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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Dec 28. 2017

2017 조아라 어워-드

가는 해 붙잡고 돌아보기

그러게, 연말이 뭐라고 나는 평소에는 잘 장착하지 않는 그윽한 눈빛이 되어 매일 지는 태양을 우연히 목격하고서 황혼의 인생을 산 사람 마냥 감정이입하며 올 한해도 별일달일 겪으며 1인치 정도는(어디가?) 자랐다 자평하는 것인가... 게다가 시간의 분절에 큰 의미 두지 않고 '그저 달려가는 거얏!' 하고 마냥 쿨하게 넘기고 싶지만 마음이 싱송생송해지며 쉼표를 하나씩 딱딱 찍고 싶은 건 또 무슨 마음일까. 아무튼 정리하고 싶지만 정리하고 싶지 않은 말 안되는, 갈팡질팡 갈지자를 새기며 페북에 놓인 활자들을 흘겨 보다 진아홍님의 2016 홍진아어워드 포스팅을 만나고는 나의 갈지자가 순간 멈췄다. 이런 글로 말미암아 나의 그윽한 눈빛의 근간을 살펴볼 수 있으리라 직감했기 때문이다. 얼른 2018년이 오기 전에 잘근잘근 나의 언어로 2017년을 꺼내봐야지.


시이이-작!


0. 올해의 나는

전환점을 맞은 해였다. 3년 조금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이래뵈도;; 내 일 경험 중 가장 오래 다닌 조직이었다) 6개월 동안 후리랜서처럼 이 일 저 일 하며 돌아다니다 드디어 5년 넘게 생각만 해온 지역 살이를 해보고자 7월부터 남원과 서울을 왔다갔다 하며 가게자리를 알아봤고, 뜨거운 한여름 8월 가게 자리를 계약하고 9월부터 본격 자영업의 세계에 발을 걸쳤다. 일 결정에 이르는 모든 사고 과정을 오롯이 내가 하는 힘듦을 견디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한 한해. 그래도 적응력 하나는 백점 만점에 백만점이라 자평하며 조금씩 해나가고 있음에 대견대견. 자영업의 일 경험이 가끔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다양해졌지만 책을 판다는 그 핸디캡(??!)으로 가게 운영비는커녕 놀라운 마이너스를 3개월째 확인하는 가운데 생계형 알바로 틈을 메꿨다. 그러고 보니 생계형 알바도 다 처음해본 일이었다. 조직에 속하지 않지만 조직의 사업을 하는 사람인 셈이었는데 총 3개의 일이 다 달랐다. 충분히 의미있었고 적당히 힘들었다는 정도로 총평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내년도 생계형 알바를 어떻게 수소문할까 흥미진진하군  0-0

또한 친구, 지인의 인연이 갑작스럽게 죽었다는 소식을 이따금씩 들어서 그런가, 부모의 나이듦이 자꾸 내 눈에 밟혀서 그런가, 온갖 사건사고 현장을 속수무책으로 보게 되서 그런가... 인간의 죽음 그리고 이후의 과정에 대해 참으로 많이 생각한 한해이기도 하다.


1. 올해의 공간

일단 좁은 의미의 공간으로 뽑자면 자영업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가게라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서울과 남원을 이동할 때 애용한 고속버스 좌석을 꼽고 싶다. 그곳에서 일주일에 두번, 반강제 멍-때리기 시간을 많이 가졌다. 주로 평일과 러시아워를 피한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은 버스는 꽤 쾌적했고 (역시 남이 운전해주는 게 짱이야 하면서) 깊은 낮잠을 멍과 함께 때릴 수 있었다.  내가 왜 이곳을 가는가 이곳에 오는가를 자연스레 생각하면서 시속 100km 속도 밖 풍경에 익숙해졌다. 직사각형 움직이는 공간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 뭐하는 사람인가를 (쓸데없이) 자주 생각한 올해. 당연하게도 그 질문의 답은 여전히 모르고.     

45석 일반고속버스에 나홀로 승차할 때 묘한 즐거움은 뭐지?


넓은 의미의 공간으로 생각해보면 남원이라는 소도시를 올해의 공간으로 PICK!

