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계획이 없이 평온한 평일 휴일을 맞이했다. 요즘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늘 피곤에 쫓기고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휴식이 필요했다.
불을 켜지 않아도 햇살만으로도 환한 방에서 알람 없이 일어나도 되는 평일의 늦은 아침은 정말 행복이었고 그 자체로 휴식이었다.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위해 미루고 미루던 염색도 했다. 사람이 없는 한가한 미용실은 나를 위해 준비된 나른한 하루의 선물 같았다. 사람이 없는 여유로움이 이리 좋은지 몰랐다.
머리를 하고 근처 반찬가게에서 내가 좋아하는 메밀김치전과 도토리묵무침을 샀다. 그리고 지난주 철원에 가서 사 온 오대쌀막걸리로 낮술을 했다. 텔레비전을 친구 삼아 여유 있게 한잔 한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2병을 마셨다.
기분 좋은 취기가 올라왔다가 옛날 생각에 울적해기도 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혼자 평온한 하루를 끝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혼자여도 충분히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나를 위한 휴일을 보내야겠다.