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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May 05. 2023

하루하루 온전하게

2023년 3월 일하고 활동하고 공부한 일기


#나의 이모 이야기 

나의 이모가 아프다는 소식은 꽤 예전부터 종종 나의 엄마로부터 들었다. 특히 허리의 아픔이 심해져 상체를 펴기 힘들어진다는 등 이모의 고생병 이야기를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들은 아픔은 정도가 달랐다. 암, 그것도 폐암이었다. 지난 2월 계모임에서 간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이모는 잔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감기몸살 같은 상태가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동네 내과병원에 갔다가 큰 병원으로 정밀검사로 이어진 것이었다. 검사하고 기다리고 검사하고 기다리기를 반복하여 얻은 결과가 암이었다. 이모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의 검사가 미심쩍은 가족들은 서울 크고 더 큰 병원으로 옮겼고, 마침 엄마도 오신다 하여 나도 함께 이모를 뵈러 그 좋다는 서울 큰 병원에서 외가 친척들과 함께 이모를 뵈었다. 나의 이모가 암에 걸리다니... 여기저기 암, 암 할 때는 그저 남 얘기인 줄 알았지, 내 가족에게 올 때 받은 충격이 상당하다. 이모가 나를 보더니 '너까지 신경 쓰이게 하고 미안하네' 하는데 내 마음에서 눈물이 가득 터져 나왔다.  


내가 보고 들은 나의 이모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시골에서 많은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형제 많은(무려 11남매!!) 집에서 1950년대 태어난 그녀. 그녀의 엄마(나의 외할머니)를 도와 집안 살림을 아주 어린이 때부터 터득했다 어린이를 벗어나 여러 단계의 학생 시절을 거치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연달아 네 자녀를 낳아 어머니가 되었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말이다. 그녀의 시댁은 수십 명의 가족관계를 얽혀 있는 장손집의, 그렇다. 첫째 며느리, 거기다 자신의 남편은 많은 작물을 짓는 농부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요약했는데도 이모의 인생살이가 숨이 차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형 유치원의 급식 조리장으로 십 수년을 일하기도 했다. 또한 시댁뿐 아니라 친정 식구들의 대소사도 거들며(참견도 했겠지만)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하면서 사셨다.


나의 이모는 혼자만의 쉬는 시간 따위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도 가져보지 못했던 삶을 살았다. 멀리 시집온 유일했던 여자형제인, 나의 엄마를 도우러 종종 울산에 오기도 했다. (참고로 이모의 집은 전주. 지금도 대한민국의 -서간 대중교통은 좋지 않지만 20 전에는 하루 , 두대 완행버스가 있었다. 그 와중에 반찬이다 뭐다 두 손 무겁게 보자기에 바리바리 싸들고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이모의 모습을 떠오르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눈씨울이 뜨거워진다.)


얼마 전 신문에서 대규모 인원의 식사를 만드는 급식 시설 노동자의 건강권 이슈를 아주 심각하게 읽었다. 환기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이 많지 않아 상당수 폐암이 걸릴 확률이 높았고 실제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해 시급히 개선해야 된다는 기사였다. 건강한 식사를 만드는 사람들의 건강은 안전하지 않다는 아이러니.. 그 기사 속 피해자가 나의 이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모가 일한 어린이집이, 이 사회가 원망스럽기도 하다. 가족과 어린이들을 위해 50년 넘게 일산화탄소 등 몸에 좋지 않은 연기를 마시며 음식을 만들어왔던 나의 이모에게, 이제야 쉴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시작한 나의 이모에게 찾아온 폐암... 부디, 부디 완치할 수 있기를 매일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있는 3월이다.   

이모 형제들과 산책(엄마 포함) 다음엔 나의 이모와도 산책해야지! 


#대학원 어느새 3학기

입으로만 1,2학기 복습을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하며 결국 3학기가 왔다. 어쩔 수 없이 3학기를 다니며 해야지(>,. <) 이번 학기도 두 개의 강의를 듣는데 '통계와 전산처리', '커뮤니케이션의 이해'를 선택했다. 듣고 싶은 과목과 들을 수 있는 시간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선택한 강의였다.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ChatGPT를 사용한 지식인과 전문가들의 두려움 가득한 리뷰글들을 신문에서 종종 읽었는데 대학의 강의 방식은 1700년대와 별반 다르지 않아, 인간성과 일자리 상실에 두려워하는 글을 적으신 분들은 오히려 안심하셔도 될 것 같다. 변한다, 변한다 하면서도 절대 안 변하는 것들이 있다. 왜냐하면 변했다 생각하는 순간 또 변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이 되니까. 


