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라 Jan 16. 2018

내 목소리를 네 목소리에게

목소리의 형태 외 5편의 영화 리뷰  

#목소리의 형태

흠... 일본에서 상영할 때부터 내용을 대강 알았기에 한국 예고편을 보고 좀 갸우뚱했다. 로맨스가 가득할 것처럼 편집해놨기 때문. 그래야 더 보러가는 건가 ;;

아무튼 로맨스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주된 내용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복잡함을 이야기하는 애니였다. 어쩜 이런 학원물이 일본에는 많은가. 매년 감탄한다. 천편일률적 순정만화부터 말도 안되는 이상야릇한, 5차혁명스런, 철학적 내용까지 각양각색 학원물이 만들어지는가. 신기할세. 청소년기가 메인으로 방영되는 게 드문 한국적 상황과 부러울 정도로 다르다. 일본 청소년들은 이런 학원물을 수시로 접하면서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레 접하겠지? 그런 환상은 자라나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히힛


아무튼 [목소리의 형태]로 다시 돌아와서, 첫 장면은 고등학생인 남주(이시다)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도로 그치고 급 초딩시절로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여주(니시미야)가 이시다가 다니는 학급으로 전학을 온다. 니시미야는 청각장애인. 아이들은 처음에 호기심 가득 다가가고 니시미야는 그들과 친구가 되려 애써보지만 이내 아이들은 니시미야와 이야기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매번 수업 때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재차 설명하며 도와주는 것도, 노트에 적어가며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히 힘들겠지...) 그렇게 슬슬 혼자가 되는 니시미야. 그런 그에게 이시다는 괴롭힘으로 말을 건다. 지독히 못되게 구는데 그럴 때마다 니시미야는 웃어 보이고... 괴롭힘은 점점 심해져 니시미야는 결국 전학을 간다.

니시미야를 괴롭히던 이시다는 중학교로 가자 괴롭힘을 주도했던 학생으로 낙인찍혀 괴롭힘을 당하는 처지가 된다. 그 때부터 이시다는 반 학생들의 얼굴을 잘 안보려 하고 어느새 이시다가 바라보는 사람들 얼굴에 X자가 그려지는데... 이후 줄거리는 이시다가 자기 반성을 지독히도 치뤄내면서 죽기까지를 각오하다가 실패하면서 니시미야를 찾아가는 계기를 만나고, 둘이 친구가 될까 말까를 그린다.

러닝타임 2시간 동안, 괴롭히는 가해자 그 자신의 심리와 생각,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 그 자신의 심리, 그를 돌보는 사람의 심리 그리고 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 또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변죽거리거나 무심히 지켜보는 사람의 심리 등 이 애니에서 표현하는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각각의 캐릭터가 갖고 있는 심리상태의 변화가 재밌기도 좀 고통스럽기도 하다. 특히 이시다의 캐릭터는 정말... 복잡했다.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하며 꽤 감정이입하면서 보았고 참 속이 상했고, 뭔지 모르게 많이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인간.. 닝겐이란 뭘까.



 #이세상의한구석에

순전히 작화가 너무 예뻐 보고 싶었던 애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영~ 불편+찜찜+동정+슬픔이 짬뽕되었다. 우두머리의 환상을 이루려는 과정, 그 개고생은 가해자 국민이나 피해자 국민이나 피치 못하는 슬픈 이야기.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도 슬픈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같이 본 친구는 그 시대 일본 대다수 국민의 처지가 힘들었다는 걸 처음 알게됬다며 충격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떻게 모를 수 있지 싶다가도 아차, 나도 모르는 게 참 많을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더랬다.   

왜 하필 이 썸네일인가..

