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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세이노의 힘

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17)

by 조아라

차 수리는 잘 마무리 됐나요? 차가 고장 난 덕에 서울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냈는지, 차 끌고 본가로 잘 내려갔는지 궁금하네요.


지난주 아라가 보내준 메일을 읽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었어요.

내 마음을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후회와 자책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또 괜찮아지다가 또 힘들어져 타인의 도움을 받는 과정이 자연스럽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리고 '세이노의 힘'이라는 제목을 보니 퇴사 전에 썼던 블로그 글이 생각나더라고요.

김지수 기자가 인터스텔라에서 말했던 내용인데요. '그만두는 것은 최적의 의사결정이다. 그만두는 것으로 얻어진 시간과 노력을 더욱 가치 있는 일에 활용하는 적극적 행위이다'라는 문장이에요.

분명 과거의 내가 밑줄을 긋고 되새겼던 말인데 이렇게 또 잊고 있었다니. 퇴사를 하고 정말 더욱 가치 있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낸 나를 잊고 있었다니.

아라 덕분에 소중한 마음을 다시 꺼낼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정말.


오늘은 새로운 회사 1차 면접을 보고 왔어요. 1시간 동안 정말 많은 질문을 받은 것 같은데 유독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어요.

"어떤 순간에 행복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직무 면접에 난데없이 행복을 논하는 질문이라니. 맥주 한잔이라도 들이켜야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 같은데 말이에요.

행복의 조건은 참 많지만, 요 근래의 저는 '삶과 일이 하나 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일을 통해 내 삶을 논하고 또 삶에서 내 일을 논하는 거, 그렇게 나와 내 주변인들이 함께 커지는 거요.

아라와 제가 보냈던 순간들처럼요.


그렇다면 오늘도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 거네요.


아, 오늘 면접을 마치고 혼자 봉은사도 다녀왔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엄마 손 잡고 둘이서 절에 갔던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오늘 힘든 마음과 약간의 희망을 안고 절에 가서 그런가. 40대의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싶었어요.

저번에 아라랑 제천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요즘 아라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훨씬 더 깊어진 것 같았어요.

머지않아 제가 갖게 될 고민을 아라는 한 발자국 먼저 앞서서 마주하고 있는 거겠죠.


아라 부모님도, 아라도, 저와 제 부모님도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만들어가면 좋겠어요.

서울에 오면 꼭 연락 주세요. 청계천에 앉아서 맥주 한잔만 해도 너무 행복한 날씨잖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아라 답장 기다리고 있을게요!

안녕!


2025.4.28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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