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아작가 Dec 08. 2022

공기 일곱 방울 (다정한 입김과 따뜻한 온도)

2022.12.06

1.

코끝이 시리다.

겨울이다. 귤 향기가 나는 겨울이 왔다.


2.

차고 시원한 공기가 볼을 스쳐간다.

개운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이 계절.

유독 생각이 언다. 살얼음처럼 얼어서 동동 떠있다.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금세 녹는 계절.

겨울엔 참 많은 것들이 녹고 얼고를 반복한다.


3.

따뜻한 입김과 다정한 온도는 감정에 의한 것일까.

형상일까. 우리는 감정으로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나.


4.

얼마 전 이별하고 ‘허하다 ‘고 이야기한 친구에게

‘밥 먹었어?‘라고 물었다.

마음이 비면 꽤나 허하다. 그리고 배가 좀 차면 허기가 좀 괜찮아지는 것 같다. 나는 쓸쓸하거나 허전하단 생각이 드는 겨울엔 더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따뜻하고 매콤한 샤부샤부. 일주일에 한 번씩.


5.

샤부샤부를 친한 동생과 먹었는데, 처음으로 적게 먹는 우리가 칼국수를 다 먹고 볶음밥까지 먹었다. 역시 디저트는 볶음밥.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6.

다정한 말투에서 오는 안도감은 달콤하다.

통화로도 충분히 안부들이 오간다.

다정함은 어디서든 물든다.


7.

악몽으로 깨면 새벽까지 다시 잠을 청하기 어렵다.

생각이 많은 날엔 잠들기 전에 꼭 따뜻한 물이나 연한 차를 마시는데 오늘은 잊었다. 그래서 지금 물을 끓이며 새벽에 글을 쓴다. 타자 소리 나게 설정하고 쓰는 새벽의 글은 연필로 눌러쓴 손 글씨 같다. 계속 몸에서 글이 흘러나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기 여섯 방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