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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Sep 24. 2023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는 달

2023년 8월 일하고 공부하고 활동한 일기

#한여름 가족 여행

올 봄, 홍천에서 사는 여동생이 공동 주거 생활을 마무리하고 혼자 사는 전셋집을 구해 이사를 하였다. 엄마는 매우 가보고 싶어 했지만 자신의 다리 수술로 일정을 미뤄야 했다. 나도 가봐야 하는데 생각만 하다가 일정을 잡기 어렵다가 엄마가 퇴원 후 언제 갈거냐 나를 채근했다. -_- 나보고 추진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못 이긴 척 결국, 내가 동생들의 일정을 조율하여 8월 초로 정하고 동생네 집들이 겸, 여동생의 생일 기념 겸, 엄마의 무사 퇴원 축하 기념 겹경사를 축하하는 여름 가족 여행을 떠났다. 아빠는 주상복합 건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해야 하여 불참하기로 했다. (오히려 좋아하실 수 있다, 혼자만의 시간 오랜만이실테니...^^;)  


동생의 텃밭에 본 갓끈동부와 수세미꽃


한여름의 홍천은 시원했다. 여동생 집에 여름을 나는 기계로는 달랑 선풍기 한대. 하지만 충분히 한 낮에도 베란다, 창문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이 시원했고 밤에는 선풍기를 꺼도 될 정도였다. 강원도의 힘은 여름에 돋보적이다. 여동생이 가꾸는 텃밭도 돌아 보며, 농부 선배님으로 잘 따라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저녁에는 나보다 3년 먼저 시작한 동생의 지도 하에 풋살을 하며 낮, 밤으로 여동생이 달리 보이는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는데 언성 한번 높이지 않고 (아마도 엄마, 아빠가 붙어 있지 않아서 ^^;) 고마운 자연바람 속에서 조용하게 푹 쉬었다.  


#식단 시작

8월부터 몸의 형태를 재설정하기로 했다. 평일 직장에서 동료들이 주는 음식들을 자제력 없이 먹다 보니 몸이 부대끼는 것 같아서 각성하기로 했다. 무게 감량을 위한 목적도 포함해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기 위해 식단을 시작했는데, 습관처럼 기분에 따라 퇴근길에 홀로 홀짝이던 술을 대폭 줄였다.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하고, 간식을 줄이고, 야식은 완전 끊기로 했다. 재작년에 한번 한달 정도 식단을 했을 때를 돌아보면 몸이 가벼워지는 공복의 힘을 알았더랬다. 이번에는 기간을 좀 길게 하여 매일 몸무게를 보며 끼니 때 무엇을 먹는지 기록도 해보기로 했다. 여행이나 약속 자리에서도 칼로리와 영양을 고려해서 먹으려고 노력하고 말이다. 직장에서 함께 먹는 점심에는 양해를 구하고 나는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하루 아침, 점심에 먹는 커피도 아침에만 먹는 것으로 반이나 줄였다. 이것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바로 숙면의 질이 달라졌다. 내 뇌는 카페인에 몸이 절여져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몸은 카페인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내 몸에 미안해졌다. 근력 운동도 꾸준히 할테니 내 몸아, 나를 위해 건강해다오!


언니네텃밭 작물들로 건강해지리라! ㅎㅎㅎ

#대학원 네번째 수강신청

방학 아닌 방학 같은 2달의 공강 시간이 지나고 네번째 학기 준비를 위한 수강신청을 다가왔다. 논문을 탐독하고 싶게 만들 강의이기를 바라며 두 개의 수업 <매스미디어와 여성>, <문화예술정책과 소통>을 신청했다. 그리고 네번째 학기가 도래할 때까지 쓰고 싶은 논문의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내가 그토록 쓰고 싶은 논문이 사실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았던 게 아닌가 싶어, 내 마음에 내가 배신감을 느낀다. 좀 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자. 아직 두 학기가 남았으니 조급해지지 말도록 하자.


