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5 kim bieber
비가 소복하게 내리는 날에는
가라앉았던 감정들이 이따금씩 들썩인다.
가벼이 내리는 봄비가 가진 힘은
새초로이 나는 덜 익은 풀 잎사귀를 닮았다.
따뜻한 향을 품은 사람들이 있다.
감정들의 세밀한 표현들은 배부른 안주가 되어
우리들의 밤을 채운다.
어떤 것들이 우리를 어루만지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언어들로 포개고 서로를 위로한다.
아름다운 것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음성이 있다.
그 음성 저변에 널리 펼쳐져있는 감정들을
고이 담아 가장 좋아하는 곳에 옮겨둔다.
기억하는 이가 있다는 것.
이야기들이 남아 공간을 채운다는 일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