뭐지? 나의 사소한 일기에서 뭔가 거대한 오정반합 같은 이야기를 쓴 것 같은데...  


#장거리 출퇴근러가 되다

글쎄, 내가 장거리 출퇴근러가 되었다. 편도 1시간 20분. 나의 직장생활에서 이렇게 긴 시간 출근과 퇴근을 한 적이 단언하건대, 한 번도 없다. 처음음이다. 출근할 때 버스-지하철-따릉이, 퇴근할 때 따릉이-지하철-버스를 타고 집과 직장을 오가는데 세 개의 서울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젊은이들의 경로당, 연희동을 지나 제2의 명동 홍대를 지나, 100층짜리 송파구 미세먼지 관측 건물이 있는 잠실을 지나 거대 농산물 창고 가락시장까지. 나의 출퇴근 루트는 다이내믹하다. 하는 일은 지원할 때부터 충분히 예상한 그대로다. 단순하지만 단출하지 않은 의미의 일을, 복잡하게 소통하지만 불필요한 일들이 섞여 감정노동이 강한 일들을 힘을 빼고 하고 있다. 재미있는 일은 점심을 만드는 일이다. 직원들이 돌아가며 점심을 짓는데(그렇다. 짓는다가 정확하다) 쌀을 안치고 국을 끓이고 메인 요리와 곁가지 반찬들이 1시간 안에 촤라락 만들어진다. 그리고 먹고 나서 어아어마한 양의 설거지까지 그날의 점심 담당자가 솨솨삭.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다.    

농사를 짓다와 밥을 짓다의 관계도를 그려보면 재밌겠다
3월 나의 군것질 스폿


#알아가는 책가게 3월 회고 

내가 3월부터 장거리 출퇴근러가 되어 가장 고민을 많이 한 건 아침 책 읽는 공간의 운영방식이었다. 9시까지 가락시장으로 출근을 해야 되는데 10시까지의 책 읽는 시간을 고수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낸 자구책은 일일권을 없애고 월 독서클럽만 운영하는 것. 손님 입장에서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 읽으러 왔는데 환대하는 사람 없이 일일권의 비용을 내게 하는 건, 운영하는 입장에서 양심에 가책이 느껴졌다. 월 독서클럽은 몇 가지 안내사항을 첫 아침에 알려드린 후 이후에는 아침 모닝문자를 보내어 깨워드리고(과연 나의 문자를 보고 깬 분들이 있을까 싶지만 ^^;) 시간 내 지하동굴에서 읽고 가는 루틴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월 이용자가 없으면 나만의 아침 서재로 커뮤니티형으로 바꿀까도 생각해 보고는 있지만 일단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한 아침 읽기를 책가게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알렸다. 무엇보다 '나'라는 출석률 100%인 사람이 있기에 책가게의 아침은 빛난다는 행복회로를 돌리면서 말이다. 

후훗!

#도시-공간-디자인-공부모임

3월 도공디공은 서울에서 만났다. 올해 공부 주제 [건물을 알아가는 17가지 방법]의 준비운동 같은 날이었다. 멤버 랄라가 가이드를 맡아 자신이 가보고 싶은 덕수궁 석조전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을 둘러보았다. 석조전은 덕수궁 직원의 설명대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구한말 정부가 식민지가 되냐 마냐 하는 때, 결국 되었던 이후에도 각국의 요리를 고급스럽게 먹는데 시간을 쓴 왕과 귀족을 위해 만든 부엌이며 당시 최신식 로열 가구나 인테리어가 시민인 내가 보기에는 달갑지 않았다. 당시 나도 귀족이었으면 이런 데서 식사를 했겠구나 하는 상상력보다 초가집에서 글자도 못 배우고, 하루 삯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삶을 살았을 K-장녀 백성에 감정이입하면서 석조전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날 박근혜 복귀 운동을 벌인 우리공화당의 시끄러운 시위 때문이었을까? 삐딱한 시선으로 석조전을 보았다. '우리도 이런 고급스러운 건물을 100년 전에 지었어요,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아요'라는 메시지가 나에게 주는 교훈은 없는데 말이다. 


고급스러운 조선의 의미는 무엇인가... 
점심으로 먹은 큔 카레 정말 맛있었다


2월에 재밌게 본 만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향으로 농구공을 사서 오랜만에 튕겨보고(?) 우연히 멋진 스포츠 선수를 발견하여 새로운 덕을 기 시작하고, 집에서 매일 하기로 한 슬로우버피와 다리찢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에 희망을 걸어보는 나의 이모 걱정, 이르게 핀 봄 꽃 걱정을 한  

하루하루 온전하게 보낸 3월이 갔다. 


참으로 일찍 피었더구나, 봄아 



(4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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