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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Nov 19. 2022

2022년 10월 일하고 공부한 일기

참사를 마주하는 나의 자세를 고민하다 

 #책가게 시즌3 오픈 

봄에 나온 아침 책방 이야기가 가을에 실현이 되었다. 9월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기간에 못한 양만큼 매일 아침에 나와서 필요한 책장을 만들고, 청소를 하는 몸을 쓰는 노동과 함께 책방의 운영 컨셉은 무엇으로 할지, 어떤 주제로 어떤 책을 소개할지, 어떤 새 책 코너를 만들지, 공간 사용을 어떻게 할지, 카드 결제기를 구입을 할지, 말지, 운영 시간은 언제로 할지, 로고 디자인 등 고민과 결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마음고생도 더러 있었다. 이번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지는 못했지만(돈은 언제 벌 수 있을까ㅠㅠ) 연희동 제로웨이스트 카페 보틀팩토리 공간에서 새로운 컨셉으로 시도해보았다. 보틀팩토리에서 안 쓰고 모아둔 목재들을 써도 된다고 하여 그 덕에 책장도 만들고 지인과 친구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내가 마지노선으로 정한 오픈일에 가오픈으로 알아가는 책가게 새로운 시즌을 무사히 시작했다. 


전북 남원에서 두 번의 책가게 운영은 책을 파는 공간이었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입고한 책을 소개하며 팔고, 다양한 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모임이 아니면 손님을 기다리는 게 일이었다. 첫 자영업 운영이었는데 부족한 게 많았다. 그래도 공간을 꾸리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나의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에 하면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기도 했고. 두 번째 공간에서는 지인의 그림 그리는 공간을 쉐어했는데 서울에서 다시 취업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여닫다가 휴업을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세 번째 공간에서는 숍인숍 형태로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형태로 열게 되었다. 카페가 오전 10시부터 운영을 시작하니 책방은 아침에 열면 어떨까 싶어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로 정했다. 그리고 책을 파는 공간에서 책을 읽는 공간으로 전환하고 싶었다. 첫 공간에서도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은 드물었기에 그 공간을 쉐어하는 방법을 계약기간이 다 되어갈 때 고민하고 공지도 냈었더랬다. 그때 못했던 바가 우연찮게 실현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내가 책을 읽고 싶고, 읽어야 하기에 아침 서재를 공유하는 형태가 좋겠다 싶었다. 내가 갖고 있는 책들과 보틀팩토리 책들, 큐레이션 책장들, 조간신문을 읽을만한 것들로 두었다. 온라인으로도 예약도 받고 싶고 책을 팔고 싶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통신판매허가증도 신청했는데 11월에는 착착 올려봐야겠다. 


큐레이션 책장은 알아가는 책가게라는 네이밍을 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00', '내가 알아가는 00'으로 두 개의 테마를 정해 스탠딩 책장을 만들어 추천책을 진열할 생각이다. 좋아하는 것을 생각하면 알고 싶고, 알면 더 좋아지면서 다정한 마음이 생기는 흐름을 잇고 싶다. 첫 번째 주제는 조금 단순하지만 연희동에서 책방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연희동으로, 내가 알아가는 지역으로 잡았다. 연희동으로 이사와 산책하면서 골목을 다니면 연희라는 이름을 단 가게 간판이 꽤 보인다. 동네 이름 자체가 예쁘기도 하고 역사가 있으니 연희김밥, 연희사진관, 연희주류 등 동네이름만 붙여도 그 자체로 이쁜 간판이 되는 매직이.. 연희편의점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스쳐갈 정도다 ㅎㅎ 아무튼 이런 예쁜 지역 외 지역의 이야기도 같이 알면 좋을 것 같아 동과 지역의 연결고리로 책을 찾아보았다. 연희동을 소재로 한 책들이 꽤 있었고 내 기준에서도 추천하고 또 보틀팩토리 대표를 비롯해 일하는 매니저들에게 추천을 요청해보았다. 두 명이 흔쾌히 참여해주셔서 재밌는 추천 책장이 꾸려졌다. 다음 주제는 무엇을 해볼까... 이런 고민은 힘들지만 재밌는 고민이다. 세계를 확장시키는 맛이 있달까.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 여는 책방에서 벌어질 일들이 나도 궁금하다. 과연 내가 평일 아침 5시 30분에 꾸준히 일어날 수 있을 것인가, 최소 자기 전 한 시간부터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자정 전에는 무조건 자야 가능할 텐데.. 할 수 있겠지, 할 수 있다. ^^; 여하튼 후회 없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즐거움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내 안의 다정함이 많이 생기고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책방 가오픈을 앞두고 아무 생각 없이 길었던 머리카락을 잘랐다. 