일본이 한창 세계제패를 꿈꾸면서 온국민을 하나로 만든 그 시대에 히로시마 근처 마을에서 남편을, 나라를, 시부모를 위해 희생하며 그 모진 세월을 견디는 한 아낙네의 이야기. 동시대에 처절한 남매의 생활상을 그린 만화 [반딧불이의 묘]가 살짝 겹쳤지만 그래도 [이세상의 한구석에]와 다른 점은 뭔가 '양심'을 넣은 것 같았다. 전작은 뭐랄까 '우리도 피해자라고! 우리 국민도 엄청 죽고 힘들었다고!' 하면서 피해자 코스프레가 엄청나게 강했다면, 후작은 아주 약-----간이지만 이 전쟁에서 여러 나라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자국민은 조금이라도 먹고 산다는 걸 드러낸다.

암튼 내용은 뒤로 차치하고(싶고) 이 영화의 포인트는 작화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나 풍경, 움직임 등 눈을 뗄 수 없이 예쁘다. 작화 덕에 내용의 불편함을 감안하고도 볼만한 영화였다.



#행복 목욕탕

원제는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 (땅을 데울만큼 뜨거운 사랑) 인데 흠.. 한국 타이틀이 어째 영화를 너무 소프트하게 만든 듯. 아마 오다기리죠의 미소가 그 타이틀을 결정하는 데 한 몫한 게 아닐까? ^^;  

왜 하필 이 썸네일인가.. x 2

나의 최애배우 오다기리죠가 너무 짧게 나와 아쉬운 영화. 여주의 강인함에 반하지만 이내 그 독함이 애처로와지는 영화. 가족 영화라기 보다 한 여자의 굳건한 심지를 지키는 여성 영화이자 나름 히어로 영화가 아닐까. 인간탑 구다리가 좀 생뚱맞지만 아무튼 자기 전 보기 좋은 영화였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다. MBC 라디오 [성시경의 음악도시에서 김혜리 영화평론가가 나와 영화이야기를 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 중 이 영화를 가지고 나눈 적이 있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어서 ‘아 ,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보기까지 자그마치 5년이나 걸렸네. 쯔업;;

이 영화는 틀림없는 가족영화다. 특히 명절 영화로 딱이다. 3대가 모여서 보는 것으로 서로 좋은 추억이 될 영화다. 아이들의 천친난만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할아버지의 추억팔이 음식 제조이야기, 귀여운 할머니의 수다, 아빠(오다기리죠)의 꿈 이야기 그리고 영화 속 배경인 가고시마의 정겨운 풍경들.

아- 이 영화도 오다기리죠가 짧게 나왔고나. 팬으로썬 아쉽지만 영화 속 치고 빠지기 딱 알맞는 역할. 멋있으려고 하지 않는, 어떤 역할에 슥 들어갔다 나오는 재주가 상당한 배우, 오다기리죠. 좋다. 흐흣




#괜찮아, 정말 괜찮아

지인이 책가게에서 책을 주문하고 이 영화에서 나오는대로 포장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냉큼 찾아 본 영화. 내가 좋아하는 ‘특’조연급 배우 아라카와 요시요시가 첫 주연인 지대로 B-급 영화.

이런 영화는 황망하면서 웃픈 그런 정서가 있다. 말도 안되는 듯 하지만 있을 법도 한 비주류가 비주류답게 문제를 해결해가는 그런 이야기. 책 포장은 기대이상으로 너무나 심플해 오히려 깜짝 놀랐네 ㅎㅎ


#신과함께

5년 전이었나... 암튼 웹툰으로 보고 엄청나게 울었던, 부모한테 잘해야지 하고 다짐했던 기억이 스물스물. 내용은 뭐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알 것 같으니까 패스 -

나 혼자라면 이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보진 않았겠지만 각기 다른 나이대 가족이 함께 극장 나들이로 선택한 영화였다. CG+신파를 잘 비빈, 음식으로 치자면 겨울날 온가적 후화후화 불어 먹는 붕어빵+오뎅... 이라고나 할까 ㅎㅎ

같이 본 엄마는 지옥의 종류를 검색하며 주위 사람들한테 보라고 자랑하기 바빴고, 아빠는 극장에서 처음으로 울었다며 영화보고 밥먹는 자리에서 할머니와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 이야기하면서 또 우셨지. 아빠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영화. 추억을 사서 본 셈이다.




작가의 이전글 2017 조아라 어워-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