왔다갔다 하면서 여행자 기분으로 바라본 남원과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온전히 생활자로 바라본 남원은 720도 다르다. 남원 구도심에 위치한 가게 밖 풍경을 반나절만 봐도 저출산 고령화, 결혼이주여성, 골목경제, 영세상인 등 굵직한 사회의 단면을 느낄 수 있다. 그 단면을 내가 어찌할 수도, 확 멋지게 바꿀 수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아직 없지만 뭐랄까, 뭔가가 리셋된 기분이다. 내가 서울에서 그 때 사회 속에서 일한 경험이 지금 사회에서 일할 때 분명 양분은 되겠으나 완전 새롭게 접근해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처음 하는 일은 언제나 막막할 수밖에. 사는 곳이 바뀌니 방식은 당연히 바뀌는 것일테고. 나의 경험데이터와 근거 없는 긍정의 무의식이 충분히 지금 내가 속한 사회에서 나의 사회를 가꿔나갈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니 한번 잘해보리라 다짐한 하반기였다.


2. 올해의 책

2-1. 문학 : 편의점인간/무라타사야카 지음/김석희 옮김/살림

내가 올초 조직에서 나올 때 선물 받은 책들 중 한권이었다. 사전지식 없이 오롯이 편의점이란 단어에 끌려서 읽어보고 싶었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 또는 공감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없는(모르는?) 주인공 게이코가 편의점이라는 기계적 질서와 소리의 세계 속에서 안정감을 갖게 되고, 그곳에 일하며 벌어지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게이코를 신기해하면서도 깊숙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 내가 사는 시대에서 충분히 만날 법하고 그것이 고쳐져야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나 역시 어느 정도의 게이코가 아닐까 어렴풋이 자각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안 그래도 평소에 편의점에 관심이 많은데 이 소설로 더욱 더 관심이 가게 되었다. 언젠가 편의점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아아아 - 안돼애애-)

예상외로 필사모임에서도 요긴한 책이었다.

  

2-2. 비문학 : 철학맛보기 시리즈3 '시간을 우습게 볼 수 없어요'/소금창고

맞아 맞아!

시간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은데 이 철학책을 보는 순간 머리와 가슴을 띵하게 울릴만큼 감동적으로 순식간에 읽었다. 철학이 고팠나 싶을 정도로.. ^^; 읽다가 꽃힌 다음 문장은 두고두고 기억하리라.

시간이 흘러가는 것과 산다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산다는 것은 그 시간을 사용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3. 올해의 영상 or 문화생활  

3-1. 영화 : 로렌스 애니웨이/수잔클레망,멜밀푸포 주연/자비에 돌란 감독

줄거리는 생략(너무 길어 요약 안하겠음;;) 암튼 사랑이야기인데 168분 러닝타임으로 엄청 길지만 한시도 눈과 귀를 뗄 수가 없어 영화를 보고 난 뒤 약간 지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강렬했다. 격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두 배우의 연기에 넋이 나가고, 색감과 비주얼에 넋이 나가고, 사운드에 넋이 나가고, 이야기가 가지는 슬픔에 눈물 쏙 빼는 아주 그런 감정소모가 많은 영화였다. 수잔 클레망의 슬픔 가득한 분노 연기는 정말... 너무 멋지고 슬펐지 흐어어어엉

 







3-2. 공연: 흥부제 마당극/남원시 주최

남원에는 큰 축제가 2개 있다. 하나는 봄에 열리는 춘향제고 또 하나는 가을에 열리는 흥부제. 10월 말 2박3일동안 춘향테마파크를 비롯해 남원 곳곳에 프로그램이 많은데 지역 축제들이 그렇고 그러니 여기도 그렇겠거니 하며 기대 없이 마당극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뻔한 흥부 이야기지만 연극 그 자체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함께 보러 간 사람들과 즐거워서 그런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암튼 나의 그렇고 그런 선입견을 깨준 공연. 3시간을 광장에 앉아 여러 공연을 보는데 소도시에서 문화생활이라는 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한켠 들기도 했다. 이 날 남원 8만 인구 중 절반은 나온 것 같은 인파에 놀란 기억이... 춘향제는 더하다고 하는데 내년 봄이 기대가 되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가을 공연이었다.