책방 오픈 준비를 하면서 틈틈히 춘천으로 자전거 여행도 다녀왔다


@arago.bookstore 아침 책 읽으러 오세요!  




#대학원 

2학기 9월 개강 이후 '연구조사방법론', '정책 동향과 소통적 글쓰기' 두 개의 강의를 재밌게 듣고 있다. 논문 읽는 법도 배우고, 글쓰기의 자세도 익히고 있는 한편 슬슬 논문 주제를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조금 비장해졌다. 논문을 써보기 위해 들어온 대학원인데 이 목적을 잊지 말고 하나씩 준비를 해보고자 중앙도서관 갈 때마다 학위논문을 보고 있다. 많이 읽어 보는 눈을 만들어놔야 내가 쓸 때 잘 쓰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는 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뭐 아직은 내가 읽고 있는 논문이 잘 쓴 건지 아닌 건지 도통 잘 모르겠지만 읽는 거다. 열심히 읽는 거다! 



#가족 이벤트 준비 

올해는 나의 엄마, 정여사께서 만 60세 환갑이 되었다. (나도 어느새 정여사라고 부르고 있는데, 왜 자식들이 어른이 되면 자신의 엄마를 여사라 부르는 걸까, 아빠한테는 그와 비슷한 호칭 변경을 안 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조박사라 부르지만... ) 내가 어릴 때도 생각했지만 정여사는 참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여 나를 낳으셨다. 22살에 나를 맏이로 낳고 동생 둘을 더 낳았으니 정여사의 20대에서 40대는 자식 셋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냈을 터. 그래서였는지 엄마는 나보고 결혼은 늦게 해도 된다며, 해보고 싶은 다 하고 가라곤 하셨다. 하지만 내가 아직도 안 갈 줄은 몰랐는지 지금은 내심 얼른 결혼하고 아이도 낳길 바라지만 ;; 


아무튼 그녀를 위해 회갑 이벤트를 삼 남매가 준비하기로 했다. 다섯 식구가 다 모일 수 있는 날짜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는 않았는데 인원도 인원이지만 각자 사는 곳과 하는 일이 다르니 일정 맞추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한 터. 그래도 이날 저날 후보를 맞춰서 겨우 10월 마지막 주말로 잡았다. 식당을 예약해 밥을 같이 먹는 것 외에 무엇을 경험해볼 수 있을까 생각했고 가장 먼저 서울 한강 유람선이 떠올랐다. 나도 서울에 살면서 한 번도 타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딱히 타고 싶지도 않았..^^;) 디너 레스토랑도 있다고 하니 배 타면서 밥도 먹고 정여사를 축하할 수 있는 일석삼조(!)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부모님과 동생이 울산에 있고 서울까지  오며 가며 1박 2일 동안 꽤 피곤한 여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고, 또 막내가 서울 오면 본인은 전날 친구들과 할로윈을 즐기고 합류할 거라도 하니 여러모로 일정이 꼬일 수 있을 것 같아(숙취로 참석을 못했던 과거 전력이 있어서 -0-;) 서울 유람선투어는 안 하기로 하고 다음 후보로 생각한 부산 요트 투어를 하기로 했다. 찾아보니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50분 프라이빗 요트투어 가격도, 코스도 괜찮았고 이 또한 바닷가에서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날씨만 좋다면 기대 이상으로 괜찮을 것 같았다. 


일단 큰 이벤트는 정하고, 외식할 장소도 요트 투어 근처 맛집을 지도앱으로 보고 또 보면서 철판구이집으로 정했다. 지도앱에 나온 맛집들은 고깃집이나 한정식, 횟집들인데 많이 가보기도 해서 안 먹어본 것으로 찾느라 애를 썼다. 내가 찾은 철판구이집은 음식들이 종류별로 코스로 나오고 볼거리(불쇼)도 있고 나름 바다뷰라 부모님이 마음에 들어 하실 것 같았다. 동생들에게 의견을 묻고 괜찮다 하여 바로 예약을 했다. 책방 오픈 준비로 오픈 일정이 다가올 때 하면 일이 몰릴 것 같아서 미리 월초에 예약을 다 해두니 마음이 놓였다. 그다음 축하 현수막과 가족들의 편지글을 모아 포스터로 만들었다. 현수막 프레임을 찾는데 요즘은 회갑, 칠순, 팔순이라는 말 대신 세 번째 스무 살, 네 번째 스무 살과 같이 보다 예쁜 말로 표현하며 축하하는 유행을 발견했다. 그렇지, 수명이 길어진 만큼 회갑의 의미가 옛날의 그 의미와는 다르니까 꾸미는 말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도 그 말을 따라 해서 현수막과 편지 포스터를 만들었다. 케이크는 여동생이 예약한 식당 근처에서 픽업할 수 있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 현금 선물은 아빠, 조박사께서 준비하시기로 하여 이렇게 그녀를 위한 이벤트 준비는 끝. 이벤트 당일에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지만 실감을 못한 채, 계획된 일정대로 정여사의 세 번째 스무 살을 함께 보냈다. 이 하루를 위해 한 달 동안 준비하며 정여사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는데 다음 정여사, 조박사의 네 번째 스무 살도 이렇게 준비할 수 있기를 부디 바란다.   


