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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작가 Mar 07. 2022

잠이 오지를 않는다.

2022.03.07 kimbieber 김비버

1.

손끝이 저린다.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오는 감정의 온도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연락에도 긴장감이 도는 오늘 같은 날이면 여지없다. 몸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잊는다. 숨을 내뱉는 것도, 말을 시작하는 것도 가물하다. 하얗게 울렁거림으로 가득 찬 머릿속은 뭉특한 잔가지들로 멍울진다. 어떠한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입을 반쯤 벌리는 한숨을 연신 내뱉으며 운다.


2.

잠이 오지를 않는다.

잠에 든다는 것은 깊은 숲을 닮은 물속으로 몸을 담그는 행위와 닮았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으면 더 높은 벼랑 끝으로 가 선다. 높을수록 수면으로 낮게 떨어진다. 오지 않는 잠에 대한 처우는 늘 애처롭다. 배웅하듯 내보내며 잠을 청한다. 잠은 인지하는 순간 외롭고 쓸쓸해진다. 쓸쓸해져 버린 이 밤엔 아주 작은 등에 기대서 몸을 녹인다. 마음이 딱딱해지면 따뜻함이 그리워진다. 녹은 초처럼 말랑해지는 순간이 잠에 들기 수월하다. 잠이 오지를 않는다. 오지 않는 잠을 깊은 숲을 닮은 물속으로 마중 나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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