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는 책가게를 열고나서_06

추운 겨울과 따뜻한 겨울 사이

by 조아라

#건강의 적신호

2월 초, 손목과 발목이 지끈거렸고 특히 오른쪽 무릎이 쑤셨다. 노인이 계단을 내려갈 때 왜 봉을 잡고 가는지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게 되었다. (하...ㅠㅠ) 증상을 느끼고 나서야 그 원인을 돌이켜보았다.

가게 오픈 준비부터 줄곧 서울과 남원을 왔다갔다했고 그럴 때마다 짐꾸러미를 들고 다녔다. 종종 가게 공간을 이리저리 바꾼다고 가구를 들었다놨다 했으며 이것저것 만들 때도 기계보단 팔과 손을 많이 썼다. 내 몸은 내가 안다고 생각했고, 나름 건강한 편이라 자부했지만 다소 무리했나보다. 자기 전 휴족시간을 온몸에 붙이고 매일 어깨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았다. 무거운 것을 든 다음날은 최대한 몸을 쉬게 했다. 다행히 지금은 관절의 시큰함이 사라졌다. 이로써 깨닫는다. 건강하다 자부말고 건강하려 노력하자!


#입춘대길 건양다경

2월 4일은 입춘이었다. 절기를 그다지 챙겨본 적이 없었지만 징그럽게 추운 1월을 보낸 기념(?)으로 얼른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책가게에 입춘방을 써붙이고 싶었다. 초등학교 때 썼던 벼루와 먹이 있었고 나의 계획을 들었던 지인이 먹물을 주었다. 붓과 화선지를 사러 근처 문방구에 갔는데 화선지를 낱장으로 팔지 않아 대량으로 구매해버렸다. 그 덕인지 모르겠지만 여럿이 화선지에 글과 그림을 그려보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입춘방을 책가게에 붙이고 그림을 유리창에 붙이면서 얼른 봄이 와라, 따뜻해져라 하고 마음 속으로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立春大吉 建陽多慶 :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


#기름통과 수레

일주일에 한번 난로밥인 등유를 뜨러 근처 주유소에 간다. 매주 갈 때마다 등유값이 달라져서 매번 깜짝 놀란다. 허허 거 참... 그래도 빈 기름통을 꽉 채워 수레를 끌고 올 때면 기분이 이상하게도 좋다. (도대체 왜?)

기름 뜨러 가고 오는 길은 그대로 산책길이 되는데 곳곳에 놓인 자전거들을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어떤 가게를 보고 장사가 되나 싶은 생각을 하다가 남들이 책가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싶고... 크르렁크르렁 수레 끄는 소리 내며 기름 담아 오가는 길에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구나.

#일하는 방식

[1. 먼저 양해를 구한다]

[2. 자신의 일을 설명한다]

이것이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체감했다. 목적이 있는 이야기를 하고자 할 때 내가 가게에 상주한다고 해서 시간 약속을 잡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점이 놀랐다. 몇번 얼굴을 봐서 아는 사이가 됬다고 나의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도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하고자 논의할 때 나한테 다짜고짜 아이디어 없냐고 말을 거는 방식은 '워 - 워 - 진정하세요' 라고 손사레를 마구 치고 싶을 정도다.

먼저 이메일로 이런 일이 있다, 저런 일이 있다, 이런 정보가 있다 저런 참고자료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일을 조금은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한 다음 시간 약속을 잡고 그 시간에 충실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거나 어색한 사람과는 일을 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일하는 방식 혹은 일해온 방식의 차이일텐데... 직접 만나 얼굴 보고 이런 말 저런 말 하다가 역할 분담해서 일을 하게 되는 방식은 나와 맞지 않다. 일하는 방식이 맞지 않으면 일을 함께 해나가기 힘들지. 암 그렇고 말고.

자신이 먹을 차례를 기다리는 길냥이


#설맞이 만들기

연말에 지인이 리모델링하기 이전 집에서 쓴 문짝을 다 모아놨다고 혹시 필요하면 쓰라고 했다. 오호! 뭔가 만들어보고 싶어 책가게를 둘러보니 책을 여러권 세워둘 수 있는 북스탠드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설 전에 만들어놓자 싶었다. 머릿 속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완성된 모습을 그려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길이를 재고 톱질을 하고 켜켜묵은 종이를 떼고 우드스테인을 바르고 못질을 하고 색깔을 칠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북스탠드! 가게 입구에서 여러 책을 구경하면서 책가게를 알 수 있게 해놓은 것 같아 참으로 뿌듯하구나. 히힛히힛


#설연휴

신정 때 가족들과 보냈으니 설연휴는 가게 문을 쭈욱- 열자 싶었다. 남원이 고향이거나 큰집이라 내려온 분들이 인스타 검색해서 찾아주시거나, 쉬는 날이라 여기저기 산책하는 김에 들러주신 시민들 그리고 책가게를 오기 위해 남원에 온 손님도 있었고, 서프라이즈 방문한 지인들 덕에 다행히 안도할 수 있었다. (손님이 더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을 없애주어 고맙습니다 ^^)

여전히 명절증후군이라 불리울만큼 고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하는 분이 있겠지만서도, 내 주변의 명절 분위기를 SNS로 구경해보니 명절 파업을 선언하거나, 남자와 함께 명절 음식을 하거나, 제사상차림을 간소화해서 가족끼리 즐겁게 놀 거리는 만드는 집들이 늘어난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새로운 명절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서 여러모로 기분이 좋은 연휴였다.


#이사

연휴가 끝나고 서울 집의 짐을 남원으로 옮겼다. 꽤 많은 짐을 버렸다. 혼자 이사하느라 돈은 좀 아꼈지만 장거리 운전의 고됨을 격하게 알게 됬다고나 할까- (다음엔 이사짐센터를 부르기로 -_-)

아무튼 짐을 옮긴 다음날 남원시민이 되었고 축하금 3만원과 종량제봉투 10개를 득템했다. 10년의 서울 생활을 일단 정리했고 남원 생활을 일단 시작한 셈이다. 종종 서울갈 일이 생길텐데 그 때마다 여행가는 기분이 들까? 그리운 기분이 들까? 아니면 둘다일까? 궁금하다.


추워도 2월은 1월보다 햇빛이 따뜻했다. 따뜻한 햇빛을 쬐는 행복을 알게 된 한달, 역시나 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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