#도공디공 

9월 일정이 미뤄져서 10월 1일과 원래 10월 일정인 15일, 두 차례 걸쳐 만나서 1일에는 서울 구산동마을도서관과 파주 출판도시와 지혜의 숲을 돌아보고 15일에는 올해 도서관을 돌아본 목적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의를 했다. 구산동마을도서관은 내가 여기만 보고도 이 근처로 이사를 오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도서관이다. 큐레이션 섹션 구성도 좋고, 독립출판도 꽤 있고, 독서와 글쓰기 강좌도 많다. 구산동을 비롯해 근처에 사신다면 정말 적극 이용해주시길. 책을 둘러싼 공간의 매력에 빠져 책 읽기에도 분명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ㅎㅎ  

구산동마을도서관 꼭 가보세요!


내가 사는 동네에 좋은 도서관이 있고 내가 활용한다면 내 삶의 질이 달라진다, 특히 지역일수록 문화 기반이 얼마 없는 시골, 소도시일수록 공공도서관의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웹툰을 통해서 해보자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캐릭터를 구상하고 가상의 이름을 지어주고 어떤 상황으로 남원으로 귀촌을 하게 되었는지 지역살이의 재미인 도서관을 어떻게 발견하고 즐기는지를 지어내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4화까지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다음, 이것을 그려줄 작가를 찾는 것이 새로운 미션이었다. 내가 아는 분들께 만화를 그리는 분이 있는지 네트워크로 찾았고, 컨택을 해보았다. 꽤 신중하게 고민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멋있었다. 나는 어떤 제안이 내게 오면 해보고 싶은 마음에 덜컥 수락하는 경우가 많고 그 수락의 책임을 지기 위해 확신을 만들어가면서 하는데 다음에는 과연 내가 의뢰자의 기대에 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지 신중하게 한번 더 고민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고민한 작가는 하겠다는 응답을 주었고 스토리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를 풀었다. 마침 이 글을 적는 시점에 1화가 완성되어 네이버 도전만화에 올려보았다. 즐감해주시길! 길에서 만난 휴일 1화 보기 (클릭) 


#10.29 이태원 참사 

엄마의 세번째 스무 살을 축하하는 가족 모임이 10월 30일이라 29일에 본가로 내려갔다. 차를 빌려 여동생이 살고 있는 강원도를 들러 픽업하고 울산까지 장시간 운전을 해서 피곤했다. 다음날 부산에서 일정을 보내고 서울로 장시간 운전을 해야 돼서 본가에 도착해서 오랜만에 엄마의 집밥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일찍 자서인지 다음날 일찍 눈을 떴고, 푹 자서 개운해진 몸을 일으켜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잡고 SNS을 보는데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보고 거실로 나가 바로 티비를 틀고 뉴스를 보았다. 할로윈을 즐기러 이태원에 간 사람들이 압사로 백 명이 넘게 죽었다는 뉴스 속보는 내가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믿을 수 없게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티비를 보는 가족들 전부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말없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동생이 한 달 전 가족 모임 장소로 서울 유람선 투어로 갔다면 막내 동생이 어제 날짜로 이태원에 가서 할로윈을 즐기고 올 거라 했었는데 그랬다면... 이라는 말을 하여 정말 심장이 철컹하면서도 이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 운으로 이번 참사를 피해 갔지만 누구나 당할 수 있기에 이다음은 또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막내 동생이 가지 않았지만 막내 동생 같은 나이대의 청년들이 많이 죽었는데 내 동생이 저 자리에 없다고 다행이다라는 말을 차마 하기 너무 미안하고 안타깝고... 뭐라 이 마음과 기분을 표현할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충격적인 영상을 속보라고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를 껐다. 아침을 먹고 부산으로 가서 엄마의 생신을 축하하고 난 뒤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날 신문을 보는데 역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참사였다는 보도에 속상함과 참담함에 온종일 바위 한 덩이를 가슴 한편에 무겁게 메었다. 


부산에서 하늘을 보며 참사로 돌아가신 이들의 명복을 빌고 또 빌었다 


(11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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