아이고 주인 나으리이이이이! / 뗴끼 이놈아!

3-3. 드라마

3-3-1. 한드 : 비밀의 숲/배두나,조승우

호기롭게 들인 대본집, 애석하게도 하나도 안 팔렸다 ㅠㅠ

이 드라마를 빼놓을 수 없는 한해. 한국드라마는 언제부턴가 너무 인위적인 조명과 비일상적 공간 연출 등의 이유로 잘 안보게 되었는데 비숲은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한바탕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두나언니가 나온다고 하니 몰아볼 때를 기다렸다. 드라마가 끝나고 첫 회를 보는 순간 '아!!'  말이 필요없었지. 8월 내 삶의 활력소였다. 더운 여름 이 공간 저 공간을 둘러보며 땀에 흠뻑 젖으면서도 저녁에 샤워하고 맥주 한캔에 비숲을 볼 생각에 힘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편의점인간의 주인공과 비숲의 주인공 황시목이 묘하게 겹치는 느낌도 들었고.. 암튼 드나짱, 시즌2에서 또 보고 싶어요 *^^*

 

3-3-2. 일드: 먼저태어났을뿐인나/사쿠라이쇼, 아오이유우  

일드는 2004년즘에 한두개씩 보기 시작해 매년 시즌별로 기대되는 걸 골라 보고 있다.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사쿠쇼가 나온 [먼저태어났을뿐인나]를 끝까지-재밌게-의미있게 보았다. 사쿠쇼의 드라마 선택의 눈이 곧 내 눈이구나 확신하면서... 하하핫. 가끔 극 전개 중 이상하리만큼 교훈적인 감이 풍기는 건 초큼 거시기하지만 사쿠쇼의 비현실적 교장 캐릭터의 멋진 뿜뿜미로 잠시나마 대리만족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도 교장하면 사쿠쇼처럼...???

초크아트 그래픽으로 만든 인트로도 재밌다

이밖에도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동네입니까],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도 나의 올해 일드 후보에 있었지만 역시 (랜선) 덕의 기운을 세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면서... 일드 어워드는 이상-   


3-3-3. 호드 : 플리즈 라이크 미

개 연기도 볼만하다

넷플릭스에서 호주 드라마를 보게 될 줄이야. 매회 심장을 쥐어짤 듯 슬픈 사건이 일어나지만 풀어나가는 건 B급 코미디물 저리가라다. 이걸 보면서 많이 웃고 많이 울었다. 주인공 조쉬가 처음엔 되게 얄미웠는데 점점 사랑하게 되면서 말이지 ㅎㅎ

그리고 꽤-오랜-당분간 넷플릭스를 끊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3-4. TV채널  

재밌게 본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챙겨보는 것으로 순위를 정했다. 바로 [JTBC 뉴스룸]

가게 문을 닫고 손석희옹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마감한 날이 많았다. 많은 사건사고를 보면서 사회란 어떻게 굴러가는 것인가 생각하고...뉴스룸 덕분에 뉴스를, 사회를 보는 힘을 길렀다고 해야할까. 암튼 고마웠다.

감히 롤모델이라 말해보고 싶다. (말만 ㅋㅋ)

4. 올해의 물건

9월 30일 도난당한 중고자전거. 자세한 설명은 생락하고자 한다. 훔쳐간 사람을 또 저주하고 싶어지니까. 윽-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갖다놔-

5. 올해의 그림

정녕 이걸 내가 그렸단 말입니까- 박수 촥촥촤라라락

가게공간이 온전히 내 작업실이 되는 순간, 그림을 그릴 때다. 그림을 그리는 걸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리면 좋았고, 좀 더 잘그리고 싶었지만 그냥 그리는 것으로 만족하다 보니 완성만 되어도 괜히 뿌듯해지고 기쁘고 행복하다. 그림 그리는 행위는 삶의 기쁨이다. 이 기쁨을 가게 공간에서 매일같이 누렸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온전히 잘 살았다고 느낄 만큼. 색을 만들고 칠하면서 채워지는 면면을 기록하는 것도 재밌었고. 내년엔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봐야지.

