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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Oct 05. 2022

2022년 9월 일하고 공부한 일기

평안할 마음의 준비 

#목포-나주 여행 

8월 마지막 날 전 직장에서 출장 차 갔었던 옥천에 전 동료가 간다길래 오랜만에 가보고 싶어 따라나섰다. 전 동료와 시간 차로 청년들의 지역 이주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을 했던 터라 오랜만에 반가운 옥천신문 대표님도 뵙고 옥천군 청산리라는 멋진 산 동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시골, 작은 지역에서도 재밌는 일거리, 할 거리를 끊임없이 만드는 대표님의 열정과 확신이 멋있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앞서 삶의 보기를 보여주시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 아침에서 점심까지 이어진 옥천 만남을 뒤로하고 나는 목포로 향했다. 목포에 살고 있는 지인들의 새로운 공간을 구경하고 싶었다. 아무튼 지인 집에 도착한 저녁 맛있는 음주 시간을 갖고, 다음날 근처 나주로 당일 여행을 다녀왔다. KTX를 타고 목포역을 가는 길에 나주역을 정거하는데 넓은 평야의 풍경을 보면서 언젠가 나주를 가봐야지 벼르던 참에 지인들을 설득해(!) 가게 되었다. 그 유명한 나주곰탕도 먹고 옛 관사도 구경하고 영산강 자락도 산책하면서 고즈넉한 나주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처음 가본 나주 그리고 나주 막걸리 
목포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무와 하늘(!)


다시 목포로 돌아온 다음날 맛있는 노포 식당에서 정말 맛있는 장어탕도 먹고(전날 나주 막걸리로 숙취가 있어 많이 남기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밥 한 공기를 뚝딱할 정도였다 ^^;), 가고 싶었던 목포시립도서관과 도서관 앞 책방도 구경하면서 네 번째 목포 여행을 마쳤다. 어쩌면 내게 목포는 (남한 한정) 네 번째로 친숙한 지역이 될 것 같다. 두 지인이 작년에 내려간 뒤 네 번이나 오가면서 어느새 역과 터미널이 익숙하고, 지인이 사는 동네는 이제 지도 앱을 켜지 않아도 다닐 수 있을 정도니까. 그도 그럴 것이 올 초에 충동적으로 그 동네에서 집을 충동적으로(!) 살 뻔한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사회적 가족생활의 로망이 조급한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뻔했다. (^^;) 항상 목포에 간다고 할 때마다 언제든 환대해주는 두 지인과 아름드리 정감 가는 동네 덕에 정말 그 언젠가 목포에 살게 될 수도!


#대학원 2학기  

9월, 2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기 때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 고민을 꽤 했는데 2학기 때는 듣고 싶은 강의가 명확해서 금방 정했다. 3학기 때부터 논문을 준비해야 하니 연구조사방법론을 들으면 좋을 것 같았고, 주변 지인들의 인용글로 많이 봤던, 여성학자 정희진 교수님의 수업이 있길래 주저 없이 정책동향과 소통적 글쓰기라는 두 강의를 신청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전면 대면 수업이라 강의실을 강의별로 처음 가봤는데 교수님도 원우들도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두 수업의 분위기가 교수님의 강의 방식에 따라 극과 극인데 한 분은 굉장히 어려운 것을 쉬운 예로 차분하게 설명하고, 한 분은 거의 모든 학문을 본인 서사와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 방식으로 풀어나가는데 참 재밌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나는 누구인가와 계속 연결해야 된다는 정희진 교수님의 가르침은 내게 꽤 복잡한, 받기 힘든 선물로 다가왔다.  

책방에서 강의 교재를 사는 기쁨과 이런 쓰레기들을 만나는 슬픔  

저녁에 수업이 있지만 시간 여유를 만들어서 그전에 미리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수업에 들어갈 때도 있는데 오후 수강을 마친 학생들이 정문으로 나오는 풍경이 1학기 때는 본 적이 없어 그런가 볼 때마다 놀랍다. 그리고 철제 휴지통 위에 가득히 쌓여있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들도 놀랍고...  필요할 때는 온라인 수업을 해야겠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들이 채워야 한다는 당연한 그 무엇을 느낀다. 그리고 제대로 쓰레기를 버려야지, 텀블러를 잘 들고 다니자는 다짐도 매번 하게 된다.  


