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기술연구소] 번외편 - 시간 만들기의 기술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조수석인 저의 목소리는 (대략) 3주에 한 번씩 나옵니다. 한 주제를 놓고 게스트와 함께 제책임과 금고문이 2주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그다음 주에 게스트가 추천한 책을 읽으면서 그 주제를 한번 더 파헤치는 시간을 갖는데요. 그때가 제가 참여하는 시간입니다. 전반적인 진행을 제책임이 이끌어주고 금고문이 책에 대해 전문전문 조목조목 알려주시고 저는 이따금씩 볶음밥(!)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ㅎㅎ
그렇게 시즌 1을 마무리할 때 즈음 번외편을 우연히 만들게 되었습니다. 2017년 2월 지금의 저는 백수지만, 작년 연말에는 직장인이었는데요. 당시 제가 속한 조직에서 다양한 공익 활동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어요. 행사의 주제 중 하나로, "활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일상에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좋은 활동, 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고 해도, 많은 분들이 결국 "시간이 없다"는 현실에 부딪히잖아요. 공익 활동까지 가기도 전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위해 또 사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점점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바쁜 일상에 브레이크를 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누구와 이야기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도 잠시, 바로 가까이에서 방법을 찾았습니다. 일상기술연구소에서 말이죠. 지금껏 일상기술연구소에서 이야기한 기술들 역시 시간을 내지 않으면 실행하기 힘든 것들이니까요. 나를 위한 절대적인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생활 체력을 기르기도, 배우고 가르치기도,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을 테지요. 함께 사는 기술, 혼자 사는 기술을 기르는데도 물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제책임과 금고문을 행사에 불러 이야기해보자 호출을 했고 두 분은 기꺼이(?) 수락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번외편' 방송이 공개녹음으로 진행되었던 '시간 만들기의 기술'편입니다. 이 기술에 관심 있는 청중분들을 직접 모셔놓고 함께 녹음을 진행했어요.
방송에서도 이야기 나눴지만 어떻게 시간을 만들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이렇게 하면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하고 정답을 내밀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참고할 수 있는 다양한 보기 중 각자의 일상에 맞는 걸 선택해보고 다시 그 경험이 다른 뭔가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겠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지나온 시간'을 통해 생겨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방송을 하면서 일상기술연구소에서 방송된 기술 중 시간을 벌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에 제책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방송됐던 내용들을 시간 만들기의 기술 측면에서 재구성을 해봤는데
첫 번째는, 능동적 우선순위의 기술인데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우선순위를 세우죠. 늘 다 못하니까. 이때 능동적으로 자신의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으면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따라가게 되죠. 당장 해야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고 자신의 욕망을 돌보고 나중을 생각하면서 뭔가 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두 번째, 일타쌍피의 기술이에요.
일 벌이기 기술 편에 나오셨던 이로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는데, 내가 노력을 들인 일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이 되면 같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임팩트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경우도 한 테마에 꽂혀 있으면 책 기획을 하거나 행사를 기획하거나, 일상기술연구소의 주제로 삼거나 하는 등 연결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런 식으로 자기 머릿속에 관심 있는 레이어를 띄워두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을 해요.
세 번째는, 끊기의 기술인 것 같아요.
어떤 지점에서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이 될 각오가 필요한 것 같아요. 능동적 우선순위를 유지하려면 나는 여기까지 라는 원칙을 가지고 끊을 수 있어야 내 자율성을 보존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을 내어 읽으면 시간이 생길 것 같은 책을 추천해달라는 저의 신선한(?) 질문에 금고문의 이야기가 와 닿았는데요.
제가 쓴 '난폭한 독서'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이 좀 두꺼운데, 오늘 3시간 내서 읽겠다 하고 처음 5장 읽으면 이 책 뭐야 하고 던지게 되는데요.
그럼 3시간이 남는 거예요. 이렇게 시간을 만드는 방법이 있죠. (일동 웃음)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내가 대신 살아보는 거잖아요.
인문, 역사, 과학 서적 등 이런 책으로부터 인류의 누적된 지식을 배우는 거죠.
시간을 버는 방법인 것 같아요.
그나저나 번외편을 들은 분들은 '어랏, 뭔가 다른데' 하는 기분을 느끼셨을 겁니다. 바로, 제가 진행을 맡았기 때문일 텐데요. 솔직히 저는 이번 번외편에서 내용보다 진행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게스트로 초대한 제책임과 금고문에게 진행을 맡아달라 부탁할 수 없었기에 두려움 99.9%와 설렘 0.01%를 안고 제가 진행을 했는데요. 사전에 구성안을 보고 또 보며, 깊은 숨을 수없이 들이마시고 내뱉으면서 침착하게 진행하려 애썼지만, 웬걸 저의 진행은 삼천포로 빠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때마다 바른 길로 이끌어준 제책임이 없었더라면 이번 번외편은 아마 저의 컴퓨터 어느 이름 모를 폴더에만 남았을 운명이었겠죠...(-_-)
저는 이번 진행의 경험을 통해 말을 하는 것과 말을 전달하는 것의 차이를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말 한마디와 한마디가 이어지는 느낌과 재미 그리고 중요성을 그냥 말을 할 때보다 더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듣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편하게 이야기를 듣게 한다는 것 역시 일상 기술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어요. 그렇기에 다음 주부터 새로이 시작되는 일상기술연구소 시즌 2부터는 저, 조수석의 자리에서 조금 더 시간을 내어 말을 전달하는 기술을 갈고닦아봐야겠습니다. 시즌 1보다 분명 나아질 수 있겠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