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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l 1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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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문 #04 [옥자 okja]

영화 옥자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극장에서, 만나본 적 없는 동네 사람들이랑 봤다. 옥자 배급 이슈가 있어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을 안해준 덕분(!)이다 ;;  줄거리는 다국적 거대 식품 기업이 슈퍼 돼지종을 개발했는데 기적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위해 몇몇 돼지를 여러 나라의 농가에서 키우게 했고 그 중 한국 강원도 산골 소녀와 함께 산 슈퍼돼지, 옥자가 있었다. 때가 되어 기업은 당연히 옥자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미자는 자신의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를 집으로 데려오려고 안간힘 쓰는 생고생 로드 무비라 할 수 있다. 이렇게 글로 적으니 좀 뻔하고 이상한 줄거리가 되었네 -_-; 


암튼 나의 한줄 평을 써보자면 불편했지만 재밌었고, 가슴 한켠 찔렸지만 통쾌했고, 슬펐지만 즐거웠다. (??)


오오오옥짜아아아아아야아아아아아아 - 대형 트럭만 봐도 소리지를 수 있을 것 같아  



#BJH 

봉준호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배두나 주연의 플란다스의 개(2000)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 살인의 추억(2003)을 보고 은근 신경쓰기 시작해 괴물(2006), 옴니버스 영화 도쿄_흔들리는 도쿄(2008), 마더(2009), 설국열차(2013) 그리고 옥자(2017)까지 팬심 가득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은 기분으로 극장에서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작은 것을 잘 보여주면서 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달까, 우연성을 이야기에 잘 녹인다랄까, 있어보이려 애쓰지 않아 더 있어보인다랄까. 아무튼 나에게 그런(?) 매력으로 다가오는 감독이다. 


#인상깊고도 깊은 장면 하나 

그런 장면이 있었다. 옳다고 생각하는 그 신념에 사로잡혀 거사, 꼭 성공해야할 것 같은 일을 앞둔 ALF의 리더가 미자에게 옥자를 실험실로 들어가도 되냐며 동의를 구하는 그 장면. 마치 동의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표정을 가진 그에게서 그동안 내가 일했던 다양한 일터에서의 몇몇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내가 통역을 맡은 멤버라도 그 분위기에서는 그가 (혹은 내가) 원하는 대답으로 오역할 것만 같다. 눈 앞에 고지가 바로 있는데 돌아서기란 정말 힘들테니까. 물론 한발짝 떨어져 보면 왜 그랬나 철저한 후회를 할저언정... 


#먹고 사는 것. 만만치 않다는 것. 

여러 이야기를 건드리는 영화다 보니 다양한 리뷰가 있던데 나에게는 ‘그냥' 먹고 사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옥자의 CG도, 헐리우드 유명 배우의 연기도, 봉준호 영화 안에서는 그냥 먹고 사는 보통 사람들이 된 것 같다. 뭐랄까 막 그렇게 대단해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ㅎ-  옥자가 불쌍하고,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죽어가는 동물을 보면서 죄책감이 든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다. 공감한다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 죄책감을 앞으로 고기를 먹지 않겠어! 라는 것으로 털어버릴 수 있을까? 어디 옥자만 그렇겠는가. 먹는 거, 입는 거, 타고 가는 것 등 지금 내가 생활하기 위해 취하는 모든 행위의 수단이 옥자일테니까. 그리고 나 역시 어딘가에서 옥자며 미자며, 낸시며 ALF가 된다. 복잡한 이해 관계들이 내 일상 안에 촘촘히 끼어있는 것이다. 만만치않는 삶을 우리 모두 살아감으로 느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꾸준히 이거 하나 밀고 가는 것 같다. 가볍고도 묵직하게 말이다.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의 삶을 살아가는, 인생사 그렇게 돌아가는 바퀴에서 정답은 따로 없다.(단호!) 그저 이 바퀴 저 바퀴 돌아보며 나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걸테고. 가끔은 그 바퀴에서 탈출하기도 자진해서 들어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의 삶 뿐만 아니라 상영관 내 옆에 앉아있는 이름 모를 이의 삶을 살짝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를,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어주길.


옥자, 잘봤습니다. BJHO~HO~HO!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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