#추석은 코로나와 함께 

목포에 다녀온 후 추석 연휴에 본가에 가려고 미리 티켓도 겟하고 본격적으로 책방 준비를 할 긴장감이 차오르던 때 뭔가 컨디션이 저조하면서 목이 따끔거렸다. 열감이 많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혹시 모르니 자가 키트로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 내가 제대로 검사를 한 건지 백 퍼센트 확신하기 어렵고 감기약이라도 먹으면 빨리 낫겠거니 싶어 동네 병원을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게 좋겠다 했고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이런...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많이 아프지 않았고, 본가 가기 전에 알게 되어 다행이긴 한데 추석 연휴 내내 격리를 해야 되는 게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의 엄마 말마따나 전국 곳곳을 싸돌아다니다 보니 걸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싶었다. 매일 날씨 좋은 하늘을 보며, 보고 싶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도 완주하고, 매일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하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미루고 미뤄둔 거대하게 자란 몬스테라 가지치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많이 보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가족과 보낼 예정이었던 나의 생일도 그렇게 조용히 코로나와 함께 보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담담히 생일 소원을 빌었다. 


연휴에 날이 참 좋았더랬지... 
격리 끝난 후 일주일은 매일 나갔다 


#나의 첫 탐조 여행  

새를 좋아하는 지인과 DM을 나누다가 탐조 일정을 잡았다. 나는 애정의 마음으로 새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새의 움직임을 많이 신기해하는 쪽인 것 같다. 나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새의 움직임을 좋아하는 쪽이랄까. 무언가를 골똘히 관찰하는 행위를 오랜만에 하는 것 같아 설렜다. 지인이 사는 동네에서 등산에 준하는 하이킹을 하며 함께 새소리를 찾아 듣고 쌍안경을 통해 나무를 쪼는 청딱따구리를 보고 어치를 보는 경험은 정말 재밌었다. 새를 발견하는 재미도 덤으로 따라왔다. 나무 틈 사이에 새를 발견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무언의 동작으로 기뻐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하고 싶은 게 늘어나는 건 행복한 예감을 적금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건 행복한 것이고. 그러니까 행복에는 작고 크고의 구분이  없다. 

귀욤삡삡한 탐조 초대장 


즐거운 탐조 시간


#책가게 시즌3 오픈 준비 - 목공은 과학이다 

코로나로 격리한 탓에 9월 말-10월 초로 잡은 책방 오픈 계획은 시간적으로 어려워졌지만 그냥 하던 대로 미루지 않고 하면 된다. 단, 이전에 갔던 여행이나 탐방의 횟수를 줄이고 매일 해야 될 것이다. 오픈 시기를 10월 중순 뒤로 하고, 맥시멈 이때 만큼은 꼭 열겠다 하는 시기만 잡았다. 동네 카페 지하 공간에 샵인 샵 형태로 열게 되는데 카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카페에서 쓰고 남거나 저장해놓은 목재들을 써도 된다고 하여 적은 가짓수로 심플하고 분해해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을 고민해서 만들었다. 지하 공간의 분위기랑도 어울리는 색깔들로 배치 매일 필요한 일을 했다. 공간을 어떻게 나눌지 생각하고, 필요한 가구가 무엇인지 크기를 가늠하고 재단하고, 톱질하고 못질하면서 완성하고 수정해가고 있다. 새삼 목공은 과학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며 작업하고 있는데 내 팔의 각도에 따라 톱질에 들어가는 힘의 크기가 다르고 그 덕에 시간의 차이가 벌어진다. 기계로 할 때보다 훨씬 과학의 힘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틈틈이 다른 책방도 가서 책도 사고, 안 가본 동네 도서관에 가서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발견하기도 하는 시장조사(?)도 시간 내어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있어서 유튜브, SNS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 (야호!) 아침에 여는 책방이기 때문에 준비 작업도 아침에 하면서 하루 생활시간을 변경하고 있는데 10월에는 지금 일어나는 시간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도록 더 일찍 자야겠다. 



풋살도 일정이 가능한 한 열심히 즐겁게 참여하고, 도공디공 숙제인 '내가 본 인상적인 도서관 풍경 드로잉 하기'도 마감 기한 내 그렸다. 


조금 아팠던 것 같지만 다시 회복한 9월이 갔다. 


(10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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