짤동으로도 만들어야지

6. 올해의 연예인

김숙과 송은이, 송은이와 김숙. 나는 재작년 비밀보장 팟캐스트 때 이들의 진가를 알아봤지만 정작 이들은 그것이 개그활동의 동아줄 같은 방송이라고 얘기했을 때 뭐랄까 웃펐었는데... 이 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간간히 트윗에 올해 연예대상은 이 둘에게 주세요!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매년 남자개그맨 돌려막기식 대상 수상 그만하고 정말 발군의 일을 한 이들에게 상을 주십사 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이들이 인정받는 걸 보며 나는 대리만족하고 싶은 걸까?


7. 올해의 자급자족

올해 내가 만든 내 책 [일하는 일기] 을 올해 내가 만든 공간에서 판다는 것. 앱솔루를리, 자급자족이군.

내 책가게에서 만큼은 베스트셀러.... 왜 부끄럽지?

8. 올해의 형용사 

고마움. 내가 전환점을 찍을 수 있게 영감을 주고 응원하고 도와주고 챙겨주고 선물을 준 지인, 가족, 친구들에게 참 고맙다. 작년 12월 미트쉐어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끝날 때도 정말 고마움이 가득했는데 올해는 연중 내내 가득하다. 개별개별 고마움이 덩어리로 뭉쳐 가슴 속에 찡-하게 박혀있다. 내가 느낀 고마움을 누군가에게 전염시킬 수 있게 살아야지 다짐 또 실행 아즈아!  


9. 올해의 뻘짓

가게 공간을 구하고 자영업을 시작한 것. 5년을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정말 마음의 준비만 했나보다. 어쩜 이렇게도... (이하 슬픈 말은 생략한다)


10. 올해의 잘한 일

가게 공간을 구하고 자영업을 시작한 것. 큰 일이라고 당연히 예상했지만 혼자 부딪히면서 다행의 연속으로 고비를 잘 넘기고 있다. 남원에 와서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새로운 고민이 생기고 있다. 익숙했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인연들은 단단해지기도 옅어지기도 했다. 기쁘고 즐겁고 아쉽고 서운한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는 과정을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이렇게도,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도 놀라웠다. 올해의 날 보고 누군가가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고생했다고 하는데 정말 다 맞는 얘기다.

암 그렇고 말고. 하핫 ^^;      


11. 올해의 여행

1월 초에 떠난 한라산 등반. 혼자 여행은 그닥 내키지 않았는데 같이 가기로 한 친구의 급작스런 취소로 어쩔 수 없이 혼자 가게 된 여행에서 급 쾌거를 외쳤었다. 날씨운이 컸다. 왜 겨울산을 가는지 알겠더라. 난이도 있는 성판악 코스로 올라갔는데 몇 구간은 정말 온전히 나 홀로 산에 있다는 기분에 심장이 쫄깃해지기도 무서워지기도 하면서 나무가지에 얼마 안 붙어있는 나뭇잎이랑 대화를 하기도 했고. 그 날의 기억과 풍경은 정말 두고두고 기억에 남으리라. 하산 후 유명한 제육볶음집에 2인분을 나 혼자 맥주 한병 까고 다 먹은 건 기억에 지우고 싶지만...헤헤헤


12. 올해의 사건사고

나의 일상 생활 전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회 속 사건사고들을 볼 때마다 이상하리만큼 어쩔 수 없이 드는 죄책감, 나는 운이 좋아 살아있구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그 중 뭐 하나 꼽을 수는 없지만 그냥 뭐랄까 내 마음이 헛헛해 어쩌지 못했던 사건은 아이돌 종현의 자살이었다. 아는 사이도 아니고 어떤 연결고리도 없지만 데뷔 때부터 괜찮다 생각하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잘 살아가겠거니 한 사람이 돌연 그렇게 가버린 것 같았다. 나와는 상관없고 내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딴세계 사람의 죽음이 내게 영향을 주었다. 일주일 정도는 헛헛한 마음에 뭔지 모를 내 마음이 좀.. 그랬다. 부디 R.I.P JH  


13. 올해의 수영

7월 제주에 갔을 때 처음 해본 바다 수영. 실내 자유수영으로 갈고 닦은 실력을 바다로 펼쳐보았다. 협재 해수욕장에서 한마리의 바다표범처럼...까진 아니고 자유형을 비롯해 4개 유형을 다 클리어하고는 어찌나 뿌듯하던지 모른다. 하지만 클리어 후에는 계속 잠수만 했지. 그래도 열대어 보고 기겁한 건 안 비밀! 

