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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Apr 24. 2017

어슬렁 어슬렁 웨이

[일상기술연구소 S2] 일상 창작의 기술_심화연구편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시즌 2를 계속 듣고 계신 구독자라면 연거푸 뛰어넘는 기술로 아주 살-짝- 힘들랑 말랑하진 않았을까 모르겠네요. (제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요. 흠...^^;) 

하지만 세번째 기술인 [일상창작의 기술 편]을 들으면 활력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약간의 충격도 함께 받으실 겁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는 거야!’ 하는 충격이랄까.. ㅎㅎ) 


출연자인 어슬렁과 저는 함께 잘 노는(!) 사인데요. 5년 전 약수역 근처에 있는 공간 ‘어쩌면사무소’에서 만났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는 어슬렁이 무척 즐거워 보였던 게 생생합니다. 쓱싹쓱싹 그림 그리는 모습도 멋있었고, 책도 만들고 이것저것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배우면서 다양한 능력치를 키우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동네 백수가 이렇게 멋있을 수가!’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내가 해보고 싶은 것도 저렇게 해보면 되겠다 하는 용기를 받았더랬죠. 그 용기 덕에 저는 요즘 마음 속에 품었던 생각들을 이것 저것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완성이냐, 성공이냐 하는 목표를 떠나‘이걸 내가 하고 있어’ 하는 과정 자체를 재밌어하는 중입니다.

 

http://www.podbbang.com/ch/11810?e=22256194




방송을 듣다가 작년에 제가 적은 일기가 생각났어요. 부끄럽지만 공개합니다. (ㅎㅎ) 


5월 16일
수세미가 필요하면 수세미를 뜨자

작업실에서 코바늘로 수세미 만드는 영상을 보며 따라 떴다. 직장에서도 가끔 쉬는 시간을 만들어 떴는데 내 뇌가 박하사탕을 먹은 느낌. 시원했다. 살면서 한번쯤 읊조리는 "사람은 기술을 가져야 돼" 란 말. 그냥 버릇처럼, 부러움에 얘기하기도, 노후 걱정 때문에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일상의 재미와 의미를 만든다 점에서 기술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기술도 좋다. 수세미를 뜨는 행위로도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난 알았다. 


이걸로 6개월 정도 잘 썼더랬죠 ^^

    


수세미 하나에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진짜예요. 수세미가 필요한데 수세미를 만들고 있으니 저 자신이 대단하게 여겨지더라고요. 물론, 그때 느낀 대단함은 얼마 안 가 바쁜 직장 일로 잊혀지긴 했지만요. 그래도 다행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주변 지인들의 영향 덕분에 경험치가 계속 쌓이고 있습니다. 제가 뭔가 하고 싶은 욕구를 발견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생각과 행위의 차이를 발견하면서 저의 생각과 행위를 만드는 기쁨을 알아가고 있달까요? 그 속에서 저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고요. 사는 재미가 켜켜이 쌓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연결의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었을 때 그림을 그리는 세상, 책을 만드는 세상을 알게 되면서 참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구나 하는 걸 느끼거든요. 그 접점에서 제 앞으로 삶을 구성하는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도 즐기고 미래를 보는 일석이조 꿀잼을 말이죠. 히히


제가 만든 드로잉북 [아빠를 축하하다 그리고 쓰다_2015]



이 글을 쓰면서 떠오른 일화인데요. 대학 다닐 때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람들이 취미 한 두 가지씩 가지고, 이것 저것 만드는 삶을 산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텐데...” 하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아마 지금 느끼는 연결의 힘을 그때부터 어슴푸레 상상했던 게 아닐까요? 하지만 다들 취직 준비로 고민하던 때여서 그랬는지 그때는 살짝 비웃음을 샀더랬지요. 그저 팔자 좋은 이야기로 비췄었나봐요.  


물론 저 역시 취직 준비에 매달 생활비 걱정을 하고 있었던 때였어요. 근데 왜 그런 얘기를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제 일상을 희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번듯한 직장 다니는 나를 상상하며 매일 독서실에 처박혀 공부하는 게 싫어서였지 않았을까 싶어요 ^^; 


그 때 그런 생각을 한 덕분(?)인지 전 지금 번듯한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지만 어째 크게 불안하지는 않아요. 여러 일을 작당하며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이것저것 일을 벌이는 중이거든요. 아마 주변 지인들이 실제 그렇게 살고 있는 모습을 구경한 덕분이겠지요. 


초롱초롱한(?) 저의 눈빛 응원을 받고 시작한 리피디의 아무거나 드로잉을 보면서, 매일 화단을 가꾸며 즐거워하는 동네 아주머니의 눈빛을 보면서, 쓸데없는 걸 만들며 좋아하는 친구를 보면서, 저 역시 기쁨을 느낍니다. 스스로 삶의 재미를 다양하게 가꿔나가는 사람들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기뻐지거든요. 이 기쁨은 제 삶으로 연결되어 활력을 만들어 줍니다. 이 활력의 재미를 저만 알고 있기 정말 아깝네요. 

  

그래서 혹시 뭔지 모르겠지만 뭔가는 하고 싶다 하는 분이 있다면 이 참에 어슬렁이 추천한 책 [아티스트 웨이] 를 따라해보시길 바랍니다. 주저주저하는 마음을 조금은 줄여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해봐요. 해봐요. 하고 싶다면 그냥 해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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