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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an 17. 2023

2022년 11월 일하고 공부한 일기

불안을 관리하는 한 달을 보냈다.

#두 번째 마이카

내게 일어난 11월의  이벤트는 단연 두 번째 마이카 구매일 것이다. 내가  생각은 없었다. 몇 달  친구가 남편이 갖고 있던 경차를 SUV 바꾼다며 나보고 귀농한 여동생에게 경차 구매 생각이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했었다. 시골생활 5년 차 여동생은  없이 이동이 불편한 시골에서 용케 지금까지 뚜벅이로 잘살고 있어서 딱히 차가 필요 없을  같았지만 혹시나 싶어 동생에게 물어봤다. 예상대로 당장은 필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경차 구매 건은  손을 떠났고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었다. 문득, 내가  차를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교통 체계가  되어 있는 서울에 사는 데다가 따릉이로, 도보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차에 있었다. 일단 경차라는 것이 좋았다. 주차도 쉽고, 취득세 면제, 공영주차료, 통행료 반값  세제 혜택도 좋다. 작은 차를 무시하는 체면 의례 문화는 내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일본처럼 경차를 많이 타는 풍경을 보고 싶긴 한데 한국은 요원한  같긴 하다. 아무튼 예전에 친구 집에서 놀러 갈     차를 몰아보기도 해서 차량 상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2011년식으로 10년이 넘은 차지만 차주가 필요할 때만 타서 겨우 5만이 조금 넘은 주행키로수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뒤에는 다시, 소도시로 이주할 수도 있어  기회에 사놓자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친구에게 내가 사겠다 했고, 중고차 딜러에게 맡겼던 차는 다시 직접 거래가 되어 괜찮은 가격에 인수받았다. 남원에   중고차를 샀던 경험 덕에 구청에 가기 전에 양도자, 양수자가 챙겨야 되는 서류들 챙기고, 자동차 보험 가입하는 행정 처리를 순조롭게   있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단계에 맞춰 자연스럽게 진행했다. 이렇게 두 번째 마이카, 마크가 생겼다.


마크! 잘 부탁한다


#대학원 생활

연구조사방법론 수업 과제 덕분에 논문을 계속 읽고 있다. 좋은 논문, 연구 목적과 내용 정렬이  되어 있는 논문,  좋은 논문,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는 논문  여러 논문을 읽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통계 부분이 이해가 어렵다. 그래서 다음 학기 때는 통계 수업을  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글쓰기 수업은 매번 같은 주제 의식으로 교수님의 열정적 수업을 듣는다. 알고자 힘쓰고,  수밖에 없는 본인의 인생에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좇는 열정을 스스로 안쓰러워하시는데, 내가 보기에는 멋지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의 한탄은 어쩔  없이 멋지다. 내년에는 나도  쓰는 자가 되어야겠다. 그전에 나의 정체성, 나를 분석해봐야 할 텐데... 



#아침책방_알아가는 책가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할 일로 만드니 긴장감 때문인지 번뜩번뜩 일어나고 있다.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도 조금 줄어든 기분이다. SNS 어플에 머무는 시간도 줄었다. 유튜브 유료 멤버십도 조만간 그만 어두운 아침에 지하 동굴로 들어가 불을 켜고 음악을 켜고 커피를 내리며 아침 신문을 읽는데만 2시간이 훌쩍 지난다. 예상대로 새벽부터 오는 손님은 많지 않지만 홍보를 하지 않는 아침 책방에 책가게 인스타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었다. 동네 요가수업을 마치고 오거나, 인스타 글을 보고 멀리서 오는 지인들, 나와 같이 아침에 읽는 생활을 하기 위해 반려동물과 자주 오는 동네 주민도 있다. 월 독서클럽 '좋아서'를 론칭해서 꾸준히 함께 읽는 멤버를 늘리고 싶다.

11월에 읽는 글들 중 두 개의 조간신문에 실린 10.29 이태원 참사 기사를 비교하며 읽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 일어난 것이었지만 제대로 사과하는 책임자는 없었다. 일정 기간 애도하고 보상했으니 이만 넘어가자고 하는 정부의 태도는 너무도 실망스럽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잘못에 크게 비중을 두어 보도하고, 중앙일보는 어느 순간 단신으로 보도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시킨다. 중책을 맡는 사람이라면 도의적 책임의 자리라는 자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의 사과를 국민으로서 받고 싶다. 정치로 감동을 받는 순간이 점점 사라진다. 사명과 소명의식을 가진 정치인이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다, 찾고 싶다.  


#쓰레기 줍기

어느 날 보틀팩토리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연남동-연희동 일대 1회 용품 플라스틱 줍기를  거라며 멤버를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환경부에서 1회용품 보증금제 전면 시행을 적응 기간을 이유로 당분간 보류하겠다는 뉴스에 반대하며 벌이는 일종의 환경운동이었다. 마침 시간이   같아 동참했다. 팀을 나눠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는 김에 다른 종류의 쓰레기도 주웠다. 텀블러 사용이 예전보다 늘어도 일회용품 쓰레기는 어느 곳에나 있었고 그놈의 담배꽁초는 세트로 흩뿌려져 있었다. 아마 매일 정해진 시간 환경미환원들이 치워도 이렇게 쓰레기가 나오는 걸테다. 길에 쓰레기가 있어야 미화원이라는 직업이  일이 있다는 쓰레기 같은 경제 논리도 생각나는 풍경을 마주하며 보람찼지만 마음은 무거웠던 시간을 보냈다. 쓰레기를 가득 채워 궁동산을 넘어와 잠시 쉬었던 공간, 카페 샘에서 마신 시금치바나나 주스가  맛있었다.  



#첫 단식 도전

올 초에 식단을 정해서 지킨 생활이 좋아서 늘려가려고 노력 중이다. 영양을 생각하고 칼로리를 조절하며 식사를 하는 가운데 지인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단식의 좋은 점과 2박 3일 단식팸을 구하는 글을 보고 나도 참여하겠다 댓글을 달았다. 현대인들은 많이 먹어서 문제지, 소식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살 빼려고 단식원에 간 여행 유튜버의 영상도 본 터라 한 번쯤 단식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터였다. 참여하겠다고 지인에게 얘기하고 단톡방에 초대가 되어 다양한 단식에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덕분에 공복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실제 단식을 행하는 날, 아침에 으레 먹던 영양제와 커피를 먹지 않고 소금물을 조금 먹으며 아침, 점심을 지났다. 오호- 괜찮았다. 하지만 정확히 20시간 후 풋살장에서 간식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초콜릿을 먹어버렸다 ^^; 애초에 단식을 할 때는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풋살 모임은 빠지고 싶지 않았고 연습 게임만 뛰지 않고 간단한 패스 연습 정도로 할 계획으로 갔었는데... 항상 간식 봉지를 들고 오는 멤버가 그날도 나왔고 나는 한동안 그 간식 봉지에 눈을 떼지 못했더랬다. 그렇게 나의 첫 단식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6개월 간격으로 한 번씩 꼭 해보겠노라 다짐했다.


이렇게 단식 와중에 풋살 생활도 놓치지 않으며, 수입이 현저히 줄어들어 데이잡을 구해야 하는 불안감 역시 안고 살았지만 이 불안감은 나이가 들수록 계속 안고 가야 하기에 방안을 찾는 것으로 불안을 관리했다. 내가 어떤 일을 할지, 어느 기간까지는 꼭 일을 구하고 시작할지 생각하면서 읽고 움직이는 한 달 살기를 충실히 보냈다.


(12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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