이 사진은 유독 바다표범같이 나왔네

14. 올해의 한마디

(정여사가 이 글을 볼 확률은 0.1%이기에 감히 적어본다) 나의 정여사(엄마)는 여기저기 전화를 자주하는 사람이다. 나의 번호는 그녀의 자주 거는 수신목록에 랭크되어 있어 거의 매일 정여사와 일상을 (반강제로) 나눈다. 어느날은 돈 얘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정여사가 "시집이나 가라고!" 하며 큰소리를 화를 냈다. 스마트폰에 맞닿아있던 내 귀에게 미안할 정도 큰 소리였다. 어안이 벙벙했더랬지. 갱년기가 무서운 건지, 시집장가 안 간 자식들을 둔 엄마 마음의 조바심이 무서운건지, 그냥 궁지에 몰려 나에게 공격하기 위해 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이 한마디로 정여사와의 관계가 아주 잠시 소원해졌다. 하지만 얼마 안가 정여사는 나에게 사과전화를 했고 그 이후 다시 (반강제로) 일상을 나누고 있...  (뜬금포) 그나저나 작년에 입대한 막내가 내년 6월 무사히 제대할 수 있기를..   

  

15. 올해의 뿌듯함

가게 옆 철선반이 있길래 이곳을 길냥이 급식소로 만들었다. 대여섯마리가 번갈아가며 들러서 배를 채운다. 드디어 나도 캣맘이 된 것이다. 플러스+ 길냥이 사료값은 벌어야한다는 절실함이 생겼다.  

고양이 본연의 삶을 살아가는데 내가 준 사료가 도움이 된다면야... 오구오구 많이 먹어잉- 


16. 올해의 음식

자주 먹은 걸로는 남원 도통동에 있는 태국식당 팟의 까이(닭)덮밥이었다. 공간 준비하면서 남원에서 틈나면 팟에 갔다. 여기 있는 메뉴는 음료 몇개 빼고는 다 먹은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까이덮밥은 나에게 보양음식이다. (추어탕보다도) 양껏 주시는 한그릇을 뚝딱하고 나면 든든하다. 



 

맛으로 으뜸을 뽑자면 남원 공설시장 근처 중국집 한성의 탕수육이 발군이었지. 하... 침나온다아 - 새콤매콤한 소스와 쫄깃한 돼지고기가 환상이다. 








17. 올해의 하늘

폰 사진첩에 하늘 사진이 참 많았다. 그러고보니 유난히 올해 올려다 본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그 중에서도 남원에서 이 하늘(구름?)을 봤을 때 감탄에 감탄을 했더랬지. 후에 이런 구름이 지진의 징조라고 한 트윗을 보고 뜨악 하기도 했고.. 워낙 카더라가 많아서 팩트인지 안 알아봤지만 암튼 좀 무서웠다. 그래도 참 멋진 하늘 구름이다. 내년엔 지리산을 자주가서 하늘을 마주하리라.  

목 빠지도록 봤던 하늘


18. 올해의 수고하셨습니다-さん

말해 뭐하겠냐만 누구보다 나, 나, 나에게 수고의 상을 주겠다. 1년 잘 살아냈고 이 글도 끝까지 다 적다니 멋져.

  


한번 돌아보니 더 돌아볼 것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생각나지만 일단 여기까지 정리하고 싶다. 2017년을 적고 보니 이상하게 2018년도가 기다려진다. 역시, 잘 살아내리라.

내년에도 꽃길 산길 골목길 등 두루두루 잘 걸어보자 


이상 2017 돌아보기 끄읏 -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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