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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l 03. 2017

키타나이쟈나이데스
(더럽지 않습니다)  

영화감상문 #03 [기쿠지로의 여름]

기타노 다케시의 유명세는 종종 일본 문화 잡지에서나,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짧게씩 접한 그의 얼굴은 어째 야쿠자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알고 보니 어린 시절 험한 고생을 하며 실제 야쿠자들과 교류가 있었(?)다고 한다. 그의 영화나 토크에서 적잖게 등장하는 야쿠자들도 그런 그의 추억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는 개그맨이자, 영화감독이자, 극본가이자, MC 등 종합 엔터테이너로 자신의 기량을 마구 그냥 막 - 내뿜는 예능인이다. 감독 이상일의 영화 [피와 뼈]에서 그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어서 기회가 되면 그가 만든 영화를 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좀처럼 못보고 있었다. 그러다 2017년 6월 서울극장에서 기타노 다케시 전을 연다고 하길래 이번엔 놓치지 말자 싶어 1999년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ost SUMMER가 더 유명한) [기쿠지로의 여름]을 보았다.  


#01. 원맨쇼 영화 

줄거리는 기둥서방 역할로 먹고 사는 듯한 양아치 동네 아저씨가 엄마를 보고싶어 하는 소년과 함께 엄마를 찾아 가는 로드무비인데 그 여정에서 마치 짜고치는 고스돕처럼 요상한 코미디쇼가 빈번히 벌어진다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타노 다케시 본인이 감독과 주연(양아치 동네아저씨)을 맡았다. 본인 마음가는대로 영화를 컷하고 레디 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롱테이크가 많고, 음악도 인아웃이 급작스럽고, 요상한 렌즈를 중간중간 삽입한다. 그만의 영화임을 원맨쇼임을 느낄 수 있는 구다리(!)들이 많았다. 관객이(바로 나) 소년이 슬퍼하는 장면에서 감정이입하고 싶었다가도 중간에 딱 끊어버린 느낌, 거기까지야! 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다. 신선했다고 해야 할까, 재밌다고 해야 할까.. 

 

#02. 그렇게 아버지가 되고 싶다? 

기쿠지로는 기타노 타케시의 아버지 이름이라고 한다. 엄마 찾아가는 여정에서 소년을 경륜도박장에 데리고 가거나, 룸싸롱에 데려가는 이상한 동네 양아치 아저씨라고 해도 소년을 위해 잠시나마 아버지가 되어가는 그만의 방식이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영화 마지막 보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만 소년에게 희망을 주려고 노력하는 양아치 아저씨의 연기는 괜히 찡-했다. (그리고 바로 반전이 있었지만 -_-)


#03. 불편한 코미디 

소년과 동네 아저씨가 소년의 엄마찾아 가는 길에 만나는 남자들이 있는데 어쩌다가 캠핑을 하게 된다. 거기서 온갖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이 나오는데 1999년도 개그라고 감안하더라도 보는 내내 불편했다. 벗기고 때리고 막 자기 학대로 웃기려는 그런 장면들. 일본의 개그 문화이겠지만.. 그런 문화적 상대성을 차치하더라도 감독의 명성에 복종하는 듯한 그런 연기로 보여서 불편했다. 기타노 다케시의 후배 활용하기즘으로밖에 안 보였다고 할까. 그들도 나름 즐겼을 수도 있었겠지만... 


#04. 그래도 기타토 다케시는 짱!  

젊은 시절 얻은 명성을 계속 유지하면서 사생활로 연예계에서 몇번 위기를 겪은 그이지만 그것 조차 자신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는 재치 만점 감독이라 생각한다. 영화에서 툭툭 내뱉는 그의 언행은 그가 진행하는 개그 프로나 영화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깊이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고, 개그 철학은 언제나 원초적인 데 머물러 있지만 그걸 유지하는 것은 그의 재능일 것 같고. 불편한 지점이 많지만 그의 스타일이니 할 수 없지 생각해버리게 만드는 것도 그의 재주이다. 좀 부럽다.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풀어나갈 이야기를 영상으로 푸는 소질을 주변 기술자를 이용해 잘 만들 수 있는 자질(막 부려먹는 건 아니겠지?). 내가 부러워하는 능력 중 하나.


영화 상영 시각에 맞춰 오느라 저녁을 걸렀었다. 영화관 바로 앞 편의점에서 뭐라도 먹자 싶었지만 먹을 수 있는 장소는 없어서 팝콘 과자와 물을 샀었다. 소리가 덜나겠거니, 기타노 타케시 영화니까(?) 괜찮겠지 싶었다. 그래서 예매할 때도 일부러 아무도 찜하지 않는 사이드 자리를 고르고 자리에 앉았는데 내 옆옆에 한 명의 사람이 앉았었더랬다.ㅠㅠ 조심스레 팝콘 과자를 녹여먹는데.. 결국 그 사람에게 한 소리 들었다. 분명 한 소리 들어도 싼 나의 부끄러운 행동이었지만 그 여자 역시 음료수를 참 시끄럽게 마셨었는데...마음 속 억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애써 억울함을 누르며 영화를 보았다. 팝콘을 산 걸 후회하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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