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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n 19. 2023

생활력으로 생명력을 기른 달

2023년 4월 일하고 공부하고 활동한 일기

#텃밭학교

2023년 신년 계획 중 하나는 텃밭에서 먹거리를 길러보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었다. 서울시 사이트를 비롯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인 서대문구 등 텃밭 정보가 있는 곳이면 틈틈히 모집 오픈 일정을 체크하며 온라인 공간을 헤매었다. 하지만 꽤 높은 경쟁률에 떨어졌고 마르쉐에 자주 나온다는 커뮤니티도 소개받고, 사유지를 공유해서 쓰는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둘 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는 먼 거리였다. 2,3월 동안 농사 달력도 사고(?) 텃밭 활동을 하려는 노력을 해볼만큼 한 탓에 그래, 다음 기회가 있겠지 하던 찰나 인스타그램 지구샵 계정에서 텃밭학교 수강생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신청을 했고, 텃밭 시작 시기의 막차를 운 좋게, 나의 계획대로 탔다.



지구샵에서 준비한 텃밭학교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진행되는데 작년보다 기간 수도 할 일도 많이 늘렸다고 한다. 4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두번씩 토요일에 정해진 텃밭 지역에서 모여 강의도 듣고, 다양한 씨앗 파종부터 풀매기, 수확 등을 배운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모인 8명의 나와 같은 수강생 분들과 짝을 지어 2명씩 4개의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4월 1일 첫 모임에는 피할 수 없는 자기소개 시간과 텃밭 소개, 토종 씨앗, 텃밭 활동의 의미, 땅의 상태를 관찰하며 지속가능한 농업, 지구에 해가 되지 않으며 인간에 득이 되는 농업의 큰 줄기를 배웠다.  


올해는 땅과 가까이 할 일이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이어질 것 같다.     


#최적의 출근 루트  

80분. 내가 출근할 때 보내는 시간이다. 퇴근 시간은 일정도 있고, 대학원 수업에 맞춰 여기저기 들러 집에 가는 날이 많으니 대중이 없다. 아침 일찍 지하동굴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신문과 책을 읽고 나와 버스를 타서 홍대 입구역에서 잠실역까지, 잠실역에서 사무실까지 다시 버스를 타고 내린다. 지도앱에서 알려준 최적의 빠른 코스인데 버스를 타고 홍대입구역까지 가는 15분 남짓이 정말 고역이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이 타는 바람에 버스 안 인구밀도가 너무 높았다. 오죽하면 균형을 잡기 위해 있는 손잡이나 봉에도 내가 잡을 면적은 보이지 않아 내 두 다리에 매우 힘을 주면서 흔들리지 않게 용을 쓸 정도이다. 그래서 지도앱을 켜서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보았는데 의외로 쉽게 길이 보였다. 바로 따릉이가 좋은 대안이 되어주었다. 책가게 바로 근처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었고 가좌역 방향 홍제천을 타다가 경의선 숲길쪽으로 방향을 틀어 홍대입구역 2번출구 따릉이 대여소까지 10분 남짓. 야호! 80분 중 매우 쾌적한 10분으로 출근을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쾌적한 10분의 마무리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잠실역에서 사무실까지 따릉이를 타보았는데 글쎄, 차도 사람도 많아 쾌적 보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그래도 종종 좋은 날씨에는 나의 출근길 앞, 뒤로 애용할 수단이 될 것 같다. 따릉이여- 오래오래 서울시민의 발이 되어주렴!

따릉이 타면서 보는 풍경들도 참 좋다.


#감정 노동

고백하자면 나는 콜 포비아다. 전화 걸고 받는 것에 공포가 조금 있다. 일이라 생각하면 하긴 하고 지인과 가족과의 통화는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니 심각한 콜 포비아는 아니지만. 새 직장 생활에서는 이 콜 포비아를 극복해야 일을 잘할 수가 있다. 농산물을 구매하거나, 구매하고자 하는 회원들과의 통화는 물론, 농산물을 파는 농부들 등 하루에도 기본 열 건 이상은 전화를 걸고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 참에 한번 해보는 거야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전화 거는 일에 부담감이 줄어들 즈음에 드라마에서만 봤던 진상 고객과 농부의 몇 건의 통화로 나는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다. 아니, 콜센터 직원들은 매일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아주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해서인가, 이상한 사람들을 상대한 일이 종종 있었기에 이런 전화 업무로 울고 싶거나 당장 퇴사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육성으로 전해지는 원색적인 말을 듣는 경험은 되도록 안하고 싶을 정도로 '뭣' 같은 기분이긴 했다. 제발 나는 나의 감정이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난다고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쏟아내는 사람이 되지 않으리, 그런 사람과는 절대 가까이 하지 않으리 - 다짐 또 다짐!  


#세상에 풋살을 잘하는 여자는 많다   

내가 풋살을 하기 전까지 풋살을 하는 여자가 있을 거라 생각 조차 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풋살에 관심을 가지는 이가 하나, 둘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동네마다 풋살하는 모임을 찾을 정도로 격렬한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자들이 많아졌다. 더불어 생소한 하위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자들도 종종 알게 된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못할 것은 없구나, 여자도 마찬가지구나 하며 내 안에 해묵은 고정관념을 깨어가는 일상을 보내는 중 풋살 모임에서 다른 팀과 토너먼트 경기를 한다고 하여 응원차 따라나섰다. (참여 선수의 나이 제한에 걸려 참여하고 싶어도, 싫어도 뛸 수 없었다.) 경기장은 경기도 시흥시에 있었는데 풋살장이 여러개 붙어 있는 곳이었다. 항상 단독 구장에서 우리끼리 연습하다가 여러 구장에서 경기를 뛰는 여러 팀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 모임도 잘했지만, 정말 잘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선수 출신도 있고 아닌 사람들이 섞여서 하는 멋진 플레이를 보니 심장이 쿵-쾅-쿵-쾅 설레었다. '나도 저렇게 뛰고 싶어!' 는 아니지만 더욱 즐겁게 이 격렬한 운동을 나이를 더 먹어도 할 수 있겠구나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이번달 도공디공 모임에서 남원역 앞 자전거 대여소에서 빌린 전기자전거를 타며, 자전거도 아닌 오토바이도 아닌 속도로 오랜만에 여기저기 바뀐 구도심을 돌아보고 친구의 아기와 즐거운 이모 놀이도 하고, 꼬박꼬박 아침엔 지하동굴로 저녁엔 대학원 강의실로 출석 도장을 찍은 부지런한 감정의 4월을 보내었다.



(5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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