#도공디공_대구 구도심 탐방

이번 대구 일정은 사실상 준비를 많이 못한 체, 8월 토요일 가능한 날을 서둘러 잡아 모였다. 모이면 뭐가 되었든 보고 이야기를 느끼는 재미가 있을 거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도 있었다. 대구에 간 목적 중 가장 큰 것은 건 공중정원 양식으로 무려 40년 전에 만들어진 아파트, 한양가든테라스를 보기 위해 갔었는데 아뿔싸, 올 4월 철거가 되고 없었다. 허허벌판의 풍경을 보며 대충한 생각의 댓가구나 싶었다. 내가 사전에 본 기사는 2월, 철거가 보류 중이라는 내용으로 철거까지 시간이 더 걸리겠구나 하고 이후 기사를 찾아보지 않았다. 이 건물을 처음 알았던 다큐멘터리를 다시 봐야겠다.. ㅠㅠ 개별 세대에 정원을 만들 수 있는 40년 전 멋진 건물을 없애다니, 너무 아쉽다. 아무튼 후회를 안고 대구 국채보상공원 주변의 구도심을 돌아보았다. 주택이나 빌라건물 1층이 대부분 식당, 술집, 카페로 바뀌어 있는 풍경에, 서울 성수동 변화의 초기를 느꼈고, 가고 싶었던 제로웨이스트숍이자 퓨전요리를 파는 더커먼라이프도 들러 맛난 음식을 먹으니 후회는 이내 재미로 바꾸었다. 이어 대구에서 오래된 공원인 두류 공원을 걷다가 엄마의 전화를 받았는데 주말마다 돌아다니는 큰 딸의 생활을 잘 아시기에 오늘은 어디로 갔냐고 하여 대구 두류 공원에 있다고 하니, 내가 어릴 때 대구 외삼촌 댁에 놀러왔을 때 너를 그 공원에서 잠시 잃어버려 식겁했다는 엄마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어릴 때 여길 와본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지만 엄마의 얘기를 듣고 나니 굉장히 친숙해진 기분이다. 공원 어디서 내가 사라졌었을까...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한 기분이다.


위가 작아졌다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다.


두류공원, 노인들이 많이 계셨다.


두류공원 주변 두류동도 걸어보며 꽤 오랜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구나 하며 걷는데 엄청난 텃밭 주택을 발견했다. 3층짜리 주택이 온통 농산물로 덮여있었다. 한동안 나와 멤버가 그 건물을 유심히 보자, 지나가는 동네 주민께서 뭘 그렇게 보냐 말을 걸어오셨다. 이 집이 신기해서 보고 있다 그러니, 여기 주인이 몇 십년동안 이렇게 가꾼다고 옥상에 가면 과수도 많다고 정보를 주셨다. 사실, 구옥의 경우 마당이 아닌 옥상에 무거운 나무를 심으면 하중이 많이 가서 좋지 않다고 하지만 수확의 기쁨을 막을 순 없을 것이다. ^^; 마당이 없어도 커다란 고무대야를 놓아 경작을 하거나, 벽을 타는 작물을 심어 수확을 하는 노인들의 경작욕심은 나이가 들어서 커지는 것일까, 원래 인간이면 있다가 나이가 들어서 발현이 되는 것일까, 심히 궁금해진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텃밭을 가꿔야지 생각하다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으니 아무래도 후자 쪽이지 않을까...

경작본능 건물들이 많았던 두류동
오랜된 건물의 쓰임이 계속되면 좋겠다


수족관이 있는 지하철 대합실, 대구의 아날로그 버스 도착 안내판, 00건너라는 정류장 이름이 신기했다


#텃밭학교

더운 여름 텃밭 학교에서 풀메고 가지, 콩, 고추를 수확하고 봉숭아를 채종하고, 가을, 겨울 작물인 토종무, 아욱, 근대, 고수 등 각자 원하는 작물을 심었다. 가을 아욱은 문을 잠궈 먹을 정도로 맛나다는 얘기도 듣고, 모든 작물은 직파가 가능하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모종을 쓰는 것이라는 것도 배웠다. 매번 텃밭 노동 후 지구샵에서 준비하는 간식이 맛있는데 여름날은 특히 땀이 더 많이 나서 그런지 더욱더 맛있는 것 같다. 꿀맛이라는 표현은 텃밭 후 먹는 간식을 표현할 때 딱이다.


여름의 텃밭은 수확의 기쁨의 연속이다


#엄마와 단둘만의 여행 시작  

여행을 준비하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일 터인데 이번 여행은 설렘보다 걱정이 굉장히 앞선다. 9 엄마와의 해외 여행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8, 엄마가 수년 전부터 가고 싶다고  크로아티아로 행선지를 정하고 자유여행과 패키지 중에서 심히 고민을 하다가 하나투어의 크로아티아 비행기 직항 패키지를 보는 순간 고민이 끝났다. 엄마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다독이며 다닐지,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게 어떻게 수발하며 다닐지 마음의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10  프로그램이 되어 가는 여행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이서진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순간이   같다 했는데 이렇게 왔네. 엄마와의 여행 부디 싸우지 말고 엄마와 대화다운 대화를 많이 나눌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엄마의 감정요동에 흔들리지 않을 나의 체력을 준비해야겠다. 불끈!


뭉글뭉글 여름 구름을 맘껏 본 8월


7월 우연히, 빠르게 만든 새로운 모임도 시작된 8월, 지난 5월 돌아가신 나의 이모를 기릴 타투를 몸에 새긴 8월, 그 끝자락에서 우연히 본 대왕 무지개들을 보며 소리낼 일 없던 감탄사를 줄곧 외쳤다. 하늘의 이벤트를 보며 나의 이모도 보았기를 바라며...


8월의 마지막 날 동생과 혜화동 서점을 가는 길, 슈퍼블루레드퍼플 달을 발견하고 놀란 마음과 함께 얼른 소원을 빌었다. 제발... 로또 제발...^^;


(9월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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