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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Jun 21. 2023

고마운 이를 마음과 기억 속에 묻은 달

2023년 5월 일하고 공부하고 활동한 일기


#나의 이모가 떠나다

두 달 전에 본 이모가 5월 8일 이후로 이 세상에 살아계시지 않는다는 것이 일기를 쓰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이모도 어버이날에는 떠나고 싶지 않으셨을텐데... 3월부터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이렇게 빨리 건강 상태가 위독할 거라고는 담당 의사도 몰랐을테지만 당사자인 이모가 제일 믿기지 않았을텐데... 평생 살던 자신의 손으로 가꾼 집이 아니라 낯선 대형 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고 싶지 않았을텐데...  컨디션이 괜찮아지면 여동생과 제주도도 가고 싶으셨을텐데... 내가 운전기사가 되어 이모와 엄마를 모시고 제주도 드라이브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이모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나를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많이 표현할 걸... 이모한테 자주 연락할 걸... 죄송해요 이모...

부디 이승이 아닌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모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시기를... 나중에 그곳에서 또 만나요!

태어날 때부터 함께  형제를 떠나 보내는 엄마의 심정은 어떨런지...  동생이  먼저 세상을 뜬다면으로 바꿔 생각하니 세상이 일순 멈출 것만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마음이다. 생의 시작은 정할  있어도 생의 끝은  누구도   없기에... 나의 이모과 급작스러운 이별이 슬프고, 허탈하고 아쉽다..


작년 남산타워 케이블카 안에서. 이모와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이모가 떠나고 알았다.


#오랜만에 발표

수업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에서 정보격차 이론을 주제를 개론적으로 설명하는 발표를 했다.(언제나 그렇듯 발표는 조급한 내 마음 때문에 말할 것을 많이 놓쳐 망쳤다.. 다음 기회에는 우황청심환을 먹어봐야겠다...0-0)

수강하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커뮤니케이션 이론 하나씩을 골라 발표를 해야 했기에 나는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 생활과 연관이 있는 주제를 찾다가 선택한 이론이 바로 '정보격차 이론'이었다. 정보격차 이론은 개인, 사회, 국가 간의 정보 접근, 사용 및 이해의 불평등을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 정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사회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의 불평등이 부각되고 있던 196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이론은 이후 정보 사회의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보 격차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 통신의 발달로 요즘은 정보 격차 앞에 디지털을 주로 붙여 사용된다.

정보 격차 이론에는 다양한 변형이 있지만, 이 이론의 공통된 초점은 정보에 대한 접근, 사용 및 이해의 차이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또 이 이론은 또한 정보 격차가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 수준, 인종 및 민족, 성별 및 지역과 같은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기에 격차 해소에 정부와 언론, 교육의 역할을 강하게 주장한다.


나는 직장에서 지역에서 땅, 물, 바람, 빛과 같은 자연의 힘으로 농사를 짓는 분들과 대화하는 일이 많은데 그들이 갖고 있는 토착지식은 별개로 디지털 통신을 활용하는 필요성이 낮다 보니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나 포함)의 소통에서 차이가 있구나를 느낀다. 이 격차가 누구에게 더 벌어지는지는 삶의 기술 측면에서는 도시인이 손해일 수도 있겠고, 마케팅으로 도시의 소비자들께 자신의 농산물을 판매해야하는 농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손해인 것 같은 각각의 차이를 직장에서 발견한다. 어떤 기술, 그 기술로 얻어진 정보를 두루두루 적절하게 적응하며 활용하는 이에게는 분명 순기능을 가져다 주겠지만 차이가 커지면 차별이 발생하는 건 어느 시대나 어떤 신기술이 나타나면 어련히 일어날 당연한 수순이기에 그 누구든 단절이라는 극단적인 닫힌 마음만은 가지지 않기를 바라며.. 결국, 이 발표는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되어 버렸네.


#멋진 공간 선유도 공원

이번달 도공디공은 서울 선유도 공원을 돌아보았다. 올해의 주제인 건물을 알아보는 방법 중 선유도 공원의 한 건물을 가보기 위해서였다. 함께 공부하는 멤버가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원인데 그 안에 있는 건물을 자신이 생각하기에 단순 매점 공간으로 너무 아쉽게 사용되는 것 같아 자신이 건물주라면 어떻게 활용해볼지 상상도(!)를 같이 이야기해보았다. 멤버의 상상도는 멋진 풍경 속에서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차를 음미하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눠 꾸미면 좋겠다는 이야기와 이 건물의 운영권을 얻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로 말미암아 20억은 있어야겠다는 현실도로 마무리가 되었다. 상상과 현실 이야기를 오가며 돌아본 선유도 공원은 많은 시민이 다양한 목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웨딩 사진을 찍는 사람들, 멍 때리는 사람들, 아이들과 소풍 온 가족, 데이트, 사진 출사 등 사람의 행위를 구경하는 재미도 덤이었다.

서울 곳곳을 쏘다녔던 나도 선유도 공원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와볼 생각을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실로 수려한 공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상하수도 처리장을 리모델링하여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된지 10년이 지났고 그 당시 심었던 다양한 식물은 무럭무럭 자라서 서울의 빌딩숲을 가려주었다. 한강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것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축적으로도 기존의 있는 철골과 벽돌 건물을 부수지 않고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지지대 역할로 쓴 것도 안심되는 부분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간을 많이 알고 상상할수록 행복의 빈도도 조금 늘어나는 것 같다. 물론 가질 수 있을까 돈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불행의 빈도도 늘어나겠지만 말이다. ^^;

#텃밭의 발견

4월부터 시작한 텃밭학교는 체험 수준으로 한 달에 두 번씩 가고 있지만 그렇기에 텃밭의 변화가 갈 때마다 놀랍다. 퇴비는 주지만 어떻게 땅과 물, 빛, 공기의 힘으로 쑥쑥 자라는지 어찌 보면 식물이 굉장히 고차원적 DNA를 가진 게 아닐까 싶다. 고등 동물이라는 인간은 매번 끼니를 챙겨줘야 하고 정신 건강도 챙겨야 하고 그 끼리끼리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하는 식물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가. 선생님의 다정한 지도로 텃밭 활동의 정보를 재밌게 축적하고 있다. 흙을 만지며 몰입하는 몸 노동이 참 좋구나 알아가는 한 달이었다.


북한의 위성 발사로 대피하라는 황당한 서울시의 재난문자도 오발령으로 받아보고, 짧게나마 같이 살았던 막내 동생의 이사도 돕고, 울외 장아찌라는 맛있는 반찬도 알게 되고, 5월의 장미도 매일 매일 보았지만 나의 곁을 떠난 이모가 보고 싶은 5월이 간다.





(6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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