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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영 Nov 14. 2022

르완다 홍차. 아프리카 티

생강 향이 강한 뜨거운 아프리카 티

녹차의 깔끔함이 좋았다. 그래서 차를 마실 기회가 생기면 무난하게 녹차를 마셨다. 다른 차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했지만 많이 말했듯이 난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여 녹차 아니면 커피 정도에서 크게 선택권을 벗어나질 않았다. 역시 사람은 다양한 걸 경험해야 해야 취향이라는 게 생긴다. 이집트에 살면서 처음 마셔본 홍차의 맛은 딱! 내 취향이었다. 약간 텁텁하니 씁쓸한 뒷맛이 나한테 맞았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좋은 홍차의 맛은 깔끔했다. 이집트 현지인들이 먹는 홍차의 맛이 그랬다는 것이다.). 길거리 카페에 나가서 셰이(홍차)한 잔을 시켜서 설탕 없이 먹으면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재미있었다. 셰이(홍차)한 잔에 설탕을 4스푼이나 넣어서 마시는 이집션들은 설탕을 한 스푼도 넣지 않고 마시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주문을 하면서도 몇 번을 물어보고, 마시는 모습도 계속 쳐다본다. 난 아무나 못하는 걸 하는 양 의기양양하게 셰이(홍차)를 마신다.

나 역시 차 한잔에 설탕을 4스푼이나 넣어서 마시는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 편견을 깨준 것이 바로 밀크티였다. 그 맛을 본 순간 난 설탕의 맛에 매료되었다.

친구가 전해 줄 물건이 있다고 하면서 집에 놀러 왔다. 식사 시간도 지나고 해서 차 한잔을 권했더니, 그 당시 이름도 어색한 밀크티를 달라고 했다. 만들어 본적은 물론 없기니와 제대로 된 밀크티를 먹어본 적이 없던 때였다. 무슨 배짱인지 알겠다 했다. 홍차 티백은 집에 늘 넉넉히 있었고, 그날은 다행히 우유도 있었다. 그리고 집엔 꿀도 설탕도 있었다. 난 있는 재료를 냄비에 다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티백이 터질 것을 생각해서 제일 마지막에 넣어주는 센스도 발휘하면서 우유가 확 끓고 난 후 불을 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쁜 잔에 담았다.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아영표 밀크티를 선보이게 되었는데, 친구는 정말 맛있다며 레시피까지 알려 달라는 호평을 해주었다. 하하하하 역시 나야. 하는 잠시 스치는 자만심에 기분이 좋았고, 별거 없었는데 칭찬까지 하면서 맛있게 마셔주는 친구가 참 고마웠다.

그다음부터 셰이(홍차)가 아닌 달달한 아영표 밀크티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만드는 방식이 일반적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내 입에는 참 맛이 있었고, 그 달달함은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 사람의 특유의 우울함과 외로움을 달래주기에도 충분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밀크티를 즐겨 마셨다. 그런데 그 외로움이라는 조미료가 없어서인지 그 맛이 아니었다. 그렇게 이집트 밀크티는 나의 추억 속에서 그립지만, 딱 그 정도만의 감정으로 남았다.

그 추억을 다시 끄집어 내 준건 다름 아닌 르완다에서 마신 아프리카 티였다. 어느덧 밀크티의 맛과 멀어지면서 설탕의 맛과도 멀어졌다. 처음 마신 아프리카 티의 맛은 셰이(홍차)의 맛과 비슷했다. 그냥 홍차에 우유,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마법의 가루인 설탕을 넣은 순간, 아프리카 티는 나의 인생 음료가 되었다. 아프리카 티 한 주전자를 마시는 동안 설탕 한 통을 다 먹을 정도로 차를 마시기 위해 설탕을 넣는 건지 설탕을 먹기 위해 차를 마시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아프리카 티는 일반 밀크티와는 다르게 뒷맛이 싸함이 있었는데, 그 맛의 비밀이 바로 생강이었다.

레시피는 역시 간단했다.

우유에 홍차 티백을 엄청(4~5개 정도) 넣고 끓인다. 그다음 얇게 썬 생강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끊인 티를 잔에 따라서 설탕을 4~5스푼을 넣고 젓는다. 그리고 마신다. 끝이다. 그런데 그 간단한 맛이 환상적이다. 친구가 알려준 팁 아닌 팁은, 르완다 생강이 진하여 진짜 맛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만들어 먹으면 이 맛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그냥 접기로 했다. 대신 여기에 머물러 있는 동안 질릴 정도로 많이 마셔야겠다 생각했다.

뜨거운 햇볕이 내려 찌는 카페에 앉아서 땀을 흘리면서 뜨거운 아프리카 티를 마셨다. 정말 이열치열이었다. 마시다 보면 땀은 어느 순간 식었다.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나의 몸을 감싸주었다. 생강이 들어가 있어서인가, 몸은 시원한데 마음은 계속 따뜻했다. 그 따뜻함은 혼자인 듯 혼자가 아닌 이번 여행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을 달래주기엔 충분했다.

역시 나에게 밀크티는 외로움이라는 조미료가 있어야 제 맛을 발휘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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