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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Apr 06. 2017

지극히 개인적인 세 '사람'의 이야기

영화감상문 #02 [히든 피겨스]

3월 초, 친구가 곧 재밌는 영화가 개봉하니 보자고 했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그렇게 봤다. 2시간 7분이라는 러닝타임이 후딱 지났고 극장을 나서는데 감상문을 꼭 남기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좋은 건 함께 봐야지 싶어 부모님께도 추천했다. 요즘 집에서 티격태격 잘 지내는 듯한 부모님은 추천하기 무섭게 바로 보러 가셨다. 잘보고 나왔다는 엄마의 카톡에 영화 어땠냐고, 20자평을 남겨보라 하니 (마치 준비한 듯이 바로) 아래와 같이 메시지를 남기셨다.  

엄마_백인들의  눈총에도  갈길을  나아가는  세여자의  용기가  대단합니다
아빠 _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진실은 리얼하게 대하니 가슴이 찌르르 

오올 ~ 뭔가 부모님 멋짐멋짐 ㅎㅎ 안 물어봤음 어쩔 뻔... 종종 부모님의 감상평을 받아봐야겠다. 


1961년을 배경으로 인종차별이 법적으로 보장(?)되던 때 NASA에서 일 잘한 흑인 그리고 여성의 이야기였다. 작년에 봤던 비슷한 시기, 흑인 가정부의 삶을 그린 영화 [헬프]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아마 이 영화에 나온 가정부 미니 역의 배우가 [히든 피겨스]에 나와서 그런 것일 수도. 두 영화는 흑인, 여성이라는 면에서 공통적이지만 전혀 다른 영화다. [헬프]는 수동적 스토리이고, [히든 피겨스]는 능동적 스토리라고 생각하기에.  



#01. 이거슨 미국산 영화

한국에 개봉하는 많은 영화가 헐리우드 제공이다. 헐리우드는 미국에 있다. 이 영화도 무려 2500만불짜리 영화다. 300억 원이나 들여 영화를 수십편이나 만들어낼 수 있는 곳. 그러니 미국 제일주의 이야기를 하는 게 당연한 지도 모르겠다. 난 그저 배경 건물처럼 그런 이야기를 본다. 이 영화는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 더더욱. 


#02.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지금 대통령 선거에 나온 모 대선후보의 캐치프레이즈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명의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일하는 방법이 다 달랐다. 상관을 우러러 봐야하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캐서린, 나름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민자 상관을 만나 엔지니어를 꿈꿀 수 있게 된 메리, 직접적으로 요구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며 미래를 내다봤던 도로시. 이렇게 일을 잘하는 것으로 투쟁의 스킬을 다듬고 드러내면서 자신의 바운더리에서라도 민주주의를 가진 게 아니었을까 - 


#03. 결국, 잘해야 된다는 것 

너무 재밌는 영화임은 나에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날 씁쓸하게 했던 건 결국, 일을 잘해야 눈에 띄고 그 계기로 자신보다 높은 위치, 자신보다 가진 사람에 의해 바꿀 수 있다는 점. 같은 곳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의 청소일은 이 영화에 2초 정도 나온다. 그마저도 포커스는 나가있다. 영화 스토리랑 연관성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청소일로 세상이 바뀌는 스토리도 곧 나오리라 상상하고 싶다.  


#04. 나의 편견 덩어리 발견 

영화를 보면서 나 역시 참 편견 덩어리구나 하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장면이 있었다. 자녀 셋을 기르며 일한는 워킹맘 캐서린에게 청혼하는 남자를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생각을 해버렸다. '아이가 셋이나 있는데..' 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버린 것이다. 남의 편견에 손가락질 하면서도 내 안의 편견에 관대하지 말아야 할텐데... 참 부끄러웠다. 생각 바꾸기도 공부가 필요하다. 연습을 해서 바꿔야겠다. 그런 경험치가 있으니 충분히 되리라 다짐하며.  


간만에 상업영화 치고(?) 후욱 내 가슴을 파고 들어온 영화였다. 나의 SNS 타임라인에도 이 영화를 본 지인들의 리뷰들은 열화와 같았다.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열불도 나고... 지금도 얼마나 많이 숨어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ㅡ_ㅡ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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