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일기(19)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초파일 전 주에 봉은사에 다녀오고서 이상하게 가끔씩 마음속으로 되뇌는 말이에요. 봉은사 뒤편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산만한 큰 불상이 하나 있는데요. 그곳에서 가만히 돌바닥에 앉아 불상의 두툼한 손을 멍하니 오래도록 바라봤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 괜찮다'라고 넉넉한 마음으로 말해주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무언가를 빌고 싶어서, 구원을 원하는 마음으로 절을 찾아갔는데 막상 불상 앞에 서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시나요? ㅎㅎ '무언가를 빌고 싶었던 나'를 가만히 마음으로 보게 돼요. 분명히 이루고 싶던 것을 왕창 빌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 내가 불안했구나. 바라는 것이 있구나' 두 땅에 발을 딛지 못한 나를 보게 되더라고요.
이게 불교의 힘인가! 이게 바로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건가! 놀라워하며 집에 가서 인스타그램을 켜면. 웬걸, 이번엔 또 설교하는 목사님의 릴스가 떠요. 주님은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시는 게 아니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상황을 주신다고 하는 말씀이었어요. 결국 나를 구원하는 건 나 자신이라는 건가. 땡큐 갓,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무 신도 믿지 않지만 그분들에게 감사함을 외치는 한 주였네요.
가끔 아라의 일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라가 주변을 살리는 일이 곧 아라 자신을 살리는 일이 되는 것 같다고요. 부모님도, 두 동생도, 지역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도, 더 나아가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너른 땅도요. 이런 일상의 모든 일이 어렵고 팍팍하다고 느끼다가도 나를 구원하는 일, 나를 살리는 일이 뭐 별 건가! 하며 산책길에 턱을 쳐들고 높이 매달린 나뭇잎이나 하늘을 보곤 해요.
아라가 보낸 한 주처럼 그냥 가족들을 마주하며 솔직히 마음을 터놓고, 부모님과 소일거리를 하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찾으면 되는 거겠죠. 별 것 아닌 것 같다가도 그게 곧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리는,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저를 아껴주고 싶어요. 아라도 아라를 더더더더 아껴줘요! 저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자기 전에 천장을 보고 누워서 제 가슴팍을 네댓 번 토닥여요. 괜찮다, 괜찮다 토닥토닥. 조금은 이상해 보이지만 이렇게 별 것 아닌 것들이 나를 구원해 주는 일이라 생각해요.
이번 주 수요일부터 아라는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요. 조심히 다녀와요! 언제나 안전이 제일이랍니다. 열심히 땀 흘릴 아라를 위해 저는 맛집을 알아보고 있을게요ㅎㅎ 오랜만에 시원하게 맥주 벌컥벌컥 마셔요!! 그럼 곧 봐요 우리:)
25.05.12
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