 눈을 떴다.

나보다 이르게 아침을 맞는 이들의 연락들이 와 있다.

혹은 이르게 잠든 이의.

일과 지인들의 스몰토크로 입가에 미소기 인다.


3.

엄마랑 긴 안부 통화를 한다. 매일아침 큐티 이후.

매번 '통화 괜찮니?' 묻고 시작되는 통화는 정겹다. 매일 통화를 하지만 매일 나눌 대화가 많다. 대화 하면서출근길에 오른다. 통화하면서 이동할 때는 되도록 걷거나 버스 뒷자리에 앉거나 한다. 오늘은 유독 날이 맑고 선하다.


4.

노지귤이 제주도에서 육지로 왔다.

못생기고 맛있다. 못생겨서 맛 있는 걸까. 주머니에 몇알 챙겨 나온다. 이 귤은 사이즈도 각기 다르고 맛도 다르다. 집에 앉아 여유로이 까먹을 때 베이킹소다에 뽀득 씻어 먹고는 바짝말려 싱그러운 귤차를 끓여먹으려 한다. 맛있는 건 버릴 부위가 없다.


5.

캐롤듣는 걸을 좋아하는데 10월초부터 워밍업한다. 계속 두달간 꾸준히 듣는다. 캐롤은 살짝 마음이 울컥하고 뜨끈해진다. 따뜻한데 덜 단 코코아를 데워진 머그컵에 담아 양손에 들고 천천히 마시는 느낌. 그 느낌으로 차가워지는 바람길을 걷는다. 지금도 캐롤 나오네.


6.

텀블러는 환경을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적당한, 원하는 온도를 지켜준다. 사계절 꿀템. 어딘가 좋은 곳에 가면 꼭 텀블러가 진열된 곳을 간다. 휴대하기 좋고 사이즈 괜찮은 텀블러를 찾아 다닌다. 그 날에 기분에 따라 이동동선에 따라 다르다. 오늘은 카누텀블러에 녹차를 담아 왔다. 그럼 마시고싶은 순간 아주 알맞는 온도로 식어있다.


7.

공기방울이 없어지기 전에 적기 시작해야지 하고 시작한 이 글들은 나에게 종일 임시저장 상태로 감정을 적는 메모습관이 되어간다. 지금도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또 감사하거나 적고싶은 일이 있을 때 적고있다.

두서없이 내려 쓰고는 마지막에 올리기전 눈으로 읽어내리고는 큰 수정없이 그대로 올린다. 감정을 남기는 글인데 감사가 더 해지니 좀 더 바른자세가 되어가는 것 같다. 다시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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